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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개정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서문을 대신하는 말에서 고종석은 '정확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로 글을 쓰고 싶다'면서 한국어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언어라고 고백한다. 순수한 언어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한국어를 살아 있는 언어로서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고백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재미있기까지 했다.
언어에서 역사 이야기를 뺄 수 없고, 역사에 민족 이야기를 뺄 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생각의 혼란과 오류들을 그냥 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 책을 읽을 수 있던 것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감염자이므로 순수한 언어는 없다 라든가 아름다움은 섞임과 스밈, 불순함 속에 있다는 말들은 얼마나 호쾌한지. 특히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를 읽었을 때는 무엇보다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인류의 기본적 단위로서의 개인, 궁극적 소수로서의 개인이라고 말하는 이 글은 정말 놀라웠다. 생각의 깊이란 이래서 중요한 것인가.
처음으로 산 고종석의 책이지만 정말 좋아하게 됐다.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