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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잉잉 1
황준호 지음, 수연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잉여, 잉여인간, 잉여스러움.. 무언가 삶에 충실하지 못하고 여유가 아닌 앞뒤없는 방탕과 한가로움의 스멜이 스멀스멀 느껴지는 이 단어는 언젠가부터 신조어로 등장하더니, 이제는 우리 곳곳의 잉여로움(...)을 심플하게 표현해주고 있는게 현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필요치 않은 존재나 물건을 지칭하는게 아닌, 무언가 갈피없이 많은 것들을'잉여'라고 표현해마지않는 모든 이들을 손사레 치게할, 약속이 없어서, 시간이 남아서, 할일이 없어서 등등 이런 평범한(!) 잉여로움을 저리가라 할 진짜 잉여가 나타났다.
(출간본에서는 주인공(황준호)가 가진 응가;가 빛난다! 무려 황금x!)
가히 충격적인 오프닝('발단'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으로 이 땅의 모든 잉여를 주눅들게한 주인공은 바로 27살의 늦깍이 복학생 황준호. (무려 작가와 동명!;)성격도 소심하고 별 특별난 재주도 없는, 게다가 옵션으로 후배들의 무관심까지, 그래도 사람취급해주는 건 과 동기생 한명(박순호)과 모두에게 친절한, 그리고 그가 몰래 짝사랑하는 여자 후배(정지은) 한명뿐. 여기까지 보면 그저 그런 평범한 잉여인간; 이지만.. 그의 삶을 뿌리채 흔들 충격의 사건이 벌어지니..
재채기와 함께 튀어나오는 콧물, 생각보다 많이 뿜어져 나오는 로션(내 경우엔 늘 스킨이 문제..), 유독 흉폭하게 분출되는 맥주... 아니; 탄산음료 등등, 우리는 종종 '조절'과 '제어'의 문제를 체험하는데, 주인공 황준호가 겪은 사건은..그 문제들 중에서도 갑 중의 갑.
바로, 괄약근 조절 실패!!
'푸드듭, 푸드듭 푸드듭..'
이 소리는 괄약근 조절에 실패한 27세의 모 학생의..;;
만약 남들앞에서 방귀소리만 냈다고 해도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거나 할텐데.. 응X라니.. 주인공 황준호는, 강의시간에 PT를 하러 일어났다가 미리 긴장을 풀어준다는 명목으로, 방귀를 허했다가, 놀랍게도 ...까지 허해버린 남자다!!!... 이것은 그런 남자의 이야기다.
이런 판타지; 같은 비극적 현실이, 더 판타지 같은 세계와 만난다. 자취방에서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X싼 팬티를 빨고있던 준호, 자신의 처량한 신세와 앞으로의 막막함이 답답해서 흘린 눈물이 기적이 되어..
기적은 이 X묻은 팬티 빨던 물에서 시작되었으니..;;
설명에 따르면, 눈물, 콧물, 침, 거기다 'X WATER'.. 이 네가지 원액에 인간의 간절함이 더해지면 그들이 소환에 응한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은 한번 시도해보셔도...(관심있는 미필자 분은 화생방 훈련가서 한번 시도해봐도 괜찮겠다..;)
그의 앞에 네명의 신이 나타난다!
그러냐!?;
인간성을 주관하고 다스리며, 인간에게 원천을 제공하는 네명의 신은 각각
지혜를 관장하는 '호두마루'
신념을 담당하는 'G.토니'
희망을 담당하는 '안 밝은'
마음을 담당하는 '설 사임'
라는... 굉장한 센스의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이름과도 같이,
(좌) <신과함께> (우) <오 나의 여신님>... 같은이런 신(=완전 능력자) 들은 아니었던 것...(신을 생각했을때 가장 우선적으로 '신과 함께'가 떠오른것을 보니.. 그동안 나도 '안 밝은' 희망의 신을 곁에 두고 많이 호전(?)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처음엔 뭔 신들이 다 저런가.. 잉여가 잡은것은, 신들중의 잉여!?.. 인가 했다. 헌데 문득 지나고 나니, 그들은, 극심한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인간을 위해 무언가를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닌, 인간이 그 두 다리를 갖고 스스로 일어서게 만들게 돕는, '원천'을 세워주는 신들이었던 것!! 그렇다면 '잉여' 준호가 잡은 것은 어쩌면 '잉어'인가!?
별 능력없는 이들의 참신한 발상과 진심어린 도움으로 'X싼 복학생' 황준호는 다시 재기를 결심한다. 바로, 자신은 X를 싸지 않았고, 그저 방귀를 끼었다고 남들에게 당당히 어필하기로 한 것!
그렇게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가득 안고 당당히 걸어들어간 학교, 하지만 누군가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이용하야, 동영상까지 찍어 인터넷에 올려놓은 상태라 보기좋게 망신 곱배기.. 더 큰 절망을 안고 좌절하는 준호에게 지혜의 신 호두마루는 변장을 하라고 조언해 주고, 그 변장은 무척이나 완벽해서 아무도 못 알아보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발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친절하고,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그의 짝사랑 '정지은'이 있어 그는 한번더 일어날 결심을 하게 된다. 지혜의 신 호두마루가 한때 사랑하는 여인 '임페리얼 드 발렌타인' (술의 신) 을 만나 몸이 망가져가며 술을 받아마신 것처럼, 개강총희 술자리에서 지은이의 호감을 얻기로 한것! (사랑과 술은 이성을 잃게 만드는 데서 똑같다나 어쨌다나..)그렇지만, 거기엔 술자리 4대 천왕이 있어 다가가기 조차도 쉽지가 않지만, 준호의 곁에도 4명의 신이!!!! 이제 그들은 무언가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쨌든, 그 술자리에서 그는, 별로 도움은 안되지만 은근 진행방향을 다잡아 주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는데... (사실 그 누군가는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넘어지지 않는 인생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그대로 누워버리며 누군가는 다시 일어나 힘차게 뛰어나간다.'
극단적으로; 제대로 넘어진 인생, 그래서 그대로 누워버릴 인생에 나타난 네명의 신. 물질적 도움보단 정신적 도움을 주는 이들을 통해 희망과 절망을 교차하며 만나는, 준호. 아직은 좌충우돌 이지만, 이들이라면, 자기 방식으로 다시 힘차게 뛰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잉여가 생활이 되어버린, 쓰러지고 쓰러져 마음먹는 것조 조차 엄두나지 않는 이들이라면, 잉여들을 위한 '계몽사상'이 코믹적으로 잘 그려져 있는 '잉잉잉' 한번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