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승부사 - 품위 있게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
조윤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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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이트에서 이런 질문을 본 적이 있다.

취업이 안 될 것처럼 보이는데 잘 되는 다크호스 학과는 어디인가요?”

답은 고전문학(Classics)이었다. 고전이 가치 있다고는 생각해 봤어도 취업 같은 현실적인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 그런데 <우아한 승부사>를 읽고 나니 이해가 갔다. 지금까지 읽은 고전에 대한 책들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고전의 철학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고전의 현실적인 가치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우아한 승부사>는 말을 잘 하려면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내면을 굳건하게 다지면 그 모습이 말에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지혜와 통찰은 고전에 담겨 있다.

 

만약 말싸움을 해서 이긴다면 잠깐 동안은 통쾌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 온갖 저급한 말과 독설이 난무할 것이고, 상대와의 관계는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틀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상대가 모욕적인 말을 계속하는 것처럼 인격적인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멀리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까? 이 책은 여기서 흔히 황금률로 알려진 격언을 꺼낸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다.”

 

이 격언은 <논어>, <성경>을 비롯한 동서양의 여러 고전에 실려 있다.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기는 하지만, 고전에 담긴 통찰을 대입해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책의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몇천 년 전에 쓰인 고전이 지금의 일상에 대해 생각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을 기반으로 말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과 대화의 본질까지 뻗어 나간다.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겠지만 고전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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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도쿄행 - 조선 지식인들의 세계 유람기
이상 외 지음, 구선아 엮음 / 알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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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에세이를 써내야 하는 국제철학올림피아드에는 매년 한국 대표 학생들이 참가한다그런데 참가한 한국 학생들이 써낸 에세이에 서양 철학자들만 인용해서 심사위원이 유럽 학생으로 착각했다가 한국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고 왜 한국만의 특징이 없느냐고 지적했다는 씁쓸한 일화가 있다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서양 철학과 유럽 지식인들에 대한 책과 자료는 많아도 한국 지식인들에 대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유럽 지식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도 좋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넓은 세계와 단절되어 있던 우리나라가 바깥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알고 싶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외국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또 자신들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이상의 도쿄행>을 읽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화 느낌이 나는 표지였다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한국의 서양화가 김용조가 그린 <해경>을 사용해서 만든 표지라고 한다표지 그림의 배경과 책의 내용이 맞아떨어지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났다.

 

<이상의 도쿄행>은 우리나라 개화기의 지식인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서 쓴 기행문을 모은 책이다그렇지만 힐링이 주가 되는 여행 에세이보다는 외국의 문화와 국제 정세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물론 지금 우리가 외국에 가서 하는 것처럼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오거나 학위를 딴 이야기만 하는 글도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제국의 상황에서 울려 나오는 지식인들의 울분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가끔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대한제국이 주권을 빼앗길 때 아무것도 안 하고 방관하고 있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이 책에 나온 글을 보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부한 신문물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애쓴 지식인들의 노력이 보인다(물론 친일 활동을 한 노정일 같은 사람들의 글은 예외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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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 10분 - 주 52시간 근무 시대에 하루의 시간, 업무, 성과를 장악하는
김철수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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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어려서 할 일이 몇 가지 밖에 없었을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사용할 수 있는 시간 안에 할 일들을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언제 그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미루다 마감 시간이 되어서야 급하게 일을 처리하게 될 때도 종종 있어서 걱정이 된다. 시간 관리 관련 책도 읽고 플래너도 쓰고 있지만 내가 생각한 만큼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좀 더 나은 방법으로 계획을 세우고 싶어서 <출근 후 10>을 읽어보았다.

 

내가 나 자신의 비서실장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일을 시작한 첫 10분 동안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비서실장을 둔 것처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팁을 3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팁은 해야 할 일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플래너에 할 일을 적어놓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렇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일은 서로 붙여놓고 복잡하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은 오늘 할 수 있는 분량으로 쪼개면 같은 시간을 일해도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팁은 자신이 세워놓은 계획을 외우는 것이다. 오늘 계획을 기억하고 있으면 플래너를 계속 들춰볼 필요도 없고, 플래너가 없어도 계속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일을 더 빠르게 시작하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 책은 계획을 외우면 그 계획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누군가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과정을 재설계하고 결과를 상상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 팁은 자신이 하루 동안 한 일을 평가하는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한 달이 지날 때마다 내가 세운 계획을 잘 실행했는지 평가하고 있었는데 그냥 넘어가게 될 때가 많아서 고민이었다. 이 책은 계획한 일을 처리하는 예상 시간과 실제 시간을 비교해서 ‘5whys’를 통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일을 매일매일 계획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그래프 형식의 대시보드를 만들어보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일을 끝내고 나서 이렇게 한다면 동기 부여도 되고 습관이 되어서 그냥 넘어가는 횟수도 줄어들 것 같다.

 

이 책은 직장인 위주로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굳이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팁이 많아서 시간을 더 잘 관리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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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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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을 보고 매너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사법은 누가 정한 걸까? 여자에게 양보하는 남자가 매너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예절은 어떻게 해서 정해졌는지 알고 싶었다. 예의 바르다고 여겨지는 행동 중에서는 레이디 퍼스트처럼 우호적 성차별에 가까운 것들도 있고, 직관적으로 봤을 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내가 예절이 굳어진 배경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예절을 형성하는 데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예의범절과 인사법은 위험 사회에서 폭력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책이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사가 여자에게 문을 열어주고 먼저 지나가게 양보하는 것은 문 안에 암살자가 숨어 있을 경우에 대비해서 암살자를 유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악수의 원래 목적은 서로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내용도 있었다.

 

옛날 유럽 사람들은 예절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가족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면 무기를 들고 결투하는 일도 많았고, 연회에서 벌어진 무례가 정치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이 사람들에게 예절이 이 정도로 중요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서서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기 전인 중세에는 모두가 친구 아니면 적인 사이였기 때문에 행동과 몸짓을 통해 자신이 어느 편에 속하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수를 통해 가족의 명예를 지키는 능력을 남성성과 연관시켜서 생각하던 당시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책 제목이 매너의 문화사이다 보니 유럽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비중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세에는 국가권력이 약해서 개인 간의 폭력이 난무했다같이 큰 맥락을 짚어주는 내용이 있어서 대략적인 흐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포크를 먹으면 지옥에 간다고 생각했다는 것 같은 식생활사에 관련된 내용도 많다. 예의범절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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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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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에는 원래 마야 문명, 잉카 문명 같은 자신들만의 문명이 있었다. 그런데 지형 떄문에 외부 세계와 고립되었던 탓인지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너무 쉽게 정복되고 만다. 특이한 점은 그 이후에 라틴아메리카 원주민 문화가 완전히 스페인 문화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 두 문화가 섞여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민족적인 특성도 변해서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들이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다만 원주민에 대한 편견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어서 메스티소 정체성을 긍정하는 사람이 많을지는 잘 모르겠다).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문화가 혼합된 라틴아메리카 문화는 어떤 감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문화의 감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학에 대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스페인어스페인문학과)의 김현균 교수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시인 4명에 대해 쓴 교양서인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카프카가 우리 곁을 지나간다. 우리는 감격하여 인사한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니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에게 서구중심주의가 미친 영향이 보였다. 서양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를 직접 느꼈을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에게는 뿌리 깊은 변방 의식이 20세기까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생전에는 유명세를 얻지 못하고 외롭게 살았던 카프카조차도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를 잠작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영국 평론가는 이 책에 소개된 시인 니카노르 파라에 대해서 예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술을 애지중지할 뿐이라서 철학성이 전혀 없다고 평했다고 한다. 물론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이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황태자라고도 불리는 루벤 다리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템페스트>를 비틀어서 <칼리반의 승리>라는 글을 써 미국의 야만성을 비판한다. <템페스트>는 귀족 프로스페로가 괴물 칼리반을 노예로 삼아 문명을 가르치는 내용이라서 주로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데 쓰였는데, 루벤 다리오는 글을 가르치는 프로스페로에게 욕을 하며 달려든 칼리반이 승리했다고 말해서 그 논리를 뒤집었다. 그런데 이 글이 미국-스페인 전쟁 때 나와서 미국을 비판하고 스페인을 옹호한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식민지배했던 나라를 옹호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원주민 문화가 완전히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 문화와 섞여 있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하는 AP 영어영문학(AP English Literature and Composition) 시험에서는 40분 안에 시를 분석하는 에세이를 영어로 써내야 한다. 시를 분석하는 과정을 연습하면서 표면적인 의미 뒤에 있는 더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점수를 내야 하다 보니 시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책에서 라틴아메리카 시를 읽다 보니 시가 점수를 내려고 분석해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문화를 보여 주는 대상으로 다르게 보였다. 그런데 어떤 시들은 한국어로 옮겨 놓으니까 잘 와닿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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