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김상봉 지음 / 꾸리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정치에 대한 관심에 비해서 기업의 구조나 노동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던게 사실이었던 것 같다. 노동자의 파업같은 문제는 그저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불변하는 경영자들의 횡포로 생각은 했었을지라도, 그에 대한 자세한 배경이나 원론적인 문제는 쉬이 찾아보지 않았었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법적 테두리는 정치라는 확신이 지배적이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실상, 초국가적 기업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일은, 비단 무기산업과 관련된 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됬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거대 주식회사 집단 곧 재벌가문의 노예가 되어 있다." (236)

 

내가 다니는, 다닐 회사가 아니라고 아무런 관심도 갖고있지 않은것은 좁게는, 내 친구, 내 가족들이 속해있을 많은 기업의 횡포를 부정하는 것이며, 결국은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의 비극과 불합리함을 놔두는 것이니 썩은 정치를 두고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어떤 의미의 공공성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한국의 재벌 자본주의다." (235)

 

서두에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을 이야기 하는 이 책은 어쩌면 회의적인 사람에겐 발길을 돌리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근거들을 나열하다 마지막에 결론을 짓는게 아닌, 이미 지어진 결론을 증명하는 과정은 솔직함과 동시에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아마 그간 저자의 준비가 철저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노동자에게 경영권을 돌려줘야 한다" 같은 슬로건에 대해 대부분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기업은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에 열이면 열은 사장, 혹은 회장의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 대답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나라의 가장 큰 기업은 대부분 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이들에 의해서 너무도 당연하게 좌우되고 있으니깐 말이다. 매스컴이 그렇게 비추고, 주변인들이 그렇게 바라보기때문에 우리는 아무 의심없이 모든 기업을 개인소유의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소규모 기업이나, 예전의 기업들은 그랬었다. 주식회사란게 생길때까진 말이다. 저자인 김상봉은 순수 개인의 자본과 설립, 운영, 그리고 무한책임으로 이어지는 그런 기업들의 경영권을 노동자의 것으로 빼앗자는 것이 아니다. 본래 주인이 없는 주식회사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자본을 가진 자가 경영을 하는게 아닌 구조의) 형태를 마치 개인의 것처럼 부리고, 부정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너무 당연시 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그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가 준비한 논거들을 따라가면, 말미엔 가장 뚜렷한 대안이 제시된다.

 

"노동자들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는" 대명제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예상되는, 그리고 실제로 있어왔던 수많은 반박들을 다시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또한, 이 대명제를 실제로 이루는 방법이 단순 노동자가 회사를 운영하자는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이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는것은 내 수준에선 불가능하다. 저자가 한권의 책을 통해서,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반발감이나, 상식에 대한 깨부숨의 근거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거기다 단 한번 읽어본 나로서는 이 책의 주장을 괜히 어설프게 열거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에 언급한것, 그리고 뒤에 언급하는 이야기들은 최소한 이책의 내용이 실현하기가 용이하진 않은 상황이라도,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란 것을 조금이나마 이야기 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글을 읽고 허무맹랑함에 더 무게를 두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리고 당연히) 이 글이 부족한 탓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아직은 요원한 일'이라고 평가할수는 있겠으나 '불가능하다'란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법적인 논리와는 또 다르게 철저하게 경제, 기업, 정치생태를 논리적으로 파헤쳐야 할, 그리고 그랬을 것 같은 이 책의 내용들에 기본 밑바탕이 철학이라는 것에 나는 새삼 놀랐다. 경제학자, 혹은 기업인들이 '경영철학'이라고 함은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위한 어떤 구호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철학이란 어디에도 빠질 수 없고 빠져서도 안되는, 그리고 우리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때 다시 근본부터 되짚어 볼수 있는 유일무이한 열쇠라는 것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정도면 웬만하게 철학, 혹은 경제분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충분히 조금만 시간을 들여 읽는다면 십분 이해할 수 있게끔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는것도 이 책의 장점이겠다.(아마 저자의 주장을 설득시키는 것이 쉽지가 않음을 저자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것은 실제적인 방법의 문제보단, 우리의 확고한 인식을 뒤집어야만 하는 문제니깐) 그럼에도 이 책이 철학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서, 철학으로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란 것또한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다. 철학은 근본이념으로써 우리가 법이전에 갖춰야할 인식을 설명함에 바탕이 되는 것이지, 방법 그 자체는 철저히 현실적이며 논리적이다.

 

노동자와 경영자가 서로 단절된 홀로주체들이 아니라 더불어 보다 높은 하나 속에서 결속된 서로주체로서 '우리'라면, 경영자의 경영권 역시 타자로서 노동자에게 명령하는 권력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보편적 의지와 활동의 표현이며 실현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경영자가 노동자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으로서 노동자들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라면, 노동자들은 경영자 속에서 자기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경영자는 노동자들과 서로 주체성 속에서 '우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니, 이런 기업이 참된 공동체를 이룰 수는 없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292)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라는 부제는 전혀 틀린말이 아니다. 인간을 이롭게 하기위한 저자의 애정어린 철학의 시선을 바탕으로, 경제학자의 말을 빌리거나, 명료한 법의 해석을 통해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은, 소설만을 많이 읽어오던 내가 차마 (소설보다) 쉽다고는 할수없지만, 예상보단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철학을 파헤치고 법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갖고있던 기업, 즉 주식회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되짚고, 그것을 우리와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해외의 사례를 분석하며, 나아가 우리가 철학적인 사고의 부분에서, 그리고 법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해결을 해나가야 할 것임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실제적으로 철학이 어떻게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철저하게 경제와 사회에 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이건희의 것'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가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직 주식회사가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만이 주식회사를 두고 소유의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80)

 

위의 말처럼 명심해야 할 포인트 및 논리전개의 과정은 사실상 간단하다. '법인' , '주식회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논리적으로 파헤침을 통해서,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시켜 생각하고, 주식회사란 것의 근본 성격과, 우리가 잘못 인식하고 방치하고 있는 재벌 기업들의 병폐를 인식하며, 나아가 경영자와 노동자가 도구를 부리는 자와 도구 그 자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더 높은 하나를 이룩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과, 실질적인 법안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끝으로 '주식회사의 이사는 종업원 총회에서 선임한다.' 라는 법률조항이 현실적으로 제시되어,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짐과는 별개로 나는 모든 이가 사실상 노동자인 세상에서 아래의 문장이야 말로 중요한 맥락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몫이요, 철학자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의 세계를 형성해 나갈 자유로운 노동자의 몫일 것이다." (310)

 

 

 

 

 

 

 

 

 

 

 

 

 

(이 리뷰는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