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수사대 1 - 진정한 협객의 귀환!
이충호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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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르러 간지 좔좔 흐르는 무기들이 늘 우리의 주변 매체를 채움에도, 무술과 무협인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우리 앞에 선보여진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현대무기에서 보여질 수 없는, 사람의 몸으로 펼치는 액션과 (지금은 거의 전설과 기록, 상상력으로만 남아있는) 여러 무술들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을 계속해서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이미 무협은 하나의 장르로써 기능하고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무협'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은 피씨방으로 그 바턴이 이어졌지만 한때 만화방에서 무협지를 쌓아두고 읽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협이란 곧 지루한 일상의 청량음료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내게 무협지에 대한 기억은 유년시절에 삼촌들이 보던, 그 만화방에서 빌려온 높이 쌓여진 무협지들로 시작한다. 지금 세대들에겐 무협이란 곧 중국/홍콩영화로 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텍스트가 보단 이미지로 통하는 것이 둘의 특징이자 공통점인 이유는, 텍스트를 통한 상상보다는 그 상상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길 바라는 욕구가 커서이지 않을까? 아무래도, 현란한 무술과 빼어난 배경들은 실제로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즐거움이 커질테니깐. 물론 이것은 텍스트로 존재하는 무협의 부족함을 이야기 하기보다는, 현대인들의 이미지 선호도를 말하고자 함이다(가령, 옹박을 텍스트로 읽었을때, 매니아들은 모르겟지만 대중들의 흥미는 뚝 떨어질테니깐. 게다가 내가 아는 예중엔 '치우천왕기' 같은 절대 반대의 예도 있고)



반가운 그 이름, 이충호의 <무림수사대>는 늘 우리가 상상하는 무협의 세계를 현대로 끌어온다. 몸에서 발산하는 현란한 액션과 검술은 그대로지만, 배경은 우리가 사는 빌딩 숲의 세계다. 검을 휘두르면 나뭇잎이 날리는 대신, 차가 반파되고 콘크리트 벽이 뚫린다. 물론 그것은 당연히 그 세계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과 다름없이 과학수사가 범죄해결의 한 축이 된 현대에 무림고수들이 파벌을 형성하여 존재하고, 경찰청에는 무술과 검, 화살들을 사용하여 치안을 담당하는 '무림수사대'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 현대의 기술/과학이 과거의 판타지로 남겨둔 무술/검술들과 크로스 되어 펼치는 이야기는 일단 설정에서부터 구미를 당기기엔 충분하다. 




현대 무림의  세계의 맨 꼭대기, 지배층을 상징하는 오대신군 중 누군가가 목숨이 끊어지려는 직전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강호의 절대고수인 오대신군들이 차례차례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당하고 있던 것이다. 한편 경찰인 모지후는 그 껄렁한 행색으로 인해 마포경찰서로의 전근 첫날에 범인으로 붙잡혀 출근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더불어 자신을 범인으로 오인해 잡아들였던 백운에게 파트너로 배정되기까지. 시작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어쨌든 마포서 무림수사대는 그 둘을 포함해 팀을 이루고, 두명이 살해되어 셋만 남은 신군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무림수사대 또한 결코 만만찮은 무림고수들로 편성되어있지만, 강호의 절대고수인 신군들에게 근접호위 할 수 없는 대우를 받는 틈에, 남아있던 세명의 신군중에 청운산인이 살해된다. 흑룡방주가 미리 덫으로 준비해둔 마교출신 일급살수들 또한 그 오대신군 연쇄살인 용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찰은 그가 사용하는 치명적인 독의 정체를 찾으며 수사를 진행하는데...


<무림수사대> 1권은 크게 오대신군 연쇄살인의 진행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마포경찰서 무림수사대의 편성, 모지후가 파트너에 대해서 굉장히 베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과거의 파편들로 이루어진다. 오대신군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큰 이야기속의 언뜻 언뜻 비치는 모지후의 과거는 그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파트너에 대한 태도에서 유추되는 모지후의 과거에 대한 대략적인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런 설정또한 지금껏 충분히 있어왔으니깐. 하지만 총알과 미사일등으로 꿰뚫어지는 여타의 현대액션물에 찌들어 있다가, 현대에서 펼쳐지는 날카로우면서도 절제된 무술액션들을 보고 있노라니 오래전에 잊었던 무협판타지의 로망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것 같다. 




특히, 역시나 출판만화계 전성기 때의 고수답게, 4년전 웹툰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시원시원한 컷구성과 과감한 액션, 의도적으로 컬러를 고르고, 극적인 명암의 대비를 사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스타일리쉬 함은 충분히 이 만화를 무협만화의 '고수'대열에 올리기에 충분하다. 거기다 과거를 상기시키면서도 어딘가 변화한 그의 그림체들도 반갑다.


판타지와 현대의 크로스오버 설정에서 풍겨지는, 둔탁한 콘크리트와 날카로운 충돌, 과감하고 시원한 액션이 때로는 절도있게 표현되는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 <무림수사대> 아직 1권에서는 많은 것들이 베일에 쌓여있지만, 연쇄살인사건의 연유와 범인이 밝혀지고, 무림수사대가 본격적으로 행동을 펼쳐질 2권이 기대된다. 1권에서 맛봤던 재미도 분명 배가 되리라. 


"왜 우리 경찰들이 혼자 안 다니고 꼭 파트너와 함께 다니는지 모르지? 혼자서 달리면 빨리 지치거든. 생각보다 이 세상이 꽤 넓고 길거든."


모지후가 1권 극후반부에 백선배에게 듣는 저 얘기에서 보여지듯, 모지후의 변화 또한 중요한 키워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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