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 매물도, 섬놀이
최화성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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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하나는 좋다. (실제 표지색은 사진보다 당연히 좀 더 진하다) 사진도 좋고, 글자 폰트도 좋고, 책의 질감도 좋다. 헌데, 조금 난감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책의 제목이다. 얼마전 짧은 여행길에 이 책을 들고갔더니, 친구가 내게 (사실 어지간하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한) '버스커 버스커'가 먼저인지 이 책이 먼저인지 물었다. 이 책이 그 이후에 나온거야. 라고 얘기했다. 솔직히 말해, 그닥 잘 지어진 제목이라는 생각까진 안들었다. 왜일까. 별 생각없이 '베낀것' 이라고 얘기를 하지 않아도 (버스커 버스커가 불러서 그 문장이 유명해진 것이지 어차피 거기서 처음 나온것은 당연 아닐테니깐) 그냥 내 마음엔 똑같은 이 제목이 왠지 성의 없어 보였다랄까. (책을 출간하는 입장에선 얼마나 고민이 있었겠냐만은) 그런데 지하철 같은 곳에서 책을 읽다 덮다 계속계속 제목을 한번씩 바라보니, 왜 내 마음에 안들었는지 알겠다. 내 생각에, 아니 내 입장에선, "이 바다를 '그들과 함께' 걷고 싶다." 가 이 책에 더 어울렸으니깐! 정말 이런 사람들 곁에 잠시 있는 것만으로도 놓쳤던 주변, 자연속 행복들을 다시금 들여다 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너무나 마음이 푸근해졌으니깐. 최화정 작가가 만들어낸 두명의 시인과 한명의 소설가가 함께한 매물도 3박 4일은, 읽기에는 3시간 4분 처럼 읽히고, 음미하기엔 3년 40일 같았다. 책의 제목은 아무래도 독자에게 권하는, 희망하는 어투처럼 느껴지지만, 독자들은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 바다를 그들과 함께 걷고싶다" 고.

 

"함께하는 사람의 반짝 빛나는 에너지에 물들 수 있다는 건 즐거움이다. 나는 그들의 에너지에 마음껏 물들기로 했다."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오토바이로 지구 열바퀴 되는 거리를 여행다닌 지리산 거주민 이원규 시인이나, 자연 하나 하나를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 또 다른 지리산 거주민 박남준 시인, 그리고 소설가보다는 미스터가 어울릴 법한 소설계의 마도로스 한창훈 작가가, 최화성 작가를 중심으로 매물도에서 3박 4일 동안 봄나들이 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전부다.

 

"근데 뭔 짓을 하러 섬까지 가라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별 그저그런 여행에세이 정도로 보았다간, 마음앓이를 할지도 모를 정도다. 무덤가에 앉았다 갈때도 이름모를 무덤 주인에게 인사를 잊지 않는, 달래를 켄 자리에 포자가 다시 생명을 틔울 수 있도록 다듬어주고 떠나는, 먹는 순간 까지도 그 (물고기의) 형태를 유지해서 죽은 것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려는 그런 그들의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삶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삶을 따라가다보면 정말로 우리가 엄한데에 관심두고 살아가는것 아닌지 문득 질문던지게 된다. 희극파트를 담당한 미스터 한(한창훈 작가)를 필두로 어설프게(박남준 시인) 혹은 기괴하게 (이원규 시인) 풀어놓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가슴에 '지잉' 하고 맺혔다가도 이내 '파핫' 이라는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데, 따뜻한 태도가 위트와 만나면 정말 행복한 웃음이 터져나오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중간에 짧게 실린 그들 각자의 '자연레시피' 는 그들이 그 재료들-자연들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그 순간까지도 '각자의 스타일대로' 얼마나 많은 자연과 생명을 배려하는지 느껴지기에 무척이나 독특하고 인상깊은 레시피로 기억되리라.

 

"그들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깊숙이 파고들지만 그 진지함에 오래 머물지 않고 경쾌한 웃음과 함께 튕겨져 나온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뭔가 여운이 남는, 한 편의 시를 읽듯, 한 편의 소설을 읽듯, 나는 그들을 읽고 있다. 매물도, 당금 마을, 구판장에서."

 

그들이 풀어놓는 이야기, 그들이 지나가는 이야기, 그들의 짧은 3박 4일의 이야기가 어느 긴 여행이야기 못지않게 가슴에 남는다. 엎드려 책을 읽다가 펼쳐놓고 문득 잠이 들랑 말랑 했더니, 책에서 달래냄새와 바다냄새가 나는 것을 느낀 것도 같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음은, 그들이 풍겼던 사람 내음이 아니려나. 아, 최화정 작가 참 부럽다. 정말로. (제목 별로란 말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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