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 바닷마을 다이어리 4 바닷마을 다이어리 4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이 만화에 대한 진심어린 추천을 접한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나를 향한 것도 아니거니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것이었지만, 워낙 그 작성자가 이 만화에서 받은 감정이 진정으로 느껴졌기에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소박하면서 사랑스러운 느낌, 전체적으로 예쁜 표지 구성, 넉넉한 풍경에 들어가 있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이 만화의 따뜻함을 짐작케 해주었다. 그럼에도 적잖은 시간이 지난 후에 이 만화를 만났고, 얼마전에야 나는, 그 누군가 이 만화를 그렇게 진심어리게 추천해주었던 이유를 확인하게 되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제목 보다는, 각권에서 중심이 되는 소제목이 더 크게 표지에 인쇄되어있는 이 시리즈는, 각권이 한편의 (말그대로) 일기처럼, 꽤 잘 어울린다. 처음 볼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한권 한권 덮을때마다 참 좋은 편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제목들은, 한폭의 수채화같은 표지에 대한 제목이기도 했고, 각 권에 담긴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압축해주기도 한다.(물론 한권의 책엔 다른 소제목의 이야기도 더 들어있다) 다만, 애초에 내가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공통된 인물들의 시리즈니깐, 1권부터 읽어야 한다. (소제목이 더 크기때문에, 옴니버스식인 건 아닐까도 생각했었다)


 

카마쿠라에서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던 세 자매는 오래전 자신들의 곁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갑작스레 듣고, 그곳으로 향하지만 큰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장례식장에서 이제 혼자가 된, 배다른 여동생인 스즈를 만나고, 세 자매중에 첫째인 사치는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카마쿠라로 간 스즈가 세 자매(사키, 요시노, 치카)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다.

 


우선 이 만화는, 카마쿠라라는 지역의 특성을 기막히게 활용한다. 신사라던가, 지형이라던가, 언덕길, 그리고 여러가지 명물 음식이나 축제같은 것들 속에서 이야기를 녹여내며 독자들에게 마치 그곳을 둘러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며, 정말로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 욕심이 나게끔 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네 자매가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맺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삶과 사람을, 나아가 어딘가 평범에 미치지 못하는 부모들을 점차 이해해가는 이야기란 것이다. 그것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허세떨지 않고 겸손하게, 하지만 무척이나 인간적이고 간절하게 다가오기에 늘 안쓰럽지만, 또 감탄하고 만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하지만 이뤄지지 못하고 헤어지고 하는 일들이야 굳이 따져서 일상다반사라고 쳐도, 그 과정에서 그들이 배우는 감정과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해들은 분명 매우 통찰력 깊게 그려져 있다. 



특히 카마쿠라에서 먼저 살고있던 사치/요시노/치카와 스즈는 분명 적대관계(앞의 세 자매의 아버지 였던 사람은 스즈의 엄마 때문에 가정을 포기했다.)라고도 볼 수 있음에도, (물론 그들이 부모를 자신의 인생에 연관시켜 놓으려 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어가는 과정을 때론 위태롭기도 하지만, 결국은 안도하게 된다.

 


그런 네자매가 힘겹게 자신의 부모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속에서, 그들도 누군가처럼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또 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들은 그 속에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그 사람이 내린 결정을 만나면서도 결국은 그 어려운 과정을 잘 견뎌 누군가에 대해 더 깊히 들여다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억지로 새 인연을, 큰 사건 혹은 급선회 하며 그리지 않고, 주변에 있는 이들에 대해 하나하나 따스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애정을 쌓아가고, 그럼으로써 서로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사람으로써 그들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나아가 완벽히 이해할 순 없다고 해도 의지할 수 있는 서로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읽으며 내가 느낀 가장 크게 느낀 행복감 중 하나이다.


 

자신의 아픔을 통해, 혹은 타인의 아픔을 진정으로 들여다 봄으로써 한발 한발 성장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흠뻑 와닿는 한장한장을 읽으며 입가엔 살며시 미소가, 마음은 말랑말랑해 지는게 느껴졌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서로를 보듬어가며 살아갈까. 한 집, 혹은 한 마을에 가까이 살고 자주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일은 아직 부족함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한발한발 이해하고,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앞으로도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그런 마음은 분명 시간이라는 바람을 타고 사람의 마음 깊숙이 전해질 테니깐.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고, 이해해가고, 보살펴주고 아껴주는 일이 이토록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고 다독여주고 싶다... 바닷마을의 그들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손놓고 있을 수 없는 마음이라면... 분명 우리는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싶다.






덧>


4권에 등장한, 요, 잔멸치 토스트.. 이미 해먹어본분도 봤지만..나도 꼭 해먹어보고 말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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