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 학생. 그렇게 슬퍼만 하는 것도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슬퍼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는 겁니다.

뭐가 두렵단 건가?

끝이 없을 거 같아서요. 처음 그 사람들 만났을 때는 그 열정에 반해서, 그런 사람 들이라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직이 깨지고 사람들이 잡혀가고 죽어갈 때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젠 모르겠어요. 정말 이길 수 있는 건지.... 끝이 있긴 있는 건지.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그렇다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남지 않습니까? 선생님은 어떻게 수십년을 버텨내셨습니까?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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