심야식당 13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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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동네에 생긴 맛있는 우동집이 이전을 했다. 이 동네 살면서 가장 맛있는 집이 생겼다고 동생이랑 좋아하며 수없이 갔기에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단골 손님인 동시에 개업한 날 첫 손님이었고, 문 닫는 날 마지막 손님이었으니 나름 인연은 인연이지 싶다. 마지막 우동을 먹는 날 맛있는 서비스 음식도 받았다. 가로수길 쪽으로 확장이전하니 꼭 놀러오라는 말에 나는 그간 잘 먹었다고 인사하며 음료수를 사다 드렸지. 단골집에서 마지막 음식을 먹고 작별인사를 하다니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잘되어 나가는 거라 기쁘기도 했다.

서울에 올라와 이 동네에서 살며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혼자 먹을 때는 남으니까 조금만 달라고 하면서 아줌마와 친해진 떡볶이집, 안주들이 맛있던 예쁜 언니 두 명이 운영하던 조그만 선술집, 늘 닭강정을 꽉꽉 눌러주던 성격 시원했던 주인 아줌마의 닭강정집, 무뚝뚝한 아줌마와 살가운 아저씨가 있던 김밥집 등등. 시장에서 과일이나 간식거리 사면 떡볶이집 아줌마한테 들러서 수다 떨며 나눠 먹었고 아줌마는 가끔 스쳐가던 나를 불러 떡볶이를 주곤했다. 하지만 그 떡볶이집도 선술집도 닭강정집도 김밥집도 그와 다른 가게들도, 마지막 인사도 못한 채 문을 닫았다. 어느 순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던 떡볶이집 아줌마는 잘 살고 있을까? 

이 만화를 보면 그때 그 분들이 떠오른다. 거기서 먹었던 음식들도 생각난다. 처음만큼 자주 가지는 않아도 문득문득 생각났던 그 음식들과 사람들처럼, 이 만화도 그렇게 정이 들었나 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보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오래 볼 수 있는 밥집이 또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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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 통신 1 - 불량엄마일기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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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보고 노다메가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작가도 가족들도 범상치 않다. 여전한 유머와 재미있는 인물들, 다 좋다. 그치만.

어린 아이의 성장을 담은 육아 만화는 사실 다 재미있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작은 아이가 말을 배우고 행동을 하며 커가는 과정은 누구나 다 겪는 것이지만 모두가 다 다르고, 그 모습 하나하나가 다 예쁘니까. 만화뿐 아니라 티비 속 육아 예능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2권은 안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가의 유머를 사랑하지만 못지 않게 그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했으니까. 생활의 단편이 아니라 그가 만들고 가공한 이야기들을 기대했으니까. 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이야기를 짜내는 건 아주 힘든 일일 거다. <에이티세븐클로커즈> 후속편도 나오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노다메 칸타빌레>처럼 급하게 마무리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만화가 인생의 분기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일개 독자의 아쉬운 한탄이고.

변해가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노력에 대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물리적 시간과 육체적 고단함, 그에 못지않은 정신적 부담까지. 육아는 힘든 일이다. 나라에 상관없이. 워킹맘인 팀장님을 잘 서포트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좋아한 만화가를 응원하는 의미로 별 다섯을 준다. 그 긴 시간 동안 웃게 만들어준 만화가여 고맙소이다! 당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만큼 매력적인 가족들과 행복하길! 또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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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핸디북 세트 - 전10권 태백산맥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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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전에 나와 많은 이들이 읽었고 많은 평이 있고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책을 나는 참 뒤늦게야 읽었다. 잠깐 들었다가 도저히 안 읽히는 1권에 항복하고 내려놓은 게 어연 10여 년 전, 그런데 이번엔 술술 읽히는 것은 역시 그때는 읽을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문득문득 손에서 놓고 한숨 쉬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혼자서 종주한다고 찾았다가 큰코 다쳤던 지리산이 떠올랐다. 참 좋구나 생각하며 돌아보았던 그 산새마다 많은 사람들의 피가 스며들었겠지. 그땐 그저 산을 보느라, 산을 오르고 걷느라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뒤늦게 마음이 숙연해지고 아팠다. 

염상진, 김범우, 정하섭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이 있고 주관이 뚜렷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심재모와 하대치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소화와 외서댁에게 가장 몰입했으며, 제일 흥미로웠던 사람은 이근술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순사 노릇을 하다 해방을 맞아 움츠러들었다가 미군정에 의해 다시 경찰이 되고, 인간적인 도리로 내린 판단 때문에 겨우 죽음을 면하고 뻥튀기 아저씨가 되었다가 서민영 선생의 부름으로 야학에 들어간 사람. 비중은 작은 조연이지만, 내가 소설 속 상황에 실제로 살았다면 이근술 같은 행동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사랑받는 게 최고였던 외서댁이 모진 시련을 다 겪고 빨치산이 되었을 때는 참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의 인생이 안타까웠지만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모습은 통쾌했고, 그렇지만 또 슬프고.... 인생사가 그런 것일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건 소설보다 현실이 더 그러하니.

그리고 한편으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피눈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구나 하는 분노와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서글픔을 느끼며,

세상이 왜 이 모양일까 입으로만 분노하지 말자는 다짐도 하게 된다.

내가 사는 시대가 난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세상은 늘 난세였다.

결국 삶이란 투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죽은 이들의 생은 절대 허무하지 않다. 

글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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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MIX 3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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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다치 최고의 작품은 <H2>다. 그것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길 계속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의 작품이 좋아 즐겨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솔직히 1,2권을 볼 때 느낌은 뭐 어쩌려는 겨?ㅁ?... 였다. 살짝 답답하게 느껴지던 차 3권을 보니 전권들은 조금 긴 프롤로그였구나 싶다. 이제 본편 시작이다! 이런 리뷰는 써서 뭐하나 싶지만 그래도 리뷰가 좀 달려야 있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니 쓴다.

아다치의 작품은 재미가 있어도 아다치 식으로 재미있고

재미가 없어도 역시 그 식으로 재미가 없다.

뭐야 이건 하면서도 여전히 그 작품을 읽는 건 재미가 있든 없든 작품 안에 작가의 무언가가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부의 평가가 어떻든 성실하게 만화를 이어오는 작가는 계속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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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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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조해진 <빛의 호위> 최은영 <쇼코의 미소>가 좋았다. 황정은의 글은 그 서늘함에 울컥했고, 조해진과 최은영 것은 읽으면서 자꾸 눈물이 났다.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즐거운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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