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발견 -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말하는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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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슈는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에서 일상의 자극도 독학을 위한 좋은 인풋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일상 속에서 도움이 되는 자극을 찾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서 <평소의 발견>을 읽게 되었다.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생각의 재료들을 쌓아 둘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나의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시작하려면 엄청나게 어렵고 하기도 싫다. 하지만 평소에 조금씩 해 두었던 일이라면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평소의 발견>의 저자는 가끔씩은 일상에서 건져 올린 보석들이 특별한 아이디어로 태어나는 경험을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아니지만 한 꼭지씩 읽다 보면 저자의 말처럼 평소의 시간들은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전해져 온다.

이 책에 실린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저자의 일상에서 나온 것들이다. “튜브에서 바람을 뺄 때의 쓸쓸함이라는 글은 여행이 끝나갈 때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튜브에서 바람을 빼던 경험에서 출발해서 결핍의 힘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한다. 여행지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언젠가는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우리는 없음이 있어야 있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생각으로 넘어가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아무것도 없이 이런 생각을 끌어내려면 몇 날 며칠 머릿속을 뒤져야 할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한 평소의 힘 아닐까?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메모하는 습관을 강조하는 이유도 메모가 평소의 생각들을 축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 속에서 조금씩 축적해 놓은 생각들은 이렇게 힘이 세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평소의 경험들이 다르게 보인다. 같은 저자가 쓴 <생각의 기쁨>도 읽어보고 싶다.


인간은 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는 치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짜내고, 짜내다가, 텅 빈 껍데기로 버려지는 삶. - P5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생각의 재료들을 쌓아 둘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나의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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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 - 열여덟 살 자퇴생의 어른 입문학 (入文學)
제준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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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을 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홈스쿨링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고, 홈스쿨링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알고 싶어도 알기 어려웠다. 이 책을 쓴 제준 작가처럼 나도 홈스쿨링에 대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 봤다. 이런 이유들이 모여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한 마디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은 약간 일기 느낌이 나고, 뿌려놓은 떡밥을 회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말리나라고 불리는 우리나라는 괜찮은 나라로 소문나 있다. 그 괜찮은 나라에 사는 내 이름은 사하라다.”

 

이렇게 나온 다음에는 그냥 한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이야기가 나온다. 말리나와 사하라가 무엇인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왜 굳이 한국제준대신 말리나와 사하라라는 단어를 만들어 내야 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혹시 더 긴 글의 일부만 편집해서 책에 싣다가 중요한 부분이 빠진 건가?

 

하지만 홈스쿨링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들도 많다. 다른 사람이 생각 없이 던진 말이나 조언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거나 학교를 자퇴했다는 이유로 소개팅에서 바람을 맞은 작가의 경험에서 내가 홈스쿨링을 하면서 겪었던 차별이 떠올랐다. 학교를 그만두면 공부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나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것을 공부하기 위해 홈스쿨링을 선택했기에 작가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든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홈스쿨링을 해봤거나, 해 보고 싶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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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디네이터 - 함께 읽어 서로 빛나는
이화정 지음 / 이비락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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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을 즐기다 보니까 책 자체에도 애정이 생겼다. 그래서 책 나눔도 진행하고 (책좋사의 책읽기 프로젝트 50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책읽기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북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책과 관련해서 하고 있는 일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았지만 딱 보고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기는 어려웠다. 이 책의 저자는 북 코디네이터라는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이 말하는 북 코디네이터는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독서모임, 그림책 워크샵, 손님에게 책을 상담해 주는 서점 같은 이벤트를 통해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그림책 워크샵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 읽었던 그림책들을 커서 다시 읽으면 내용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꽤 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림책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림책에 대한 호감을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독서토론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북 코디네이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가 북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이야기와 책 소개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다. 책이 저자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책의 구조가 말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독서 모임 참가자들의 감상들도 책 곳곳에 실려 있는데, 읽다 보면 책을 사랑하는 저자와 참가자들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미래의 북 코디네이터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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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설계 - 넘치는 정보를 내것으로 낚아채는 지식 탐구 생활
호리 마사타케 지음, 홍미화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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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은 쌓여가는데 새로운 책들이 끝없이 나옵니다.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다 소화하지도 못했는데 눈길을 끄는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전에 읽었던 책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에서는 지적 성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많아서 성장 중에서 지적 성장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정보부터 소화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막상 지적 성장에 필요한 일을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은 지적 생활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지적 생활을 정보를 받아들여서 자신만의 체험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지적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활동이네요. 저자는 지적 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팁을 줍니다. 그 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팁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첫 번째 팁은 지적 생활을 위해서 하루 2시간을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지적 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얼마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하한선이 2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상 생활을 자세히 관찰해서 줄일 수 있는 틈새시간을 찾아내라고 조언합니다. 언젠가 어떻게든 공부를 해 보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절대로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서 인풋을 만들어야 지적 생활이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팁이었습니다.

두 번째 팁은 ‘세이브포인트 독서법’입니다. 여기서 ‘세이브포인트’는 책을 읽다가 멈춘 자리에서 읽었던 내용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거나, 옛날에 읽던 책을 다시 펼쳐봐도 헷갈려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껍고 어려운 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내용을 잊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했던 적이 꽤 많은데, 세이브포인트를 활용한다면 좀더 효과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 팁은 지적 축적을 통해 블로그 기시나 지도 같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것입니다. 저는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채널들을 지적 생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블로그에는 주로 책 리뷰를 많이 올리는데, 앞으로는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면서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지식을 쌓고 응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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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서가명강 시리즈 5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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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학에 관심이 많아서 철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칸트의 사상을 자세하게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칸트의 사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칸트의 사상이 나오게 된 과정과 철학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철학 책이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일단 정초하다,’ ‘현상계,’ ‘예지계같은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용어 해설이 나오는 부분을 보면서 읽지 않으면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중해서 읽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수이성비판>을 다룬 1부에서는 칸트의 마음 모델과 인공지능 사이의 유사성을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뇌과학 책인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는 뇌과학의 관점으로 시작해서 철학적인 이슈들까지 약간 건드린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의 1장은 반대로 칸트에서 시작해서 인공지능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까지 뻗어 나갑니다.


<실천이성비판>을 다룬 2부에서는 제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칸트의 주장들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칸트는 선한 행동이라도 도덕 법칙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동정심 같은 감정에서 나온다면 도덕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덕적인 행동의 범위를 상식보다 훨씬 좁게 줄여 놓는 주장입니다. 이 책은 칸트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모두 경향성에 속한다고 생각했고, 경향성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합니다. 배경을 알고 나니 칸트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판단력비판>을 다룬 3부와 4부에서는 제가 알지 못했던 칸트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3부는 칸트의 미학 혁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칸트는 심미적 판단의 보편성을 정당화하고, ‘숭고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근대 미학을 시작했다고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숭고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자신이 초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감정입니다. 4부는 칸트가 가져온 자연관의 변화(이 책에서는 생태 혁명이라고 부릅니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7-18세기에 대두된 기계론은 자연을 타성에 의해서 돌아가는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지만 저자는 칸트가 다시 자연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칸트는 자연의 질서가 지적 설계자를 암시하고, 이 지적 설계자의 존재가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생각입니다


이 책에는 칸트 이전의 모든 철학은 칸트라는 큰 호수로 흘러 들어가고, 칸트 이후의 모든 철학은 칸트에서 시작된 물줄기다.’ 라는 비유가 나옵니다. 그만큼 칸트가 서양철학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칸트뿐만 아니라 서양철학사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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