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 양극화.분쟁.종교.민족.환경.질병
박종성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9.11 테러를 생각했을때 기억에 남는 것은, 마치 영화와 같은 테러의 공포가 점차, 단순 반복되어진 순간들이다. 즉, 테러에 관한 충격이 연신 티비에서 쏟아져 나와, 충돌장면과 붕괴과정의 반복으로 인해 단순 기계적인 사건처럼 느껴졌단 얘기다. 어쩌면 이것이,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느끼게 된 감정이라고 할지라도, 아마 그때 분명 실제 사건과 녹화된 화면이 주는 무의미한 반복과의 괴리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이라크전은 또  어땠는가. 미국 항공모함에서 촬영한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과, 적외선 카메라에 찍힌, 공습당하고 있는 이라크의 모습은 또래아이들에게, 전쟁의 심각성과 잔인성 보다는 영화나 게임과 같은 모습들에 불과했다. 우리는 미국이 발발시킨 전쟁을, 미국언론을 통해서 아무 거리낌 없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면,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들은 모든면에서 무척이나 개방적이고 청렴한줄로만 안다. 물론 그것은 근대화 이후 줄곧 해외의 원조를 받고, 또 그 나라들을 동경하며 자라온 세대들의 피할 수 없는 시각임은 어쩔수 없겠다. 하지만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특히 선진국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언론은 단면만을 바라보기 쉽다. 특히 공신력 있는 매체야 말로, 당연히 정부가 손에 쥐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한두개의 채널, 한두개의 신문이 그 시대를 읽는 창의 거의 전부인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세계적인 문제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보여져 왔다. 보여진 것들은 이미 해당국가가 선별해서 방송하고, 또 그것을 국내 방송사가 또 선별해서 가져온 것들이었으니깐 말이다. 일례로, 이라크전을 본다고 해도, 우리는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 등 소위 강대국이란 곳에서 촬영한 영상을 접하기 쉽지, 이라크나 주변 국가들의 반응이나 담론을 접하기가 쉽지 않듯 말이다. 세계는 항상 시시각각 다른 사건들을 발생시킨다. 항상 새로운 것에 반응해야 하는 언론은 한가지 담론과 관심을 계속해서 끌고갈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또한 이미 역사가 수차례 증명했듯, 대부분의 언론들이 항상 권력에 무릅 꿇었었다. 우리는 그렇게 강자가 만들어낸, 강자가 통제하는 언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봐 왔다.

 

국내 얘기를 하자면, 소위 조중동이라는 거대 언론사와 한겨례 경향의 대립정도로 생각되어왔던 언론사는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그 수가 급격히 늘었다. 초창기 거대 언론사의 권력에 대한 방편으로, 그리고 촛불문화제에 대한 중계로 그 입지를 굳혔던 몇몇 인터넷 (진보)언론사들의 등장과 더불어 또 그에 맞서는 (보수) 언론사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해외파 SNS의 보급으로 인해 다시 또 새 흐름을 맞았다. (그리고 그 규제로 인한 새 흐름 또한 맞고 있는게 사실이다) 앞서 국외의 언론들을 통해 이야기 했듯, 이것들 또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보도하기엔 한계가 있다. 사실상 어지간한 큰 사건들이 아니면 지속적으로 다루기 힘들다. 언론 또한 구독자, 광고와 완전히 무관할 순 없으니 말이다. 여러 사회현상에 무관심하거나 혹은 수동적인 대다수의 사람들까지 포용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책이나 다큐멘터리 처럼 그것들을 집중적으로 희망하고, 그래서 능동적으로 그것들을 접하는 사람들은 항상 다수가 되지 못해왔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 및 시사프로그램을 본다. 그중에 방영시간을 애써 맞추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그리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책이야 말로 진실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닐까 싶다.

 

[언론이 말해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은, 그것들의 총 합이다. 하루 이틀, 혹은 한두달의 현상들의 진실 찾기가 아닌, 웬만한 성인이라면 소싯적부터 꾸준히 접해왔던, 혹은 범국가적 문제들에 대한 진실찾기 개괄서이다. 책 표지에서 보이듯 양극화, 분쟁, 종교, 민족, 환경, 질병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져있다. 총 6개의 챕터로 나눠진 이 책의 중후반부는 거의 카테고리 분류에서 볼 수 있듯, 거의 제3세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의 진실 찾기다. 현재 월가 시위를 비롯한 양극화, 반세계화의 시작에서, 각 나라들의 가난과 분쟁이 강대국 및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 및 이권의 개입과 관련없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해준다. 티베트나 코소보 사태, 중동 지역의 독립, 민족, 종교 등에 관한, 보통 사람들이 어느정도 표면적으로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은 그 근원을 살펴 봄으로써 그것이 그들의 문제이면서, 또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내게 많은 시사점을 준 것은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문제였다. 얼마전 우리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준 부분이기에 특히 관심이 갔었는데, 실상 알게된 진실은 다분히 충격적이면서도, 앞 부분에서 얻은 강대국과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모습으로 인해 또 어느정도는 짐작해볼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행한 구출작전으로 말미암아, 소말리아 인근 해상의 위협과, 그것을 대비하는 여러 국가들의 모습은 알게되었음에도 정작, 몰랐던 '그들이 왜 그렇게 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해준 그 파트는 인상깊게 남아있다. 물론 그들의 행동을 옹호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 부분을 읽은 순간부터 이전과는 조금 넓은 시각으로 그때의 사건을 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언론이 말해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이 책은 사실 굉장히 극단적으로 치우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음에도, 서문에서 나와있듯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려고 한다. 그것은 어떤 눈치보기식이 아니라, 언론이 말해주는 것에서 언론이 말해주지 않는 것으로 시선을 이동함에 있어 편향된 사고를 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리라.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전반적인 목적이 소위 '강대국과 다국적기업 까기' 가 아니라, 우리가 '그 국가', '그 민족', '그 종교' 만의 문제라고만 치부하던 것들이 사실은 그것으로부터 비롯되서 적잖은 국가와 기업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는 책을 읽은 후에, 어떤 문제는 그 자체의 문제보단 그 주변의 영향으로 인해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음을 알게되고, 어떤 문제는 그 자체의 문제가 다른 주변의 영향을 끌어들여 심각해진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이 책의 목적이 한 극단의 시선에서 한 극단의 시선으로의 이동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판단을 세우기 위해선 분명 더 많은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리라.

 

세계화는 결국 국가간의 이권으로 연결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힘을 쥐고 있는 나라들의 언론을 통해 접하는 세계의 모습들또한 우리의 편향된 시각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왜곡된 국내 기사를 보는 것과, 해외에서 왜곡되거나 혹은 들어와서 다시 왜곡된 기사들을 보는 것의 차이는 결국 개념은 비슷하니깐.

 

다만, 지금과 같이 여러 언론이 발달하고 새로운 시각들을 쉽게 접할수 있는 현실에서 보기엔 완벽히 새로운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더 큰 문제는 결국은 힘에 의한 논리라는 것에 대한 자포자기식 매너리즘이 더 문제일 수도 있겠다) 많은 이야기들을 담기위해 각 이야기들의 분량이 적은 것도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같은 심층적인 책보다는 세계적인 여러 사건들의 이면에 대한 개괄서임은 확실히 해야할 것 같다. 한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보다는, 보다 많은 사건들의 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혹은 아직 다른 분야는 잘 모르는 이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짧은 시간에 세계의 개괄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분량이 적다고는 하였지만, 사실 민족과 종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것들을 처음접하고, 생각하며 읽는다면 약간은 더딜 것이란 얘기다. (민족, 종교에 관한 파트들은 조금 생소한 인물이나 용어에 따라) 그리고 다음 인쇄에는 몇몇 오타가 필히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책이든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어쨌든, 세계적인 문제이기에, 우리가 더 접하기 힘들었던 언론 저편의 진실들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쉽게 접근하기엔 별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 여겨진다. 사회분야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들, 혹은 깊게 공부할 여건이 안되는 이들이 보기에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