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랜드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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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 SF 출판계의 희망이자 등불이 된 아작의 시작을 알렸던 [리틀 브라더]의 후속작 [홈랜드]를 읽었다.

 

철석같이 SF로 믿었던 [리틀 브라더]는 사실 디스토피아물도, 하드 SF물도 아닌, 사회비판 블랙코미디(?)물에 가까웠지만, 뚜렷한 현실감과 아나키스트적 메시지, 서브컬처와 오타쿠 해커들의 활약상 등 장르와 정체성을 떠나 읽는 재미가 상당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홈랜드]는 아쉽게도 전작 [리틀 브라더]에서 보여준 것과 거의 동일한 이야기가 이미 경험했던 방식과 스타일로 재연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여전한 말빨과 오락적 재미에도 불구하고, 이미 충분히 봤던 것들의 재탕이라 신선도가 떨어지며,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기 힘들었던 [리틀 브라더]에 비해 구성도 드라마틱하지 못해 전체적으로 동어반복이라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게다가 결말부의 엉성함, 떡밥 회수도 제대로 않고 서둘러 덮어버리는 황망한 결말은 실망을 넘어 화가 날 정도로, 코리 닥터로우의 작가적 역량마저 의심케 한다.

 

아이러니한데, 상술한 단점들 중 상당은 [리틀 브라더]에서도 이미 내재해 있던 것들이다. 그 단점들이 빠른 템포, 국가적 규모의 스케일, 통쾌하고 진폭이 큰 드라마 등으로 포장되어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졌을 뿐. 그 포장을 벗기고 보니, [리틀 브라더]도 그렇게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지 않나 재평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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