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와 선배의 이야기 : 두 번째 이야기 나와 그녀와 시리즈 2
토지츠키 하지메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생과 사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육체가 소멸해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상황이 바뀌면 거기에 따르겠지만 다른 길을 통한다 해도 목적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누나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스즈키는 언제부터 어떻게 , 죽은지 7일이 지나기 전에 몸의 일부를 취해두면 혼의 절반을 잡아둘 수 있으며, 살아서 저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낸다면, 즉 생과 사의 경계를 찾아낸다면, 그로인해 누나의 나머지 혼을 불러내어 완벽히 살려낼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일까

 

<나와 그녀와 선생의 이야기> 보다 늦게 출간된 작품이지만, 시간적으로는 그 전의 이야기를 다룬 <나와 그녀와 선배의 이야기>는 전편에서 누나를 살리기 위해 생과 사의 경계를 파헤치는 스즈키 선생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어떻게 그의 가문에서의 여성의 액받이로서 역할을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그런 주술적인 지식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그를 인도한 것과 다름없는 나카무라 칸과 그의 여자친구 코바야시 메이사를 만나게 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인생의 길을 걷게 된다.

 

 

 

 

 

자신의 엄마가 죽고나서, 스즈키는 의문을 갖게 된다. '왜 이 집안의 여자들은 일찍 죽는가.' 그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여자들이 남자들의 액운을 대신 짊어지고 종국엔 그로인해 일찍 죽을 수 밖에 없는 집안의 내력을 알게되고, 나아가 그녀의 누이또한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알게된다.

 

사람들에게서 심령사진을 촬영하고 있던, 슬픈 눈을 가진 나카무라 칸은 우연히 그런 스즈키를 촬영하면서 그의 주변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있음을 알게된다. 물론 스즈키 또한 그런 점에 대해서 크게 놀라는 기색이 없다. 그 자신의 집안의 내력을 스스로 알고있으니깐 말이다.

 

 

 

 

 

스즈키의 학교 선배였던 나카무라 칸은 스즈키의 누이의 액운을 반 대신 해줄 수 있는 주술을 부린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칸 또한 작은 부성을 입게 되고, 그런 칸의 여자친구이자 무녀인 코바야시 메이사는 그런 칸이 걱정될 뿐이다. 스즈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녀에게도 여실히 느껴졌고, 그런 그를 도와주는 칸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사실 누이의 액운을 대신 짊어질 누군가를 찾고 있던 스즈키에게 우연히 나타난 칸과 메이사는 처음에는 도구적인 존재로 느껴졌고, 계속해서 그런 태도를 취하고는 있지만, 스즈키는 칸이 하는 일에 또한 관심을 보인다. 모두 자신의 누이를 위한 일이 될테니깐 말이다. 물론 칸 또한 그런 스즈키 집안 주술의 기원을 통해서 자신이 찾고있는 '무언가'를 확장하려 한다.

 

스즈키는 자신의 집에 온 칸과 메이사와 함께 집안 여성들의 내력(액받이)의 기원을 알게된다. 오래전, 전쟁에 나간 남편의 안녕을 기원하며,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했던 한 무녀의 주술적인 힘이 그 집안의 여성에게 계속해서 내려오며, 모두가 그 의식을 행해왔던 것. 물론 그녀들은 모두 그 '진정한 힘'은 모르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칸은, 언제부터 이런 주술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또 주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까. 수석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 집안에 살고있던 칸은, 종종 정원에 쓸모없는 수석을 갖고 오기도 했는데, 그 돌 밑에서 왼손이 들어있던 나무상자를 가져온 후, 칸의 왼손은 그의 것이면서도 또 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 이후로 칸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 한 것.

 

 

칸은, 강력한 주술을 사용하던 누군가가 그렇게 나눠서 매장된 것으로 추측하고, 나머지 신체부위가 매장된 곳을 찾아, 그것들을 모음으로써 왼손으로서는 하지 못했던 좀 더 완벽한 주술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고 그것들을 찾고 있던 것이다. 스즈키의 집에는 그것에 대한 근원은 없었지만, 유일하게 자신과 동질성을 갖고 있었기에 칸은 이제 나머지 작업을 스즈키와 함께 한다. 누이의 액운을 막으려고 하는 스즈키와, 칸은 이제 모종의 계약을 하고있는 셈이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칸의 여자친구 메이사.

 

 

 

 

칸은 과연 나머지 신체를 찾아서 완벽한 주술을 사용할 수 있을까? 스즈키는 그런 칸에게 무엇을 얻게 되는 것일까? 스즈키의 과거인 이 이야기는 좀 더 스산하고 슬프다. 누이의 액운을 막아보려고 하는 스즈키와 왼손을 발견한 후에는 마치 그 왼손에 이끌리기도 한 것처럼 나머지 부위를 찾아내고자 하는 슬픈 눈을 가진 나카무라 칸, 그리고 그런 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코바야시 메이사의 이야기는 묶어서 본다면 결국, 누군가를 지키거나, 혹은 그리워 하는, 그러니깐 (포괄적 범위에서의) 사랑하는 누군가와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여전히 웃음을 주는 포인트는 건재하지만, 이전 <나와 그녀와 선생의 이야기>와 같지는 않다. 확실히 좀 더 본격적인 기담의 분위기로 흘러간 것 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누구도 막지 못할 것 같이 나아가는 칸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메이사의 모습은, 이전 작품에서 누이의 삶을 향한 스즈키의 애처로운 감정에서 이어져, 보는 동안 마음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분위기는 좀 더 차분하고 무거워졌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이 느껴졌다.

 

 

 

 

전작을 통해서 작가가 마치 좀 더 따뜻한 세미-기담 의 이야기만을 펼칠것이라 예상했던 내겐 본래 작가의 능력또한 깨닫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그것을 선택할 뿐이었던 것, 이랄까.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분위기를 띔으로써 두권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다른 작품을 읽은 것 처럼도  느껴지는게 꽤 신선했다. 이것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후속편 또한 나올 것으로 알고있는데, 이후에는 누구의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된다. 전편인 <나와 그녀의 선생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타카하시 켄신과 편의점에서 함께 일하는 타나카 노부토 또한 범상치 않던데, 그렇게 한번 추측해볼까? :)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또 도와주던 전편에서의 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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