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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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적인 의지의 주인공, 휴머니즘, 모험, 과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흥미로운 스토리 등으로 대표되는 쥘 베른의 경의의 여행 (Voyages Extraordinaries) 시리즈는 열림원을 통해 전 13작품 총 20권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10번째 작품 [황제의 밀사] 이후로 몇 년 동안 후속 작품 발간에 대한 소식이 없어 이대로 미완성 시리즈로 남게 될 줄만 알았다. 그러다 에헤라디야~!! 놀랍게도, 나머지 작품들이 한 번에 공개가 되며 총 20권에 달하는 쥘 베른 걸작선이 마침내 완간되었다. 작은 아쉬움이라면 원래 출간 예정이던 [깃발을 바라보며][영원한 아담]이라는 단편집으로 대체되었다는 건데어쨌든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시리즈 완간의 약속을 지킨 열림원의 뚝심과 노고에 크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거의 동시 출간 된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기구를 타고 5주간]. [영원한 아담] 중에서 [기구를 타고 5주간]을 제일 먼저 읽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단,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3권짜리 장편이라 천천히 읽었으면 했고, [영원한 아담]은 앞에서 말한 대로 단편집이라시리즈 제일 마지막에 읽어야겠다 싶었다

 

제목이 말해주듯 [기구를 타고 5주간]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지질학 박사, 사냥꾼, 그리고 하인으로 구성된 탐험대가 기구를 타고 5주 동안 아프리카를 횡단한다는 것. 그 와중에 갖은 고초와 모험을 헤쳐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딱 봐도 쥘 베른의 작품들에서 지겹도록 반복되는 주제와 캐릭터, 모험의 재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단촐한 플롯, 평면적인 캐릭터. 단조로운 에피소드식 구성에 대한 아쉬움은 쥘 베른 작품들의 공통적인 단점이고, [기구를 타고 5주간] 역시 그러한 비판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기구를 타고 5주간]은 초기작이기에 쥘 베른의 그러한 단점이 더 두드러지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발한 소재, 남성미 넘치는 전인(全人) 캐릭터, 스케일 큰 이야기로 대변되는 쥘 베른식 모험소설의 전형을 일찍이 완성시킨 본 작은, 문학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모험소설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쥘 베른의 팬이라면 분명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권말 해설에 따르면 [기구를 타고 5주간]은 쥘 베른의 첫 장편이라고 한다. 본 작의 폭발적인 인기로 쥘 베른은 전업작가로서 안정적인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고, 이 후 수십편에 이르는 장편 SF/모험 소설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하니, 쥘 베른의 대표작이라고 하기에는 뭣해도 출세작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플롯이 심플하면 어떻고, 캐틱터가 일차원적이면 어떤가? [기구를 타고 5주간]은 여전히 끝내주게 재미있는 쥘 베른식 모험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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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스내처 - 이색작가총서 1
잭 피니 지음, 강수백 옮김 / 너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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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디 스내처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는 내노라는 감독들에 의해 수차례영화화 된 작품이다. 보통 돈 시겔의 1956년작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를 최고로 치지만, 필립 카우프만의 1978년작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나 아벨 페라라의 1993년작 [Body Snatchers] 역시 충분히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올리버 히르비겔의 2007년작 [The Invasion]만은 유독 평이 박한데, 당시 총망받던 감독이 니콜 키드먼과 다니엘 크레이그를 데리고 찍은 작품치고는 너무 안습인 인지도다. 치한님은 이 중 필립 카우프만의 작품만을 대학생 시절 비디오로 봤는데, 복제인간이 내지르는 기분나쁜 쇳소리와 배드엔딩에 가까운 반전결말이 뚜렷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오래 된 작품답게, 지금 읽어서는 특별히 독창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외계생명체(본 작에서는 꼬투리로 불림)의 인간복제라는 소재는 이후 많은 작품에서 다뤄졌고, 존 카펜터의 1982년작 [괴물 The Thing]같은 작품은 이미 SF 호러계의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다. 하지만 주변인들이 하나 둘 복제인간으로 변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의 탈출이라는 설정은그 자체로 상당한 서스펜스를 자아내고, 이성은 있으나 감정은 없는 복제인간들의 인간사냥 역시 익숙하지만 섬뜩한 공포를 안겨준다.

 

후반부 과거 동료였던 복제인간이 꼬투리의 기원에서부터 인간의 기억과 감정, 실존에 대한 논쟁을 통해 주인공 일행을 설득하려는 장면은, 본 작을 통틀어 가장 흥미롭게 읽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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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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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 애착이 큰 고로 박스세트가 있는 시리즈는 보통 박스채 구입하는데,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오리지날 3부작만 구입했다. 이후 시리즈는 아시모프 할배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무리하게 통합하려다 좆망했다는 평이 대세니까... 하지만 오리지날 3부작을 다읽고 나니 나머지 시리즈가 너무 궁금하다. 특히 "나머지 작품들이 없다면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전체로서 대작이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아시모프의 재미있는 작품 정도로 남고 말았을 것 - 나무위키"이라는 평을 보니, 시리즈 전체를 완독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커졌다. 박스세트로 살 껄 괜히 까탈시럽게 굴었나 후회 중이다. – 허나 샀어도 읽지 않았을 테지적어도 로봇 시리즈를 먼저 읽기 전에는

 

현대정보문화사판을 건너뛴 건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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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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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종 Wild Seed] 이래 학수고대해 온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이 발간됐다. 두 권씩이나... [블러드차일드 Bloodchild And Other Stories] [ Kindred]. 그 중 단편집인 [블러드차일드]를 먼저 읽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어요*)


표제작 <블러드차일드 Bloodchild>는 인류가 고등한 기생동물의 숙주가 된 세계를 그린다. 끔찍한 세계관 속에서도 남성의 임신, 기생충과 인류의 공생, 외계종과의 사랑과 출산이라는 녹록치 않은 소재를 건드리고 있다. 특히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난 인류가 외계 생물체의 번식을 위한 도구로 사육되어 진다는 설정이 (인간 빠떼리) [매트릭스 The Matrix] 뺨치게 섬뜩하다. 작가는 인류와 외계 생명체의 입장을 도치시켜, 불청객이 된 인류가 치러야할 "집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는 설정과 기생동물의 묘사는 [에일리언 Alien]이 연상되지만, ([에일리언]은 외계 생명체와 쌈박질이라도 하지기생동물의 감시 아래 보호구역에서 생활하는 인류의 비참함은 오히려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스럽다 하겠다.


<저녁과 아침과 밤 The Evening And The Morning And The Night> DGD라는 불치병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기파괴와 폭력성향이 두드러지는 DGD 환자들은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외부 자극과의 교류가 차단되며 자신만의 세계에 갖히는 "표류"를 하게 되는데, 결국에는 자기파괴 행위를 통해 목숨을 잃고 만다. DGD 환자들의 특성, 즉 외부 자극과의 차단, 100퍼센트 우성 유전, 극단적인 폭력성 등은 마치 "좀비(zombie)"와 비슷한데, DGD 유전자가 암치료 부작용의 산물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DGD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 발명이나 연구분야에서 업적을 세우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레인맨 Rain Man]의 더스틴 호프만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자폐증 환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여담이지만, 좀비들이 어떻게 좀비와 비좀비를 구분하고 일사분란하게 비감염자들만 공격할 수 있는지 의아했는데, 의외로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월드 워 Z World War Z] 정도가...) <저녁과 아침과 밤>에서는 DGD 환자가 페로몬을 통해 다른 DGD 환자와 대화하거나 영향을 끼칠수 있는데, 이러한 설정을 좀비물에 도입하면 좀비들만의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좀비끼리는 서로 공격하지 않고 비감염자만을 덥치는 이유를 나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어능력의 상실, 지적장애를 겪으며 퇴화한 인류를 그린 <말과 소리 Speech Sounds>는 대부분의 포스트 어포칼립스물이 그렇듯 [매드 맥스 Mad Max]를 연상시킨다. (경찰복을 입고 자동차를 몰며 떠도는 정의남이라는 설정은 의도적으로 [매드 맥스]를 오마주한 것 같지만 어쨋든맥스를 연상시키는 정력남은 지나친 정의감에 허무하게 죽어 버리고,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여성은 언어능력을 잃지 않은 비장애 아이들을 발견한다... 라는 꿈도 희망도 없을법한 세계의 나름 희망적인 이야기이다.


<특사 Amnesty> "커뮤니티"로 불리는 외계 생명체에 납치되었다 풀려난 이후 인류와 커뮤니티 사이의 통역사 역활을 하는 전문직 여성의 이야기로, 옥타이바 버틀러의 특특한 시각과 관점의 차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통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 또는 침략을 다룬 SF가 레지스탕스 또는 외계 생명체에 반대하는 세력을 주인공으로 삼고, 외계 생명체의 협력자 또는 중도 세력을 인류의 배신자로 설정하는 반면, <특사>는 통역사를 두 세계 사이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이성적 중재자로 그리고 있다납치 되어서는 생체실험을 받았고, 풀려나서는 외계 생명체의 포로였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했으며, 이후에는 커뮤니티를 위해 일한다고 비난을 받는 주인공이 예비 통역사들 앞에서 인류의 잔임함과 어리석음을 역설하는 후반부는, 지구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인정하는 무력감과 그게 인류의 끝은 아닐 거라는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다.


커뮤니티가 인간을 감싸안으면 마치 약물이나 성적접촉 비슷하게 커뮤니티와 인간 모두 기분이 좋아지고 안식을 얻게 되는데, 이러한 설정은 <블러드차일드>의 연장선으로도 읽힌다.


그 외 <가까운 친척 Near Of Kin>은 본 단편집에서 가장 SF와 동떨어진 작품이며, <넘어감 Crossover> <마사의 책 The Book Of Martha>은 환상문학에 가까운 작품이다.


"사람들은 나를 'SF 작가'라고, 내 소설은 당연히 SF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일 뿐이다. 내가 좋은 이야기를 썼는지 아닌지만 판단받기를 원하는."


책 날개에 씌여 있는 작가의 말이다. (본 작품집 어디엔가 씌여 있는 구절일 줄 알았는데, 서문에서도 후기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구절을 읽기 전에도, 옥타비아 버틀러가 순수 SF 작가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야생종] 안에는 SF뿐만 아니라 판타지, 로멘스, 심리 스릴러, 그 외 다양한 장르로 읽힐 수 있는 폭넓은 텍스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야생종] 하나만 읽고, 옥타비아 버틀러의 스타일이란 어떤거다 확신하는 건 불가능했다. 단지 이 작가는 "뭔가 특별하다"고 어렴풋이 느꼈을 뿐


본 작을 읽고 비로소 막연히 상상만 할 수 있었던, SF 작가의 꼬리표에 구애받지 않는 이야기꾼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 세계를 살짝 들여다 본 느낌이다. 황홀한 경험이었고, 여운이 남는 여행이었다


허겁지겁 읽어버렸지만, 끊임없이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을 읽고 싶다. 단편으로는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바로 []을 읽고 싶지만, 여운이 []의 강렬함에 바로 휘발돼 버릴까 잠시 텀을 두고 읽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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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 법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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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에필로그에 대한 인상이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는 작품이다. 에필로그를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오싹한 반전의 미스테리물로도, 독자를 우롱하는 심령물로도 기억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말 별로다. 작가는 끝까지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욕심이 과했다. (이하 '약간'의 스포일러) 

 

"나는 당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까", "무덤을 파해치러 가봐야 아무것도 찾지 못할거야" 등 초반에 마리의 정체와 반전에 대한 복선을 깔아놓고 시작은 한다하지만 알렉스 크로스가 오컬트적인 사건 정황을 과학적 인과관계로 정리해내는 모습이 꽤 설득력있고 나름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했기에그의 추리와 사건 전말을 갈아엎는 이 후 에필로그는, 반전의 쾌감보다는 다소 어이없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지나치게 우연에 기댄 설정도 그렇고, 느릿느릿 헐거운 전개도 그렇고, 벙찌는 결말이 아니더라도 (밀실살인의 걸작으로 불리기에는) 좀 문제가 있어 뵈는 작품이다. , 1930년대에 발표된 작품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컬트적 분위기가 이 작품만의 특징인지, 존 딕슨 카의 작품들이 대체로 이런 식인지는함께 구입한 [황제의 코담뱃갑]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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