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는 CEO - 직관의 오류를 깨뜨리는 심리의 모든 것
유정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다소 도발적인 제목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일독 후 바로 형광펜으로 밑줄 쳐가며 재독에 들어간 책이다.

 

딱 우리 회사가 이 모냥이야…’하며 공감한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미팅 때마다 사장님 말씀을 목사님 설교 듣듯이 경청하며 눈을 내리까는 직원들의 모습, 1년이 멀다 하고 바뀌는 직원들, 직원들의 불만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심리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경영진의 오만 등이 책을 통해 나름의 원인 분석과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었고, 독선에 빠지지 않는 경영, 올바른 리더쉽이란 무엇인지 되집어 보는 계기가 됐다

 

본 작은 기업 경영의 오랜 관행에 반성을 촉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도록 자극할 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결국 경영은 심리학의 영역, 정형화된 답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많은 문제점에 물음표가 남지만,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균형잡인 시각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리더, 그리고 앞으로의 리더를 꿈꾸는 이들이 일독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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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초반에 경찰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니, 범인 맞추기는 어렵지 않다. 그래도 범행 동기의 반전은 생각지 못했다.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건가…? 적잖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소설이다. 사건은 명쾌하게 해결이 돼지만, 통쾌한 결말과는 거리가 먼, 조금은 허무하면서도 씁쓸한소설 전체적인 분위기에 걸 맞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존 하트는 [라스트 차일드] 한 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아이언 하우스]를 안 읽을 수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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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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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블루레이로 다시 본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역시 대단한 작품이다. – 참고로 극장에서는 조조로 봐서 살짝 졸면서 감상했더랬다. 그래서 재감상… ^^

 

영화는 원작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작의 정서와 주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서사와 비주얼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정도로 시각효과의 비중이 큰 작품이 황홀한 비주얼뿐만 아니라 원작의 철학적 깊이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역시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영화는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기 위해 많은 내용을 잘라내야 했지만, 놀랍게도 이안 감독은 그 와중에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와 인물까지 집어 넣으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놓았다. - 예를 들어 영화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내용 중에 파이의 첫사랑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원작에 파이의 첫사랑은 등장하지 않는다. - 이러한 각색은 지나친 상업적 고려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추가 에피소드들까지도 원작의 철학과 종교적인 시각을 보충 설명해 주기 위한 이안 감독의 배려로 느껴졌으며, 오히려 원작과는 색다른 서사의 매력과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안겨 주는 훌륭한 각색이라 생각한다. 이마저도 원작의 깊은 사유와 상징들을 단순화시켰다고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만큼 종교에 대한 성숙한 시선으로 보편적인 감동을 안겨 준 영화는 일찍이 본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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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차일드 44]를 읽으면서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과 흡사한 느낌에 살짝 의아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영화 개봉 시에 표절시비가 있었나 보다. 표절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베를린]을 보고 본 작을 읽었다면, 반대로 본 작을 읽고 [베를린]을 봤다면 두 작품의 유사성이 단 번에 느껴질 정도로 [베를린] [차일드 44]는 많은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류승완 감독이 직접 썼는지 다른 작가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론 대놓고 표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시나리오 작업 시 [차일드 44]를 참조한 건 확실한 것 같다.

 

본 작이 비록 [베를린]과 흡사하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1(전체 내용의 1/3)에 국한된 얘기일 뿐이다. [차일드 44] [베를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적인 면에서) 방대하고 촘촘한 대작이다. 일단 배경을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로, 주인공 레오 데미노프를 국가안보부(MGB - 비밀경찰인 KGB의 전신)의 총망받는 요원으로 설정한 것만으로 본 작은 흔한 연쇄살인 스릴러물이 범접할 수 없는 개성을 획득했다. 간단하게 말해 [차일드 44]는 스릴러물로써 뿐만 아니라 시대물로써의 걸작으로도 분류될 수 있다.

 

[베를린]이 분단국이란 한국의 현실을 빼면 평범한 액션스릴러에 불과하듯, [차일드 44]도 시대배경을 빼고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 본 작에서 스릴의 대부분은 레오가 MGB에서 좌천되면서 겪게 되는 심경의 변화, 정부의 감시와 핍박으로부터의 도주, 그러한 시대적 난관을 극복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등을 통해서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중반쯤 되면 범인의 정체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수준임에도 끝까지 스릴과 재미를 잃지 않고 정주행 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굴하지 않고 사건에 매진하는 레오(와 그의 아내 라이사)의 활약에 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어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 연쇄살인 사건을 픽션화 했지만 본 작에도 물론 아쉬움은 있다. 연쇄살인범의 살인 동기에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도, 그 트라우마의 중심에 레오가 있다 하더라도, 수많은 어린아이를 살해한 이유가 단지 레오를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정은 레오와 살인범을 엮기 위한 설명으로는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20년 후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라는 두 시대의 비극을 하나의 소설로 풀어내고자 했던 작가의 과욕이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를 끌어들인 셈이다. 여기에 후반부 밝혀지는 레오의 기억상실까지 더해지면 막장도 이런 X막장이 있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처럼 살인범 캐릭터와 살인 동기에 공감하기 어렵다 보니, 오히려 악역으로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바실리이다. 충분한 캐릭터 설명 없이 중반부 갑툭튀한 살인마보다, 레오에 대한 삐뚤어진 경쟁의식으로 초반부터 집요하게 레오를 괴롭히는 바실리야 말로 독자들의 공분을 이끌어내는 악인이며, 종반에 가서는 살인범의 죽음보다 바실리의 허무한 죽음에 더 큰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비열함의 끝을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 바실리, 그는 진정 매력적인 악역으로서 보다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죽음을 맞을 자격이 충분했다!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가 과연 재미있을까…?’ 책을 손에 들고 첫 장을 넘기며 가졌던 의문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의 생각은 이렇다. ‘스탈린대신에 XX, 전XX’을 대입하면 그 생소한 시대는 다름아닌 우리의 역사가 된다. 다시 말해 충분히 보편적인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는 소설이라는 말이다. 낯선 배경이란 설명에 혹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일단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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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집행관
김보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책은 재미있는데 스토리가 복잡하다, 이럴 경우 독자의 선택은 두 가지인데, 일단 완독하고 다시 처음부터 정독하거나, 또는 중간중간 앞의 내용을 다시 읽어가며 내용을 짜맞춰 가는 것이다. 재독을 잘 하지 않는 본인의 경우는 후자였으며, 가뜩이나 복잡한 스토리라 읽는 속도가 굼뱅이였는데, 수차례 앞의 내용을 뒤적이며 재구성 하느라 진도가 더욱 더뎠다.

 

하나하나 독립된 이야기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각 쳅터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본 작은, 6인의 집행관이 차례로 자신이 디자인한 가상세계에서 주인공을 처형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판타지, 무협, 느와르, 스페이스 오페라 등의 장르로 변주하여 들려준다.

 

무엇보다 폭력에 대한 표현 수위가 상당한데, 각 세계에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극한(육체적/정신적으로)을 경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생생한 표현에 있어 끔찍함으로 다가오지만, 한편으로는 예수의 수난을 연상시킬 정도로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아름다움 역시 상존한다. 전체적으로 SF보다는 판타지 무협의 낭만적 정서에 가깝지만, 필요에 따라 한없이 잔혹한 폭력에 대한 묘사와 날것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다만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듯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전개되던 스토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의문스러운 대화와 질문의 반복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진다거나, 전반적인 SF적 설정에 대한 배경설명을 생략하고 있어 전체적인 스토리를 뚜렷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은 조금 아쉽다. (그래서 주인공이 무슨 내기를 했다는 건지, ‘귀신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주인공이 애초에 을 죽이기는 한 건지 등등...) 이러한 의도된 구성의 애매함이 치밀하고 논리적인 작품을 명확하다기 보다는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어, 작품 전반에 드리워진 존재론적 성찰, 자기희생과 같은 주제(이게 주제 맞나?)를 희석시키고 말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스타일은 좀 더 대중적이고 SF적인 작품이었다. (그래, 콕 찝어서 <종의 기원> 같은….) 기대보다 훨씬 복잡하고 그만큼 더 집요한 작품이었지만, 힘들게 읽은 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이토록 잔혹하고 아름다운 SF라니호불호가 갈릴 작품이지만, 적어도 재미 하나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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