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아폴론 3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친구의 집에 놀러가는 것은 생각보다 꽤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늘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시간을 지낸 친구의 집에 처음 놀러가는 날은 이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었다. 그 친구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며 나의 공간과는 다른 공간을 상상하고 또 신기해했다. 그것은 분명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이 방문했던 친구와 친하게 지내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으니깐 말이다.(당연한 얘긴가;) 결국 개인의 공간을 내어주는 일은,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의 물리적 심리적 공간에 서로의 방문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3권의 이야기다.

 

얹혀사는 집에서의 친척들의 부담스러운 대화로 인해 카오루는 집을 나선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드럼스틱을 보게되고 크리스마스날이 센타로의 생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생일선물로 드럼스틱을 고르던 카오루는 거기서 같은 목적으로 드럼스틱을 고르던 리츠코와 만나게 되고, 함께 드럼스틱을 나눠사고 길을 걷던 중 카오루는 충동적으로 리츠코에게 키스해버린다. (카오루는 생긴거와 다르게 무척이나..;;)

 

하지만 리츠코는 얼핏 눈물까지 보여버리며 사라지고, 그와중에 만난 센타로는 카오루가 나왔던 근본적인 이유까지 상기시키게끔 만들어 버린다. (정확히는, 그것을 카오루가 멋대로 상기해버린 것이지만) 어쨌든, 지금껏 센타로가 모든것을, 적어도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는 따뜻한 가정환경에서 남부럽지않게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 카오루는 센타로에게 함부로 말해버리고, 이윽고 센타로는 카오루와 함께 자신의 집을 가게 된다. 사실상 2권까지, 카오루의 과거 이야기는 종종 간략히라도 언급되었지만 센타로의 이야기는 생략되었었는데, 드디어 센타로의 과거가 제대로 밝혀지는 것이다.

 

서로가 공유하는, 다르지만 또 비슷한 유년의 결핍을 공유함으로써 그 둘의 신뢰는 더욱 깊어지지만, 카오루는 여전히 리츠코의 냉담한 반응을 확인할 뿐이다. 재즈연습은 역시나 불협화음. 그러던 중, 카오루는 우연히 센타로의 동생과 함께하던 종이컵 전화상담(!)에 자신도 모르게 리츠코가 들어오고, 그로인해 카오루는 크리스마스의 일에 대해서 용서를 얻지만 확실한 대답(거절) 또한 듣게된다.

 

다리가 풀릴만큼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카오루는 도저히 연습에 나오지 못하고, 센타로는 그런 카오루의 집에 침입하게 된다. 그리고 일정보다 빨리 집에왔다가는 아버지에게 이혼한 엄마의 연락처를 받은 카오루는 엄마를 만나러 (어쩌다보니 센타로도 함께) 떠나게 되는데, 엄마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고, 잠시 신세를 지려했던 준이치 또한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데...

 

 

매 권 마다 카오루의 돌발행동!에 깜짝깜짝 놀란다. 뭐랄까. 이거 곱상하게 도련님처럼 생겼어도 실속은 다 챙기는..(?) 현명하고 남자다운 남자랄까; 특히나 이번의 눈내리는 크리스마스날 카오루의 행동은, 그가 실은 정말로 대단한 캐릭터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특히 이번화에서는, 아마 60년대의 시대적 배경이기에 좀 더 현실감 와닿는, 종이컵 통신에 관한 부분이 돋보였다. 리츠코의 미안함과, 카오루의 망연자실함이 얇은 실을 통해서 전달되는 풍경은 어찌나 아찔한지. 슬픈 장면이지만, 역설적으로 또 너무나 예뻐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아가 그 전후로 카오루와 센타로가 서로의 집을 예기치않게 방문하며 서로에 대해서 한발 더 이해하는 부분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공간을 열어준다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준다.

 

엄마를 찾으러 간 카오루와 센타로는 과연 (카오루의)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사라진 준이치는 어디에 있을까. 이번에도 여러가지 의뭉점을 남긴채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4권에서는 많은 이들이 새로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이다.

 

말미에 수록된 약간은 으스스한, 그렇지만 푸근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짧은 사랑 단편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나저나 애니메이션은 어떨지 궁금증 대 폭발 인데, 혹시라도 마음에 안들까봐 섣불리 보지도못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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