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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에 안녕을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순수문학만을 가끔 보던 人, 장르소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통의 일반 순수문학(사실 이것을 규정하는 일도 나에겐 쉽지 않은데, 대략적으로.. 장르적 특성에 치중하지 않고, 이야기의 재미보다는 상대적으로 문체성을 살리고 사람에 대한 심도있는 관심을 갖는 소설이라고 정의하자) 을 읽노라면, 거의 빠지지 않는것이 바로 '문체' 이야기 이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어떻게든 재미가 있어야 읽혀지게 마련인데, 문체를 따지다보면 설령 이야기 자체가 대중적인 흡입력을 갖지 않는다고 해도, 그 언어적 우월성으로 인해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사실 '문체'를 걸고 넘어지기엔 좀 무리가 있다. 중요한건 문체가 우월해야 재밌거나, 재미없거나 하는 것이 아닌 글을 읽을 때 그 언어의 구조를 하나하나 헤쳐나가면서 볼것인지, 이야기 그 자체의 감흥과 메시지에 집중하며 볼것인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체'란것을 따지려면 실은, 그 '문체'를 분석하고, 판단/비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테고, 그 작가의 책을 거의 대부분 섭렵 한다던가, 상충되는 '문체'를 지닌 작가들을 비교할 줄 알아야 할텐데.. 그게 분명 아는척 끄적이는 것만큼 쉬운일은 아닐것이다. 나만해도 이렇게 '문체'를 이야기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잘은 모른다.
문체에 대한 사전 검색결과이다.
"필자의 사상이나 개성이 글의 어구 등에 표현된 전체적인 특색 또는 글의 체제. "
왜 나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문체'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 했냐면, 지금까지는 접했던 소설들이 대부분 이런 '문체'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런것들이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다지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의 독서를 해온것만은 아니지만, 본의아니게 나의 독서는 그런 사고방식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참, 오래간만에 박하샴푸로 머리를 감은 듯 싸한 느낌을 주는 책 한권을 만났다. 그게 바로 '해피엔드에 안녕을' 이다.
요전에 장르소설을 몇개 읽은적이 있다. 배틀로얄, 나는 전설이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호러단편을 엮은 책..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들도 아마 다 소싯적에 봤던 책들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뭐 딱히 다르다고 하긴 그렇지만,
아무생각없이 책을 읽던 시절이었다.(물론 그만큼 많이 읽었단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것들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놨다
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몇권 안되는 장르소설이라서 그런지 그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그나마 그때보다는 조금 더 나은 독서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어차피 오십보 백보겠지만)
그래서 나는 이번기회에 '장르문학'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가며 읽게 됐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주제적 접근방식
지금까지 읽은 일반적인 책들을 보면, 보통은 사람의 생에 대해서, 내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때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진실' 이란 것과 '소통' 그리고 '사람의 본성' 크게는 이 세가지 일 것이다.
진실? 소통?
아무리 왈가왈부 한다고 해도 역시 이 책의 묘미는 허를 찌르는 반전이 제일이긴 하다. 뒤통수 맞는 기분의 반전부터,
등골 서늘하게 하는 반전, 미스테리한 반전까지 각양 각색의 색을 지닌 반전의 향연이다. 하지만 모든 단편들에 이것을 주제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지라도, 대부분은 '진실'이라는 모토를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어보였다.
우리는 보통 남들에게 주워듣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면 뉴스등을 통해서 사회의 사건사고 들을 접한다. 하지만 거기에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괜히 뒷얘기 상상하면 '음모론자' 취급받기 딱좋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우리가 보는 것들중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들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3인칭 시점의 이야기들이 다소 많은것을 본다면, 실제로 우리가 보는 그런 '제약적인 시각'이 진실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 아닌가 싶다. 또한 진실은 힘을 가진자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할 뿐 아닌가?
반전자체가 또 하나의 진실이기떄문에 어쩌면 이런 반전을 지닌 소설은 필연적으로 '진실'의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자꾸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피엔드에 안녕을' 은 적지않은 이야기들이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린다. 얘기를 자꾸 산으로 돌리니 결론만 말하자면, 사회적인 이야기에는 그것들을 '자신의 시각'만으로 바라봄으로 인해 생기는 진실의 왜곡과 오해, 개인적인 이야기에는 소통의 부재가 낳는 오해와 그로인해 드러나는 인간내면의 어두운 일면을 트릭과 이야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책, 그렇게 딱딱하지 않다. 개인사와 사회현상을 교모하게 넘어들기 때문에 어떤 부담도 갖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저그런 반전,트릭,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이 '해피엔드에 안녕을'에 실린 단편들은 한편한편 확고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언니 - 첫 작품이니, 이 반전이라는 뿅망치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게해주는 작품이다. 사소한 오해와, 불신이 얼마만큼의 위력을 지니는지, 그것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해서 걷잡을 수 없게 되면....
벚꽃 지다. - 그렇게 살면서 강조하는 열정, 열정.. 현실은 모두가 이상을 쫓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과에 대한 것은 솔직히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듯한 이야기 였는데, 그것을 포장하고, 풀어나가는 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은 결국 파편의 조잡한 덩어리 라는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천국의 형에게 - 짧지만 강렬하다. 미묘한 말 하나로도 우리는 많은 진실을 숨기기도, 드러낼 수도 있었다.
지워진 15번 - 감정의 파급효과는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15번은 대체 어디에...
죽은 자의 얼굴 - 고전적인, 하지만 더욱 교묘한 이야기. 가장 등골이 오싹했다.
방역 - 이웃나라도 비슷한 사정인걸까.. 자식을 소유물로, 자신의 분신으로 보는 위험한 시각.. 이또한 등골이 오싹했다.
강 위를 흐르는 것 - 이또한 사회현상과 닿아있다. 오싹함보다는, 현상에 대한 생각과, 치밀함을 돌이켜보게 했다.
살인휴가 - 어쩌면.. 이란 예측이 다소 비슷하게 맞아떨어진 이야기. 물론 거의 모든 트릭이 밝혀진 결말 바로 근처에서.
영원한 약속 - 어디까지가 어디까지인걸까 라는 모호한 질문을 던지게 됐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약간 갸우뚱 거리는 부분이 다소 있기도 했다.
In the lap of the mother - 교육열이든 그 반대든.. 극을 달리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부모의 자질이란 대체 이렇게나 힘든걸까.
존엄과 죽음 - 제목과 아주 적절히 맞아 떨어진다. 반전또한 일품이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방법적 접근방식 : 반전을 맞추려고, 복선을 찾아 헤매지 말 것
장르문학을 많이 접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여기서 제안하는 방법적인 접근 방식이 좀 주제넘을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내가 분석해본 것으론 이렇게 읽는편이 더 좋을 것 같다. 트릭이나 추리소설, 반전등에 익숙하여 그것들을 (불가피하게라도) 능수능란하게 찾아낼 줄 아는 이들이 아니라면, 굳이 애써 트릭을 찾아서 그것을 풀려하지 않는게 더 좋다고 본다. 나같은 경우에는 전반부의 몇편을 보면서 뒤통수를 몇대 얻어맞다 보니, 후반부에는 반전을 맞춰보고 거기에 만족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복선이 되는 부분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결과는 90%는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맞추기 위한 소설이 아닐것이다. 그 반전에 대한 '뒷통수'를 제대로 맞아주기 위한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얼마만큼 뒷통수를 세게 맞았느냐에 따라서 그 이야기의 주제에 대해서 더 심도있는 관찰과 고민을 하게됐다. 반전을 통해, 사실주의적으로 드러나는 현실보다 몇배 더 강한 충격을 더해주는 것이다. 누군가가 얼마나 착한지, 나쁜지, 혹은 이상한지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대책없이 드러나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어설프게 반전을 맞추려고 머리를 싸매지말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놀래라. 이것은 그러기 위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주제에 대한 비판적이고 현실적인 접근방식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치밀한 방법들이 우수하기때문에, '문체'니 뭐니 하는 것들을 제쳐두고서도 '스릴있고 즐거우면서도 좋은 책 읽었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