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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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는 10년 전에 돌아가신 법정 스님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초등학생 때 필기구를 정말 좋아했던 저는 문구점에 들어가 보면 이것저것 사 모으고 싶어졌습니다(사실 지금도 그래요). 막상 그렇게 해 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별로 쓸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문구점에 가게 되면 필기구를 더 사고 싶어졌다. 필기구를 사면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필기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막상 필요할 때 찾지 못해서 쓰지 못한 적도 많았고, 필기구를 관리하는 데 점점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행복하라>의 끝부분에 나오는 <무소유>에는 난초를 기르면서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난초에 집착해서 얽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난초를 필기구로 바꾸면 딱 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무소유라는 개념만 접했을 때는 나와는 거리가 먼 신선놀음처럼 느껴졌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비우는 일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같은 관점은 아니지만 저는 미니멀 라이프 열풍을 보면서 다시 무소유,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불교의 인생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법정 스님의 글을 모은 책 <스스로 행복하라>를 읽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필요 없는 것을 비우려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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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다르게 보기’의 과학
보 로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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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에서 따온 것 같은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라는 제목에 끌렸습니다. 처음에는 철학 입문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알아보니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온갖 분야들이 섞여 있네요. 신경과학과 철학에 대해 알고 싶은 나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떤 책을 처음 읽으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마구 스쳐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계속 객관적인 진리(혹은 실재)라는 주제로 되돌아갔습니다. 특히 2정보는 무의미하다를 읽으면서 객관적인 진리에 대한 나의 입장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논리를 전개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도 얻을 수 있었어요.

 

신경과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혀에 닿는 화학물질이나 귀로 들어오는 진동처럼 우리에게 들어오는 정보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의미는 우리가 주변 환경 그리고 과거의 경험과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의미에 대한 논쟁은 객관적인 실재에 대한 논쟁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감각이 우리에게 객관적인 실재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을 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뇌는 우리에게 객관적인 실재를 보여주는 대신 살아남기 편한 방식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의미를 부여해서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객관적인 실재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년 전에 화제가 되었던 드레스 색깔논쟁 같은 일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드레스 색깔논쟁은 인터넷에 올라온 드레스가 파란 바탕에 검은 줄무늬인지, 흰 바탕에 금색 줄무늬인지를 두고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드레스 색을 가장 정확하게 보았다고 생각했고, 누군가가 그 색이 아니라고 하면 당황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우리가 객관적인 실재를 정확하게 본다고 가정하고 그 위에 세상을 보는 관점을 쌓아 올립니다. 다른 사람이 논리적인 근거를 들고 와서 설득해도 관점을 바꾸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드레스 논쟁에서처럼 이미 그 주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객관적인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대신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에 대해 자각하면서 그 방식들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철학적 질문으로 다뤄졌던 의미와 실재를 신경과학은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경과학의 관점에 대해 알게 되어서 신선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는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과학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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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도구와 기계의 원리
라이언 노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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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과거로 넘어가는 내용이 나오는 창작물에서는 대부분 과거 사람들이 넘어온 현대인을 천재 취급하는 묘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묘사가 과연 현실적일까요?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중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 줄 아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 망을 구축하거나 핸드폰을 만들거나 비행기를 띄우는 것 같은 작업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는 과거에 떨어져서 진짜로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지금까지 문명을 건설하는 데 필요했던 거의 모든 기술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독자가 타임머신 FC3000의 고장으로 인해 과거에 발이 묶였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얼마나 먼 과거에 떨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순서도가 나오고, 모든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5가지 핵심 기술(음성 언어, 문자 언어, 숫자, 과학적 방법, 잉여 열량)도 나옵니다.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온갖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이 책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내용을 설명해 준다는 것입니다. 읽어보기 전에는 문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학기술이 들어있다니 도대체 얼마나 두껍고 복잡한 소위 말하는 벽돌책일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음을 잡고 읽어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느낌이 오네요. 설정도 재치있고, ‘죽기 싫으면 반드시 챙겨야 할 기초 영양소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점도 좋습니다. 미술이나 음악, 철학 같은 인문학과 예술도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어서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떨어진 것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필요한 지식을 재미있게 얻으려고 해도 좋은 책입니다.

 

여러분은 주위에 있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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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정리의 힘 - 모든 지식을 한 줄로 압축하고, 설명하는 기술
아사다 스구루 지음, 황혜숙 옮김 / 센시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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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려고 해 본 적은 많지만 성공한 적은 별로 없어서 <한 줄 정리의 힘>을 읽어보고 싶어졌다공부가 안 될 때마다 마주치는 제일 큰 문제는 공부한 지식이 머릿속에 거의 저장되지 않아서 막상 필요할 때 잘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책을 읽어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또 읽어야 했고공부를 해도 잘 잊어버렸다.

 

<한 줄 정리의 힘>은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시작한다공부를 해도 저장이 되지 않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첫째사람들이 배움을 소비하게 되었다둘째사람들이 지식을 소화시키려고 하지 않는다셋째짧게 정리하지 않는다저자는 배움을 소비하기만 하면 그때그때 욕구가 충족될 뿐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배운 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목적을 확실히 하고배운 것을 한 번에 말할 수 있게 짧게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부한 내용을 아무 도구 없이 짧게 정리하기는 어렵다그래서 저자는 배운 것을 정리할 수 있는 템플릿을 3개 만들어서 사용한다.

 

가장 먼저 배운 내용을 20자로 요약하기 위해 사용하는 템플릿이 나온다이 템플릿에서는 공부를 시작한 목적을 가장 위에 적고목적과 관련된 문구를 적어 내려간 다음 맨 아래쪽에 있는 표에 내용의 본질을 뽑아서 20자 이내로 정리하면 된다.

 

그 다음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3Q 출력 학습법이 나온다여기서 3Q ‘3 Questions’의 줄임말로 각각 What?, Why?, How?를 뜻한다이 세 가지 질문에 해당하는 대답을 3개씩 적고 맨 위에 한 줄로 정리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템플릿은 단순하게 생긴 4x4 표다이 표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 16개를 적다가 생각이 잘 나면 다른 템플릿으로 옮기면 된다고 한다.

 

집안에 많은 물건을 쌓아두고 찾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물건이 적어도 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사용할 수 있는 편이 훨씬 낫다지식도 그렇다각각의 지식이 차지하는 ‘부피를 줄여서 언제든지 꺼내서 쓸 수 있게 저장해두어야 유용한 지식이 된다이 책에서 알려주는 지식 정리법은 그 점을 정확하게 간파했다고 생각한다. 지식을 받아들인 다음 한 번 더 정리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공부한 것을 응용하기 힘들어서 고민인 분들이 한번 읽어보고 책에 나온 방법을 실행에 옮기면 고민이 조금은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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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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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원시인으로부터 진화했다그런데 원시인이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원시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에볼루션 맨>은 원시인 가족이 진화하는 과정을 소설로 풀어내서 진화를 당사자의 관점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소설이다.


서술자로 등장하는 원시 부족장의 아들 어니스트는 초기 인류가 처한 상황과 시대를 앞서가고자 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아버지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능력이 좋지 않았던 초기 인류는 사냥도 잘 성공시키지 못했고성공해서 음식을 구하더라도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렸다그래서 어니스트의 아버지는 진화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처럼 다양한 시도를 한다. 불이 초원을 통째로 태워버린다던지 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부족의 생활수준은 점점 올라간다.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진화라는 개념 자체가 인류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그런데 <에볼루션 맨>에서는 초기 인류가 진화라는 개념을 의식하면서 더 빠르게 진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여행을 즐긴다는 설정인 어니스트의 친척이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살았던 자바 원인들을 '진화가 덜 되었다' 라고 무시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인종차별하고도 엮일 수가 있는 부분이어서 일으면서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긴 진화과정을 빠르게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무리수를 둔 것 같기도 하고, 책이 60년대에 나왔다 보니 그 이후에 중요하게 떠오른 이슈들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느낌도 든다. 


인류 사회가 처음부터 가부장제 사회였던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는 점도 고증오류로 볼 수 있다원시 사회는 처음에는 가모장제에 가까웠다고 한다그런데 이 책에서는 남자인 어니스트의 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모든 여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남자가 여자를 납치해 오는 식으로 결혼이 이루어진다현실과 거리가 있는 설정이 좀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읽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이미 진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재미로 읽기에는 좋은 책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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