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마이 로마이 1 테르마이 로마이 1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발상의 전환을 통한 목욕의 참 의미 곱씹어보기!!

고대 로마, 테르마이(목욕탕) 설계자인 루시우시는 자신의 설계안이 더이상 인정받지 못해, 좌절한다. 그 와중에 시장서 우연히 만난 그의 친구 마르쿠스와 함께 기분전환겸 갔던 목욕탕에서 정체모를 통로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가 다시 수면위로 나왔을때 마주한 것은 현대 일본의 목욕탕. 광활한 시공간을 넘어 마주한 낯선 풍경에 루시우시는 적잖이 당황하지만, 이내 진보한 목욕문화와 시설을 배워나가기에 바쁜데..

살아가는데에는 일상적인데, 쉽게 다뤄진 적 없는 이야기. 일단은 목욕에 대한 소재부터 기발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이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작가는 루시우스 처럼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준비한, 철저한 사료분석을 통한 고증은 고대 로마의 현실감있는 묘사와 목욕탕 타임슬립이라는 황당한 설정과 함께 버무려져 유쾌한 충돌을 자아낸다.

 재밌는 점은, 목욕에 관해 풀어가는 이야기인 탓에 상반신 누드는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단골메뉴인데, 그것이 이 만화의 그림체와 아주 잘 매치된다는 점이다. 간결한 뎃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한컷 한컷은, 깔끔한 디지털의 느낌과는 또 다른, 디테일에 대한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장면장면에서의 풍부한 표정묘사, 나아가서는 현대 일본의 목욕문화를 체험하면서 느끼는 황홀감의 젖은 표정은 그 주인공의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한번도 목욕이란 것을 깊게 생각한적도, 고대의 목욕문화에 대해 쥐뿔만한 관심도 없었던 이들에게 황당하고 유쾌한 경험을 선사해주는 이 <테르마이 로마이>에 대해 간단하게 나눠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디테일!

 

 "바~~로 이 맛, 아입니까!?" 

 섬세한 표정연기가 일품인 루시우스 표정 3종셋트. 물론 '부분발췌'일 뿐이다. 나머지는 책을 보며 즐겨야 할테니.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출판사에 있습니다.)

 

작가는 14살때 홀로떠난 여행에서 만난 이탈리아 도예가의 초청으로 17살때 이탈리아에 건너가 피렌체 예술학교에서 11년간 유화를 배웠다고 한다. 이런 이력에서 미루어보면 신기하지 않은것이, 이탈리아 생활을 그린 에세이로 데뷔했다는 사실이다. 오랜 타국생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목욕은 매우 안락한 휴식처가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이태리 장인정신이 뭍어나는 디테일함은 비단 표정에만, 사람에만 국한된것이 아니라는 점. 잘보면....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출판사에 있습니다.)

  

고대 로마와 현대 일본의 목욕문화와 환경에 대해서 자세히 그려내고,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로 인해 소홀할 수 있는 상황설정이 단단한데다, 극화체의 그림들이니, 타임슬립을 제외한 모든것은 극도의 리얼리티를 표방한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목욕탕을 배우자!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에 나오는 한장의 목욕이야기와 사진들은, 만화에서는 이야기 전개상 다 담을 수 없는 고대 로마와 일본의 목욕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거기에는 정말로 고대 로마의 목욕 문화에 대한 자료도 있고, 작가가 여행을 하며 봐온 목욕문화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바라보는 목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얼마나 테르마이(목욕탕)을 사랑하는지 짐작케 해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이것들을 읽어보고 있노라면 새삼 목욕이라는 것을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작가가 이 목욕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목욕의 의미를 다시 찾자!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출판사에 있습니다.)


 목욕은 기본적으로 청결을 유지하며, 심신을 안정시키며 켜켜이 쌓여있던 피로를 풀어주는 행위이다. 시대가 변하고 청결과 위생이 점차 보급되면서, 이 목욕이란 개념은 어느정도 보편적인 행위가 되었는데, 그중에 일본의 온천문화는 다른나라의 목욕문화보다 조금 더 특별하긴 특별한 것 같다. 작가가 밝혔듯이 고대로마와의 공통점인 화산지대의 영향을 받기도 했을진데, 어쨌든 발달한 온천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청결 그 자체를 위한것보단 심신에 쌓인 피로들을 풀어주는 역할이 더욱 큰 듯 하다. 새삼 흐르는 물에 때를 씻어내는 것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차별성이 보였다. 일본만큼의 온천이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찜질방이란 것이 급속히 퍼진것을 보면, 문명화된 사회가 될수록 그 피로를 풀어주는 일은 은연중에 중요한 화두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여가의 한 방면이 크기도 하지만 말이다.)


특히나, 마지막 에피소드인, 황제의 명을 받아 전장에서 지친 병사들의 피로를 풀어줄 목욕탕을 만드는 부분은, 사람이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피로할수록 그것을 풀어줄 목욕탕이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러니 그간 별 시덥잖게 생각했던 목욕에 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밖에.
 

 

서사의 간결함!?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저작권자 및 출판사에 있습니다.) 

<테르마이 로마이>의 이야기구조 간단명료하다. 문제에 봉착한 고대 로마의 루시우스가 우연찮게 현대 일본의 목욕탕으로 타임슬립하게되고, 거기서 자신의 시대에서는 보지못했던 여러 발명과 문화를 맞닥뜨리게되고, 그것을 배워서 다시 로마로 돌아가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헤맬필요없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는 극적인 구성으로 재미를 주기 보다는, 좀더 손쉽게, 그동안 크게 관심갖지 않았던 목욕문화에 대해 집중하게끔 해준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단순한 이 이야기구조로 인해서 사람들은 어떤 긴장감 보다는 천천히 고대로마의 목욕문화를 살피고, 현대 일본의 온천문화를 돌아보며, 그것들이 시대를 역행하며 전이됐을 때, 어떤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해보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일단 이 1권으로만 봤을때는 이전에 다른 만화에서 볼수 있는, 빠른전개로 인한 긴장감과 극적인 맛이 조금 부족하단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2권을 기대하며! 

 그간 알지 못했던 로마의 목욕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타임슬립을 하면서도 논리적인 설명이 누락되지 않게 각각의 상황에서의 치밀한 상황설정, 표정에서 극을 달리는 디테일한 묘사, 철저한 자료분석으로 인해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보는 여러 신선한 장점들에 비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소 반복적인 방법을 사용한 에피소드의 진행은 왠지 아쉽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문득, 이 만화에서도 그것을 찾아야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책장을 넘기다가 지치는 책이 있다면, 한장한장 음미하다 지치는 책도 있는 법이다.(여기서 이 지친다는 의미는 긍정, 부정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싶다) 멜로영화에서 액션영화같은 극적인 컷편집을 요구할 수는 없는 바이니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간 관심갖지 않았던 목욕에 관한 이야기들은 꽤 흥미로웠다. 또한 한 시대에서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목욕문화들을 고루 다룬다는 점과 발달된 목욕문화를 접할때마다 나오는 루시아스의 다양한 반응들은 소소한 재미를 끊임없이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단조로움을 희석시켜 준다. 무엇보다, 간간이 등장했던 루시아스의 가정의 위기(!)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들어나고, 또한 타임슬립으로 역행한 문화의 발달이 어떤 일들을 벌일지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될 듯 하니, 다음 권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글 때, 우리의 모든 감각이 느긋해지 듯.. 그렇게 이 만화를 음미해보자.

그러면, 둘러볼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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