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 아니다 - 세계사 속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
신금자 지음 / 멘토프레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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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역특혜 문제가 한창 불거졌을때 어지간한 게시판이나 기사 덧글은 항상 남/녀 싸움의 장이었다. 임신과 군병역 문제를 연결지으면서 싸우는 모습들은 측은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여성가족부는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불평등을 해결하거나, 그간 가부장제에서 살아온(그 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 남자들의 의식을 바꾸기엔 역부족 이었다. 루머인지 진짜인지 이제는 구분도 되지 않는 여러 황당한 정책들은 여성가족부에 대한 남자들의 편견을 심어주기에 너무 좋았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으로만 이뤄진 집단도 아닐텐데 말이다. 또한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면 충분히 도움되는 정책들도 많긴 하더라)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남녀가 서로 같은 파이를 나눠갖는게 아님에도 서로 헐뜯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항상 해법은 윈-윈 은 커녕 루즈-루즈 가 흔하다.

 

이런 얘기를 한 이유는, 남/녀를 편가르게 하는 기득권의 문제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 실질적으로 그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본질 자체, 차이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종국엔 인격적인 것까지 남녀 이분법으로 구분지어 이야기 하는 것이 일상다반사 였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연관은 되어있지 않더라도 그것은 서로의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됬을 것이리라.

 

물론 거기에 이 책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 평가에서 '악녀'와 같이 부정적 이미지로 평가되거나 부족하게 평가되는 여러 여성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새로운 시각에서 반추해보려는 시각의 책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특별히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직접적으로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 남성들의 시각들로 기술되어 왔던 여성들의 다른 시각을 바라봄으로써 '여성자체'를 이해하는 시도라 생각된다. (다만 내가 느낀것은, 여성뿐만이 아니라 어떤 인물이라도 이렇게 '재조명' 은 필요하단 것일까)

 

과거 여성사의 최고 상징이라고 볼 수도 있는 클레오파트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역사가 기억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 역사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조망하기 시작하며 현대의 마녀처럼 여겨진 오노 요코의 이야기도 있다. 거의 최상층의 여성을 다루는 중반부까지는 국가와 국민위에 있던 실권자로서의 여성들의 삶을, 공개된 차원에서의 역사적 흐름속에서 다루는 것으로 시작해서, 조금 더 특별히 여성적 시각으로, 남성 역사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생물학적 차이로 인한 (특히 출산, 육아 및 왕위 계승관련) 것들을 다시금 조망한다. 역사적 흐름속에서 이해해왔던 인물들을 다시금 새롭게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아예 몰랐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 시대상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유명한 영화, 예술,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다른 시각, 특히 여성이라는 시각에서 조망하는것이 유익하고 흥미로웠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특히 생소했던 중세의 여러 가문이나 왕조들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여성만이 겪어야 했던 필연적인 난관들은 비록 내가 해당 인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왔지 않음에도, 다시금 그 인물에 대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령 마리 앙투와네트 같은 경우엔, 비단 여성이었기 때문이기보단 그 언행때문에 생겼던 선입견을 다소 전후맥락을 통해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비교적 현대 인물임에도 역설적으로 잘 몰랐던 배우들의 이면에 있는 모습들은 쉽게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현대 여성상의 다른 모습들 이었다. 

 

다만, 여러 역사적 사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있지만, 그것들이 배경설명에 그치고 때론 다소 작가 자신의 감상적인 노고치하와 이해가 앞설때도 있었던 점은 아쉽다. 물론 저자 또한 다분히 동의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기에, 이것이 특별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아쉬운 것은, 차라리 인물을 줄이고 역사적 근거와 분석적 자료들을 제시했더라면 좀 더 풍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은 분명히 페미니즘 적인 지점을 지향함이 틀림없이 보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하고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깊게 공부한 적도 없고, 솔직히 아직 잘 모르는 것들이 많다. 감히 말하건데, 내가 어렴풋하게 '궁극적 페미니즘' 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이다. 물론 그것은 책을 읽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룬 후에 떠오른 단상이었고, 그 책은 그것 이상의, 어쩌면 그것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겐 이 <나는 꽃이 아니다>란 책이, 희대의 여성들에 대한 조망 이상의, 한쪽으로 치우친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들에게 다른 시각을 제공해주었다고 보여진다. 사실상, 역사적 인물들에서 남자들의 긍정과 부정은 한 '사람' 으로 평가받는 반면에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늘상 역사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은 (적어도 많이 기록되있는 것은) 남성이었고 그들이 힘과 여성을 탐닉하는 것은 마치 당연한 생리현상처럼 여겨져왔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이 벌여온 여러 부정들은 그저 단순한 비판에 그치고 말았지만, 가냘프고 섬세한 이미지가 각인된 여성들이 벌이는 큰 업적이나 부정은 아직까지도 (남성과) 비교되어 회자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것들의 완전한 균형이 가능할지는 조금 회의적이다. 생리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다르기 때문에 그것들에서 조금만 뻗어나가도 여러 편견과 색깔 입히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기 시작한지가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사실 아직도(언제까지 일지도 모를) 남녀평등의 과도기적 시기에 이 책은 직접적으로 담론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역사적 여성들을 쭉 훑으면서 이해의 폭을 한단계 진전시킬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담론이 아니라, 인물에 대한 재평가로만 그칠 수 있다는 위험을 간과할 순 없을 것 같다. 독자의 역량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저 재평가로만 인지하지 말고 자발적 결론의 도출이 필요할 것이다. 굳어지고 확고한 결론이 아닌, 열려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론 말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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