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주지 마! 1
하나코 마츠야마 지음, 김재인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책 설명을 보지 않고, 표지를 먼저 보았을때 왠지 모르게 먼저 든 생각은, 주인공으로 보이는 저 남자가 고문관 같은 스타일이라, 저 녀석에게 '잘해주지마!, 잘해줄 필요없어!' 인줄 알았다. 책 소개를 읽고, 실제로 읽기 시작했을때는...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던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야기는 정 반대였다. 이 <잘해주지 마!>의 제목은, 그리고 이 만화를 끌어가는 모든 중심화제는 바로, 주인공 유이치가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앞뒤없는 친절과 배려를 베품으로써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져, 그 주변사람들이 유이치에게 호소하는, '제발 우리들에게 잘해주지 않아도 돼!' 라는 것이었다.

 

 

그 유이치가 얼마나 타인, 혹은 자기 외의 모든 것들을 배려하려고 하는지는 사실 모든 만화에서 드러나지만, 위에 같은 경우에서 처럼, 그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면접자리를 오는 동기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가히 모두 혀를 내두를만 하다. 이 유이치에게는, 자신에게 중요한, 자신을 위한 일은 대체 없는 걸까!?

 

 

정답은... '없다'. 프로젝트 실패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 부장에게 그가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선 꺼낸 말은, "혼자서 회사를 움직여 왔다고 생각 하신다면 큰 오산 입니다!" 다... 보이는 것처럼, 유이치의 친절은 지구 최강이라고 불리어도 될 만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상황에 맞지 않아 오히려 상대에게 좌절감을 주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 유이치에게 '잘해주지마!'라고 호소할 만도 하다.

 

누군가는 유이치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착하게 보이고 싶은 욕망, 즉 '착한사람 콤플렉스' 같은 게 아닐까? 라고....

하지만 역시 정답은 '아니다'. 유이치는 뼛속부터 친절과 호의, 배려가 몸에 베어있는 사람이다. 심지어는 그런 이유로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보지만, 오히려 그런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다. 주변사람들이 쩔쩔매는 이유도 당연하다. 그의 친절이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기 때문!!!

 

어쨌든, 시종일관 큭큭 거리며 읽었던 개그만화인데 글은 짐짓 진지하게 써져 버렸다. 하지만 같이 올린 그림에서 처럼 이 만화는 분명 '개그만화' 다. 그것도 굉장히 '철학'있는 개그 만화다. 지인에게 이 만화책을 보여줬더니, 큭큭 웃으며, '나랑 닮았다' 라고 하더라... (나는 정말 이정도까진 아닌데!!!...) 어쨌건, 시종일관 웃으며 보는데 은근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많다. 내 딴엔 친절이라고, 진심이면 된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은 과연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걸까? 그리고 좋은 결과가 아니라면 내 의도가 좋다고 해서 아무 책임없는 걸까? 하는..

 

잘 웃으면서 봐놓고 괜히 몰입해서.. 진지한 생각들을 해봤다. 가끔 일반적인 컷구성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4컷 구성인데, 그 반전이 늘 일정한 웃음을 유지하고, 그것들의 소재가 모두, '과잉, 상황에 안맞는 친절' 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다. 한가지 주제를 갖고 이렇게 생활, 직장 곳곳에서 개그를 뽑을 줄 아는 작가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미워' 할 순 없지만 조금은 '얄미운' 유이치의 행보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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