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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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던 때, 코난도일의 작품 목록을 써놓고 읽은 것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황금가지 전집을 보니 갖고 싶은 마음이 참 간절했었지. 그 시절 선뜻 살 수 없었기에 실망이 컸던 나.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지난 뒤에 결국 갖게 되어서 더욱 기쁘다. 작가의 이름을 딴 만화가 나올 만큼 유명하고 인기있는 이 시리즈는 탄탄한 캐릭터와 평범한 듯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건이 조화를 이루며 시간이 흘러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나 역시 며칠동안 단숨에 읽을 만큼 그 시절 그때처럼 몰입해 읽었다.  

하지만 출판사의 성의없음에 좀 화가 난다. 오래전 출판되어 내가 산 것만도 26쇄. 그런데 오자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는 게 말이 되는지. 특히 쭉 왓슨으로 표기되다 갑자기 튀어나온 와트슨에 경악했다; 오래전의 번역을 새로 하는 것까지는 안 되더라도, 오자는 꼼꼼히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많이 팔린 작품인데 홀대받은 기분이 들어 팬으로서도 독자로서도 마음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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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55 - 지옥에 부처님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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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았을 때 기발하고 재미있다 느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항해를 할 줄은 몰랐다. 이 나이까지 여전히 이들의 모험에 함께할 거라고도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험을 이토록 기다리게 될 줄은 짐작도 못했다. 한 작가의 머릿속에서 구축된 세계는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남들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적왕이 되겠다 외치는 주인공은 다분히 만화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동료를 얻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사건들은 그저 만화라 치부하기에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꿈, 국가의 존재, 공포와 신, 진정한 우정, 삶의 환희 그리고 무엇보다 유머. 너무나 좋아하는데도 다시금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50권 정도의 사건이 진행되어서야 절망을 느끼는 주인공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가도 이쯤되면 주인공들이 무적이 되면서 스토리가 흔들리기 시작해 작품 자체가 안드로메다행을 예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작가는 주인공 능력치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동료를 모두 잃게 하는 시련을 주었다. 슬픈 땐 웃음버섯을 먹어서라도 웃는 주인공 루피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나에게는 <빨간머리 앤>과 더불어, 할머니가 되어서도 보고 싶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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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내 방 태학산문선 109
허균 지음, 김풍기 옮김 / 태학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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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사람. 허균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그것뿐이었다. 폐쇄적인 유교 사상으로 꼼짝하지 못했던 조선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그의 삶 전체를 반영했다는 사실은 좀더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뛰어난 재주를 자랑했다가 결국 역모죄로 길거리에서 죽임을 당한 허균의 삶은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혁명의 뜻을 굳히기 전에 그는 속세를 떠나 신선처럼 살고 싶었으면서도 입신해 이름을 떨치고 싶은, 일치할 수 없는 욕망의 사이를 걸었다. 그러면서 신분제를 비웃듯 서얼들과 어울리고, 불교와 도교에 심취하고, 여인네들과 염문을 뿌리며 조선의 문제아로 떠올라 수차례 파직과 유배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것은 곧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매창에 보낸 짧은 편지에서 자연에 숨어 살겠다 한 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벼슬을 얻은 제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라 좋았다. 가난 때문에 벼슬을 할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을 통해 친구에게 조심스레 작은 벼슬을 권하는 자상한 마음 씀씀이에 반했다. 숙부인 첩지가 내려왔을 때 오래전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며 쓴 글에서는 살짝 눈가가 젖었고, 스승의 평가에 자신만의 시를 쓰고 싶다고 되받아치는 당당함에 가슴 설렜다. 좀더 많은 작품이 실려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길 만큼 허균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간다.  

별을 네 개만 준 것은 풀어쓰기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허균과 그의 작품을 소개한 책이 많지 않은 지금 그의 세계를 느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는 이 책을 돌베개에서 나온 <허균 평전>과 함께 읽었는데, 허균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그의 작품을 읽으니 더 이해가 잘 되었다. 또한 두 책에서 작품이 겹칠 때는 서로 다른 풀이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허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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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그 여름의 제주여행 

 

 

 

 

2003년 여름은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기억을 남겨 주었다. 하나는 동생들과 함께한 제주도 여행이다. 스무살 여동생, 열여덟 남동생과 함께 새벽 한 시에 부모님과 역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기차를 탔지. 목포에 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제주행 배를 타려고 간 목포항에서 이른 아침을 먹었는데, 학생들끼리 왔다며 식당아주머니가 밥값을 깍아주신 것도 기억나네. 덜덜덜 떨리는 3등석 바닥에 머릴 대고 누웠다가 갑판에 나가 바람을 쐬었다가 하며 4시간이 지난 뒤 도착한 제주도. 바다냄새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곳. 외국도 아니었는데, 우리 셋만 있다는 생각에 떨리면서도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비록 3박 4일의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셋이서 웃고 투닥거리며 지냈던 그 시간들은 가슴에 더 깊이 새겨진 것 같다. 우리가 갔던 여행은 올레길하고는 별 관계없지만 정말 좋은 책이기에. 

 

_ 그 여름의 드라마, <다모> 

 

우도에서 머물렀을 때, 넓게 보이는 밤하늘 아래 바다에서 밤을 새자고 했다가 서둘러 숙소로 돌아온 건 <다모>를 보기 위해서였다. 신나게 놀고 들어와서 남동생은 잠이 들고 여동생과 둘이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보았던 걸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 눈물은 그대로인 것 같다. 때때로 <다모>를 꺼내 틀면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중간에 그만보는 건 더 힘들다. 결국 밤을 꼴딱 새게 된다. <다모>는 여전히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사람 냄새가 나는 드라마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애처롭고 아파서 눈물이 난다.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그 떨림과 가슴아픔은 여전하다. 지금도 그들의 눈빛에, 몸짓에,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뛴다.

그때 나와 동생을, 그리고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던 옥과 윤 그리고 성백의 사랑은 동시에 갈등까지 만들었지. 채옥이가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였는가 하는 것 때문에. 나는 그때 열혈 윤옥 지지자였기 때문에 윤에게 등돌리고 뛰어가는 옥이 때문에 많이 울었다; 안타까우면서도 조금 미웠달까. 그런데 다시 보고, 또 보고, 보면 볼수록 채옥이 때문에 더 많이 울게 된다. 

채옥에게 윤은 정인이고, 성백은 사랑이었다고 작가가 그랬단다. 뭐랄까... 아직도 그게 어떻게 다른지 완전히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채옥이의 갈등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일곱살부터 함께하며 마음을 준 유일한 사람, 신분제의 세상에서 관비인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주는 유일한 존재인 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선택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윤 또한 서자로 태어나 천대받는 아픔이 있다. 오랫동안 함께했기에 그 아픔과 큰 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채옥은 그 길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자신을 향한 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응하지 못한다. 아니, 같은 마음이지만 억누르고 있다. 가족을 잃은 상처에 가슴 시린 채옥에게 그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그래서 성백을 만났을 때는 위로받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너무나 사랑하지만 윤은 자신과 다른 신분, 다른 세계의 사람이다. 나중에서야 윤은 채옥과 함께있기 위해서라면 천민이 되어도 상관없다 말하지만, 그 전까지는 그도 어쩔 수 없는 지배층의 사람이다. 하지만 성백은 평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같은 세계의 사람이라 말한다. 윤과 자신은 다르다고 끝없이 끝없이 마음을 억눌렀던 채옥에게 그 말은 얼마나 큰 자유를 느끼게 했을까. 거기다 성백은 인정도 많고 심성이 고운 사내다. 통솔력도 있고 검술 실력도 뛰어나다. 성백의 묘사가 좀더 치밀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만으로도 멋진 남자임에 틀림없다. 나는 채옥이 성백에게 마음을 주었던 거라 생각한다. 감정을 억눌러야만 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과 아픔에 지치고 지친 채옥이 찾은 안식처가 성백이 아니었을까.  

허나 그것이 윤에 대한 마음을 접은 것을 뜻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자신을 베고 가라는 윤의 말에 채옥은 스스로를 찌른다. 채옥에게 윤은 곧 자기 자신이었다. 윤에게 등돌리며 뛰어가는 채옥의 모습은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마음을 깨끗히 베고 간 것이 아니라 억지로 뜯어놓고 돌아섰기에 그런 거라 생각한다. 윤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함께하는 것이 너무 힘든 그런 상태. 명확하지 않은 그 어지러운 마음. 산으로 돌아가 다시는 내려오지 말자고, 죽어가는 윤에게 눈물 흘리며 소리치는 채옥의 모습은 가슴에 통증을 느낄 만큼 아팠다. 죽음 앞에서야, 끝에 다다라서야 그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채옥. 그의 눈은 온전히 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모>를 계속 보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윤이 죽지 않았다면, 그 마지막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면, 그리고 다시 전처럼 건강해졌다면... 어쩌면 윤도 기존의 신분제에 반기를 들지 않았을까 하는. 물론 이건 순전히 내 상상일뿐이지만. 옥이 성백을 사랑한다 말하자 이성을 잃은 윤이 쏟아낸 말들은 이렇다. 종사관을 그만두고 옥과 떠나겠다, 백정이 되어도 상관없다, 내가 천해지면 된다. 윤은 서자라는 딱지 때문에 천대하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은 기존 질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윤의 아버지가 양반이었기에 감히 그 질서를 거스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기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채옥이 그 질서와 충돌한다. 신분제 안에서 채옥은 사람이 아니다. 자신과도 섞일 수 없다. 아무리 윤이 괜찮다 해도 세상을 허락치 않고, 그렇기에 채옥 또한 더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윤은 채옥 없이는 살 수 없다. 그의 가슴속에는 채옥만이 다스릴 수 있는 짐승 한 마리가 살고 있다. 기존 질서 안에서 채옥과 함께하는 것은 쭉 보다시피 어렵기만 하다. 선택을 해야 한다.. 뭐 이런 식?  

그리고 생각난 것이 허균이다. '사람을 법도를 따르기보다 하늘을 법도를 따르겠다' 말했던 허균. 명문가의 자제였지만 서얼을 차별하는 기존 체계를 순순히 따르지 않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여자들과 노는 걸 참 좋아하는 돌출행동을 하다가 세상을 뒤엎을 계획을 짰으나 결국 역모죄로 죽는다. 그런데 허균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올곧게 세상과의 불일치를 꿈꾸지는 않았다. 자연 속에 유유자적하고는 싶은데 출세해 이름을 날리고도 싶은 욕망의 충돌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공감이 간다. 그런 엇갈림과 망설임 속에서 결국 선택을 하고 그 결과 죽음을 맞았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런 불명확한 마음으로 어쩌지 못하는 시간을 통과한다. 그 시간들이 있기에 의지를 굳힐 수 있는 거겠지.  

내가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천민이 되려고까지 했던 윤과 자신을 따르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위해 채옥을 베는 성백과 달리 채옥은 어떤 선택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윤과 성백의 선택도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자신의 뜻대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는 있었다. 뜻대로 한다는 것은 사실 인간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일 텐데 채옥은 그런 삶을 살지 못했다. 역모죄로 어린 나이에 관비가 된 것도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아버지 때문이었고, 글을 배우고 검을 든 것도 윤의 뜻이었고(물론 호의였겠지만, 관비인 채옥에게는 그 능력이 더 큰 고뇌를 낳았을 것이다. 능력은 출중한데 관비에 그것도 여자였으니), 산을 내려간 것도 윤의 뜻이었고(이것도 호의였지만 세상에 나온 옥은 윤과의 거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윤의 마음을 아프게하면서까지 성백의 무리에 낀 것은 윤에 대한 마음을 허락치 않는 세상의 뜻이었다. 성백에게 사랑한다 말한 것도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선택이 되지 못한다. 만약 신분의 장벽이 없는 채 윤과 성백을 놓고 선택했다면 진작 윤에게 갔을 거라 본다. 에이. 쓰고 나니 더 슬프다. 

 

만약 똘똘한 채옥에게 온전히 혼자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과 삶을 이어나갈 정도의 돈이 있었다면. 윤이나 성백에게 기대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그런 자유가 주어졌더라면 그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허균의 누이였던 허난설헌이 그랬다지. 왜 하필 여자로 태어났을까, 왜 하필 조선에서 태어났을까, 왜 하필 이 사람에게 시집왔을까. 에이. 채옥이가 양반가의 여식으로 잘 자랐어도 이런 고뇌를 하고 살다 죽었을지도 모르지. 문제는 결국 차별이로구나. 채옥이 지금 태어났다면 그렇게 아파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중졸 식모 세경이 주인집 지훈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초라한 자기 모습 때문에 내색도 하지 못하는 걸 보고 말이다. 신분제는 사라졌으면서 여전히 남아 있구나. 마음이 아프다.  

& 난희 아가씨를 그땐 참 미워했다. 많은 사람이 그랬다ㅋㅋ 지금은 밉지 않다. 조광조를 사랑했던 어느 처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난 뒤로. 조광조는 꽤 훈남이었나 보다. 그를 사모한 여자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상사병에 걸려 쓰러졌단다. 여자의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알고 조광조에게 딸을 만나달라고 했는데 조광조가 그랬단다. 품행이 방정치 못해 그런 병에 걸린 것이다. 그래도 싸다. 여자는 결국 죽었댄다. 아놔. 생각해보면 윤이도 조광조 못지 않은 대쪽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난희 아가씨는 말 한번 걸기 위해 얼마나 용기를 냈을까. 조선시대는 동경을 품게하는 동시에 참 이상한 시대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일 회사 안 간다고 나오는 그대로 줄줄 써내려갔다. 내일 보면 웃길 듯. 그나저나 <다모>를 보는 건 정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우느라고 힘이 다 빠졌다. 그래서 며칠 멍하게 살았으니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겠지. 여튼 <다모>는 참 잘 만든 드라마다. 결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느낌 그대로라니 놀랍다. <다모>에는 많은 명대사가 있는데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이거다. 

이리 마주보니 얼마나 좋으냐.

제몸 생각지 않고 사건에 뛰어든 옥 때문에 버럭하는 윤을 보고 욱해서 포청을 나온 옥. 결국 다시 돌아왔을 때 용서해달라는 옥에게 윤이 하는 말. 산에서 내려간 그들이 행복하게 웃는 몇 안 되는 장면 중 하나다. 마주보는 것만으로 좋았던 그들이었는데... 정말 좋아하는 행복한 장면이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쏟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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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개정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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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대신하는 말에서 고종석은 '정확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로 글을 쓰고 싶다'면서 한국어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언어라고 고백한다. 순수한 언어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한국어를 살아 있는 언어로서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고백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재미있기까지 했다.  

언어에서 역사 이야기를 뺄 수 없고, 역사에 민족 이야기를 뺄 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생각의 혼란과 오류들을 그냥 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 책을 읽을 수 있던 것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감염자이므로 순수한 언어는 없다 라든가 아름다움은 섞임과 스밈, 불순함 속에 있다는 말들은 얼마나 호쾌한지. 특히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를 읽었을 때는 무엇보다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인류의 기본적 단위로서의 개인, 궁극적 소수로서의 개인이라고 말하는 이 글은 정말 놀라웠다. 생각의 깊이란 이래서 중요한 것인가.  

처음으로 산 고종석의 책이지만 정말 좋아하게 됐다.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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