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 도 - 울자, 때로는 너와 우리를 위해
윤미화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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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내용을 제목으로 차용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질문을 던져주는 책인지라, 이런 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정의하진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는 특별히 서평집이라는 인지를 하진 않고 있었지만, 이것은 분명 서평집이었다. 하지만 이 서평들은 한데 묶여 또 하나의 책으로 완성이 됐다.

 

서평집에 대한 서평을 쓰려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참 막막하다. 좀전까지 칼날같이 날카로운 문장도, 목화솜처럼 부드러운 문장도, 그리고 그것들을 그물처럼 이어놓은 글들을 만나고선, 이런 시장바닥에서 나뒹굴만한 같잖은 글을 쓰려니 말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서평들이 여기 <독과 도>의 저자처럼 여러갈래로 뻗어가며 각각의 사유를 확장시켜나감은 분명할테니, 낯을 두껍게 하고 짧은 글이나마 적어가야겠다.

 

이 책은 세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처음에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어쩐지 내면에 천착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건만, 실제로 책의 초입부터 역사와 사상의 인식, 정치와 사회에 관한 이야기가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두번째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간 이들의 태도를 엿보고, 세번째에 이러서야 비로소 좀 더 내면 안쪽 깊숙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큰 얼개는 분명 이렇게 세가지로 나뉘어 있지만, 반듯하게 자른 면처럼 그렇진 않다. 가령 정민의 <삶을 바꾼 만남>을 가지고 이야기 한 부분에서 현 교육세태에 대한 것 대신 공부와 책에 대한 태도를 읽는다면, 그것은 뒤이어 다른 책을 언급한 부분에서도 통할 수 있다. 

 

국가, 애국, 국익, 공익, 진보라는 신념을 맹신할 때 신념은 걷잡을 수 없는 괴물이 된다. 게다가 이런 경우 괴물은 죽어도 괴물성은 쉽게 죽지 않는다. 괴물성이 진정성으로 둔갑하면 비로소 괴물은 부활한다. (257)

 

<독과 도>는 우리가 사는 사회로부터 시작해서, 이런 자본에 잠식된 사회를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가, 결국 자신 속의 이야기까지 들어가는 과정인데, 이 사이에서 다양한 책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것이 <독과 도>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이며, 특성이다. 그리고 다양한 책들은 각각 저자의 손끝에서 다양한 관점과 담론으로 확장된다. 그 다양한 관점과 관심들이, 여럿이 모이고 모여 세가지 큰 줄기를 이루고, 결국 그것이 <독과 도>라는 하나의 강과 같은 책으로 흐르는 것이다.

 

오지 않을 사람인 줄 알면서도 기린처럼 목을 길게 내밀고 기다려본 사람은 압니다. 그는 오지 않지만, 다시는 웃는 얼굴로 내게 뛰어오지 않겠지만 우리는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 기다림은 우리들 사랑의 열병이겠지요. (282)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한 부분은 날카롭고 명쾌한 논리를 통해 풀어나간다. 사실, 정말로 여러책에서 에둘러 말하는 것들을 한방에 풀어주기도 했다. 이때에 이것은 하나의 서평이 아니라, 하나의 책이 되어버린다. 다음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저자인 자신의 생활을 많이 차용하며 자연으로 회기하는, 그러니깐 우리 인간의 존재를 좀먹는 아주 문제많은 체제들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속세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간 이들의 이야기와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혼연일체 되어 표면적으론 자연에 대한 예찬이고, 안으로는 모든 존재들과 평등하게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세번째에 이르러, 좀 더 안쪽으로 안쪽으로 향해, 이윽고 우리 마음을 이야기 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아마 이 문장으로 그 이유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외부 세계가 마치 무한히 복잡하고 힘든 것처럼 얘기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내적 여행의 미로에 비하면 가벼운 스텝 댄스에 불과하다!' (290) 그러니깐, 처음에는 좀 더 쉬운 접근법으로 시작해서 점차 내면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방법아니려나.

 

(...) 잘 조절된 자기애는 나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타자 존엄성을 인지한다. 이럴 경우 우리는 사랑을 체험한다. 사랑은 타인을 향한 배려와 관용을 보이면서 자신조차 행복할 수 있다. (286)

 

잘 쓰여진 서평은 이미 그 책에 국한되지 않았다. 거의 늘 한가지가 아니라 몇가지 책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글은, 하나의 책에서 나온 뿌리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튼튼한 나무처럼 우뚝 섰다. 서평이라고 해서 한 책의 곁다리로 생각해선 안된단 얘기다. 하나의 독립적인 책으로서 충분했다. 이미 책을 읽은 사람에겐 그 책이 가진 바를 토론하고 확장하고,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겐 책에 관한 이야기를 훨씬넘어 하나의 독립적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많은 책들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그것들이 누차 언급되고, 그 본문들이 인용되지만 나는 그것들이 그 해당책의 곁가지라고 생각들지 않았다. 내게 이 <독과 도>는 서평집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인문학 책이 되고, 에세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서평들의 모음이라 각각의 사유가 다른 책들처럼 길게 이어지진 못하고 약간은 단절됨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것들이 놀랍도록 밀접하게 이어지며, 언급된 많은 책들과 별도로, 단일한 주제로 통하게 됨을 목격했다. 그저 책의 형태이기 때문에 책이 아닌, 하나의 책으로서의 가치가 다른 것들에 비견하여 결코 떨어지지 않는단 얘기다.

 

칼바람 같은 글도, 카스테라 같이 달콤한 글이 책을 통한 이야기에서 나와 다시 책을 이루었다. 그 사이에서 정말로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났고, 또 기대한다. 읽는 다는 행위를 어떻게 기록하며 확장해야 하는지 한번 더 고민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흐르고 흘러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제의 길을 돌아보고 내일 갈 길을 찾아 나서는 여행은 인연의 발자국을 찍는 일이다. 당신은 무슨 책과 어떤 인연을 맺는 여행을 할 것인가.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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