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아폴론 2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학교 같이 모든 이들이 계급에 구분없이 평등하게 남녀노소 여럿이 지낼 수 있는 곳은 확실히, 여러가지 복잡한 관계들이 얽히기 쉽다. 굳이 사귀거나 하지 않더라도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데, 또 누가 그것을 안타깝게 바라본다던가 하는, 그리고 그게 이중삼중으로 꼬이거나 하는 얘기들 말이다. 그것은 학교 같은 반강제적 단체생활에서 특히 더 가능해서,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고 바보같기도 또 안타깝기도 하다. 그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카오루와 센타로, 그리고 센타로의 소꿉친구인 리츠코가 드디어 그런 얽히고 섥힌 관계의 중심에 들어오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언덕길의 아폴론>2권의 이야기다.

 

카오루, 리츠코와 함께 했던 나들이에서 자신이 도와준 여인에게 넋을 빼앗겨 버린 센타로는 그 이후로도 여전히 넋이 나가있는 듯 하다. 더군다나 등교길에 그 여인 '유리카' 를 만나, 같은 학교 학생인 것을 알게되며 센타로는 더욱 이상기후에 돌입하게 된다. 리츠코를 본격적으로 짝사랑하게 된 카오루는 유리카와 센타로를 이어주기 위해 더블데이트를 제안하지만, 유리카와 센타로의 다정한 모습으로 인해서 혼자서 숨죽여 상처받은 리츠코를 바라보게 될 뿐이다. 자신의 섣부른 행동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상처입혀버린 카오루는 유리카의 얘기를 서슴없이 꺼내는 센타로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게되며 둘은 잠시 냉전에 돌입한다.

 

결국, 일전에 준이치에게 들었던 'Someday my prince will come' 을 연습해 리츠코에게 선보인 카오루는, 내친김에 (참 생각보다 대담하게도, 그리고 멋지게도) 고백까지 하게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아 보인다. 코다마 유키 작가는, 유리카에게 데이트 신청한 장본인으로 몰아세워진 카오루를 보며 리츠코가 언뜻 묘한 시선을 던지듯 보여지지만, 결국 그녀는 센타로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깐.

 

하지만 리츠코의 절대적인 노력으로 센타로와 카오루는 다시 화음을 맞추며 얼어붙은 감정을 녹인다. 그리고 준이치는 주일미군이 드나드는 술집에서의 재즈공연을 제안한다. 드디어 카오루, 센타로, 준이치, 그리고 리츠코의 아빠인 츠토무까지, 그들의 실력을 펼칠 기회가 온 것이다. 카오루는 리츠코에게, 센타로는 유리카에게 보내는 재즈의 선율을! 하지만 어째 둘의 사랑 모두 다 순탄하지가 않을 것 같은 전개가 펼쳐진다.

 

 

유리카 라는 여인에게 반해버린 센타로의 귀엽고도 진지한 모습, 그런 센타로를 지금껏 바라만 봐왔을 리츠코의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그런 리츠코를 좋아하는 카오루의 마음이 섬세하게 그려진 2권은, 리츠코의 마음이나 센타로의 마음 역시 빼놓을 순 없지만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에 상처를 입힘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카오루의 마음이 아주 잘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복잡한 관계를 (완벽하진 않더라도) 털어내고 재즈공연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들 또한 멋지다. 손님의 행패로 자칫 위기가 될 수 있던 그들의 공연을, 서로가 하나의 호흡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은 잠깐이지만 하나의 밴드가 탄생하는 우여곡절을 보는 것과 같았다. 특히 각자가 할 수 있는 악기를 통해서 하나의 재즈를 완성해가는 모습도 일품인데, 그런것들을 대범한 컷구성과 연출력으로 잘 표현하고는 있어서, 음악과 그 현장의 분위기를 상상하는게 어렵진 않지만 아무래도 만화책으로는 아무 소리도, 움직임도 느낄 수 없음이 아쉽기는 아쉽다. 언급된 음악을 듣고는 있지만 말이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애니메이션에선 분명 채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계속 하고 있다)

 

어쨌든, 재즈를 본격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에(?) 사용하게 되고, 첫 공연까지 무사히 마친 이들의 행보는 앞으로 어떻게 재즈와 연결되고, 그속에서 또 어떤 마음의 우여곡절을 겪을지.

 

아, 말미에 실린 단편 <인터체인지> 정말 정말 좋다. 책의 가치를 두배정도는 올려줄 수 있는 작품이다. 뒤에 단편들도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쏙 맘에드는지 모르겠다. (특히 <인터체인지>는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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