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는 외박중 10 - 완결
원수연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정인이 담당하고 있는 톱스타 세지가 기습적으로 교제 사실을 밝힌 후, 약간 혼란스러웠던 매리의 마음을 비롯한 매리와 정인과의 관계도 다시금 정리되는 듯 보인다. 그리고 무결의 어머니가 한국으로 와서 이뤄진, 매리 아버지와의 상견례 자리. 거기서 매리와 무결인 초반의 긴장감을 살짝 벗어난 이후, 매리의 아버지가 진심으로 마음이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 자리가 된다.. 하지만 그 후, 매리와 무결, 정인은 그동안 자신들을 떠밀었던 불편한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후, 정말로 자신의 마음을 찾아 일년간의 여행을 떠나는 매리.....

그리고, 그녀가 찾아올, 진정한 자신의, 자신을 위한 '마음'.....

 

이 만화를 처음 접할 때, 나는 주인공인 매리와 무결이의 빠른 전개(?)에 급 당황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만화에 별을 꽉 채워 줄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렇게 급하게 진행된 매리와 무결의 결혼은, 이 <매리는 외박중>의 시작에 불과했던 것을 알게되고 적잖이 당황하기도.. (보통의 이야기에서 결혼이라 함은 엔딩의 여운이 짙으니깐..)

 

최대한 끝까지 끌어가서 마지막에 빵- 하고 터뜨려야 할 결혼이라는 지점을 오히려 초반에 배치하며, 거기에서 이중결혼의 이야기를 배치했을 때, 나는 이 이야기가 이렇게 긴 시간동안, 긴 흡인력을 가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두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도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를 원수연 작가는, 사랑과 결혼, 현실과 이상, 결혼을 대하는 당사자와 부모의 입장에 대한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든 결혼이든,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자신의 마음을 진심으로 돌아보는 과정을 빼어나게 표현해냈다.

 

심리묘사에 대한 것을 약간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 매리 뿐만 아니라 무결이와 정인, 결혼에 대해 큰 환상과 기대를 갖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매리의 친구 민형, 그리고 매리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꼈던 매리의 아버지까지. 누구의 마음도 폄훼되거나 무시되지 않고, 성실하게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작가의 준비와 공부 덕이 아니었을까. 다양한 입장의 다양한 생각들, 옳고 그름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고, 또 이해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일은, 감히 생각컨데 보통의 준비와 조사로는 쉽지 않은게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사랑과 결혼에 대한 통찰, 기존관념에 대한 재확인 뿐만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의 재조명은 정말로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다양한 고찰과 시각, 그것을 조금 특이하게 겪는 이들의 심리또한 일품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이 <매리는 외박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살면서 여러가지를 신경쓰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벗어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밥먹는것보다 쉬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죽도록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자신의 선택이 남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경우라면 우리의 선택은 진정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될 때가 있다. 그 중에서 결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다가 가장 광범위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선택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인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서툰 것은, 자신의 마음에 대한 솔직함과 자율성 인지도 모르겠다. 매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시험당하고 또 흔들리는 동안, 배웠던 것들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마음을 주변에 휘둘리지 않은 채로, 온전하고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것은 결국, 그리고 동시에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며, 나아가 상대를 더 사랑하고 아끼기 위한 전 단계이다. 더불어 작가는, 이것이 비단 결혼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무척 중요한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세상에서 결혼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겪는 중요한 선택이고, 그 선택이 잘못되었을때 겪는 고통또한 다른것에 비해 크면 컸지 작지 않을 것이다. <매리는 외박중>은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인물들을 섬세하게 묘사해가며, 우리가 왜 자신의 마음을 휘둘림 없이 바라보아야 하는지 보여준 작품이었다. 작가가 선택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 선택의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결혼을 가지고 이야기 되었지만, 세상의 어느 선택의 순간, 혹은 이미 선택된 순간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정말로 어려운 일,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것이, 결국은 모두를 위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 만화책 <매리는 외박중>, 결혼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이에게는 꼭, 그렇지 않은 이에게도 한번은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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