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 첩자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8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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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임 패트롤 시리즈 같은 분위기를 예상 했는데, 읽고 보니 로마판 007이다. - 물론 영화 속 007... 이언 플레밍의 원작은 읽은 바 없다 - 로마 제국보다 앞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히스토리에 (이와아키 히토시)] 같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는데, 그것도 5권까진가 보다 말아 신뢰할 건 아니다

 

"비잔티움 = 동로마 제국" 인가...? 역사에 통 관심이 없어서.... 대체역사물이라는데, 로마사에 무지한 범인 중 한 사람으로써 확 끌리는 설정은 아니다. - 오리지널 역사도 모르는 마당에, 대체역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 - 그럼에도 읽게 된 동기는순전히 행복한책읽기 SF 총서니까… (이하 스포일러 약간’) 

 

다행히 [비잔티움의 첩자]는 비잔틴 제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도 읽는 재미가 크게 반감되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작품 자체가 007식 첩보액션을 표방하고 있기도 하고(냉전시대 몰라도 007 시리즈는 재밌게 보잖아...?),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해 사건이 역사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됨으로써 얻어지는 전복적 쾌감을 지향하는 작품도 아니기 때문이다. - 물론 배경지식을 알면 더 좋겠지... 하지만 모른다고 재미 없거나, 읽기 힘든 작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낮은 진입장벽은 [비잔티움의 첩자]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체역사물을 첩보물 형식을 빌어 대중적인 스타일로 풀어낸 점은 높이 사지만, (역사물로써는 "상급"이 분명해 보임에도) 첩모물로써는 좋게 봐야 "보통" 혹은 "그 이하"로 읽히기 때문이다. - 미라네와의 대결, 그리고 로멘스로 귀결되는 상투적인 스토리는 작품 퀄리티를 스스로 헐리우드 볼록버스터 시놉 수준으로 강등시키고 만다.

 

가장 인상적인 단편이라면 "기묘한 발진"을 꼽겠다. 첩보물 치고, 그리고 본 작의 다른 단편들에 비해서도 가족적인 코드와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천연두로 아기와 아내를 모두 떠나 보내게 되는 주인공(아르길로스)의 절절한 슬픔에, 가족의 상실을 우두법의 발견으로 풀어내는 통찰이 더해져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기묘한 발진"의 인상이 강해서인지, 이어지는 단편들에서 아르길로스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점점 바람기를 살려가는 모습을 보면 살짝 반감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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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미 클럽 동서 미스터리 북스 92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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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미 클럽"으로 불리는 남자들만의 사교클럽이 있다. 변호사, 암호전문가, 작가, 화가, 화학자, 수학자, 이렇게 6명의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어느 레스토랑에 모여 모임을 갖는다. 각 모임 때마다 호스트는 지인 한 명을 특별 게스트로 초청하고, 만찬과 담소를 나누며 친분을 쌓다 그 날의 미스테리(보통 초대손님의 고민거리)를 해결한다

 

[흑거미 클럽]에는 총 12개의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재밌는 건, 미스터리를 푸는 사람은 쟁쟁한 엘리트 지식인 회원들이 아니라, 항상 그들의 시중을 드는 성실하고 점잖은 급사 헨리라는 점이다. (집사는 알겠는데, 급사는... 전담 웨이터 같은 개념인가?) 

 

(워낙에 다작을 했고, 그 관심 분야도 폭넓었던 작가이기에 당연할 테지만) 아시모프가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권말 해설에서 예로 들고 있는 [강철도시], [벌거벗은 태양] 등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파는 곳이 없어... ㅜㅜ), [영원의 끝]이나 [파운데이션] 시리즈 역시 추리소설적 기법이 많이 쓰였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 오리지널 [파운데이션] 3부작, 그 중에서도 제2 파운데이션의 소재를 밝히는 3부의 내용은 거의 추리소설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음모와 반전이 난무하는 작품이었다

 

[흑거미 클럽]SF 거장 아시모프가 대놓고 추리소설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추리적 요소가 미약하고 미스테리의 깊이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 등은 추리 단편집들의 공통적인 한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서사에서, 헨리 외에 두드러지는 캐릭터가 없다보니 남는 건 등장인물들의 수다와 마지막 헨리의 원맨쇼 밖에 없다는 건 좀 아쉽다. 몇 가지 아쉬움에도, 천부적인 이야기꾼답게 아시모프의 필력은 SF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으며, 논리적인 전개는 물론 매력적인 주인공(젠틀맨 헨리... ), 유쾌하고 오소독스한 분위기, 기발한 소재 등 (추리소설로써)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한 작품이다.

 

권말해설을 보니 [흑거미 클럽 II]도 발표된 것 같다. (역시 다작왕 아시모프... ㅋㅋ) 국내 출간된다면 반드시 읽을 테다.

 

 

사족 1. 미스터리의 깊이가 떨어져서, 치한님은 몇 개나 맞췄냐고…? 첫 번째 단편 <회심의 미소> 말고는 모두 꽝이다ㅜㅜ

 

사족 2. <양키 두들, 거리로 가다> <이상한 생략>은 문화적 차이와 배경지식의 부재로 인해 한국 독자들이 풀기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난이도 급상승! 읽어도 뭔 소린지 모르겠어ㅜㅜ) 이런 문화적 한계를 느낄 때면, 책 읽는 게 가끔 허무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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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냐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101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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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야생종 Wild Seed]을 떠올렸다. 그래서 좀 망설였는데, [야생종] (표현의 수위뿐만 아니라 감정의 진폭이란 면에서도) 굉장히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자부심,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 역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 계급(성별) 간 갈등 등을 심도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유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체와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썸뜩한 초인들의 SF 멜로(?!) [야생종]과는 별 상관 없고([야생종] [키리냐가]가 비슷하면, 파리랑 새도 사촌이다), 오히려 서정적이고 노스텔지어가 가득한 SF 단편집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The Martian Chronicles]가 생각났다. – 특히 애필로그 <놋의 땅>


물론 [키리냐가] [화성 연대기]에 빚진 작품도 아니다. [화성 연대기]화성이라는 배경만 공유할 뿐 각 단편 간 연결고리가 거의 없거나 아주 느슨한 것과 반대로, [키리냐가]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정해져 있고, 단편들도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나의 장편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또한 SF임에도 과학적 사실보다 낭만적이고 판타지에 가까운 정서가 지배적인 [화성 연대기]에 비해, [키리냐가] (역시 과학이 뒷전인 건 매한가지지만) 철학, 신학,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교육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풍부한 텍스트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야생종], [화성 연대기]를 떠올렸지만, [키리냐가]는 굳이 다른 레퍼런스를 들이대며 비교할 필요가 없는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뱃속의 아기가 발부터 나왔다고 죽이고, 노인을 하이에나의 밥으로 내다버리는 풍습을 지닌 어느 미개한 아프리카 부족의 행성 개척기이자 유토피아 건설기가 이토록 깊은 공감과 삶에 대해 성찰을 이끌어 낸다는 건 실로 놀라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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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터 - 화성의 프린세스 + 신과의 전쟁 존 카터 시리즈 1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백석윤.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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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박스에서 1권을 먼저 내놓고, 2012년 영화 개봉에 맞춰 2권을 분권하지 않고 1권과 2권의 합본으로 내놓았다. 개념없는 출판사로 욕먹을 걸 뻔히 알면서도 합본으로 낸 걸 보니 이후 시리즈의 출간은 요원한 듯. 영화 [John Carter]도 역대급으로 폭망해서 욕은 욕대로 먹고, 판매도 부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권을 구입한 독자들을 물먹였다는 점 말고도 이 합본의 문제점이라면, 1권은 그 자체로 나름 완결성을 갖춘 작품이지만, 2권은 시리즈화를 염두해 둔 까닭인지 세계관을 확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2권에서 매듭짖지 않고 3권으로 이어지는 구성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받는 이야기인 2권이 1권보다 훨씬 재미있음에도, 루비박스판 [존 카터]는 이야기가 중간에 끝나버리는 황당함과 읽다만 듯한 찝찝함을 피할 길이 없다. 국내에 번역된 적 없던 2권을 출간한 건 칭찬할 일이지만, 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라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비록 2권에서 이어질 뒷얘기가 궁금하긴 하지만, 이 합본만으로도 존 카터의 (황당무계한) 모험은 충분히 맛본 셈인지라, 기적적으로(?) 이후 시리즈가 출간된다 하더라도 계속 읽을런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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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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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문학의 거장 G. 마르케스의 노벨상 수상작이자,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었다.

 

유령이 돌아다니고,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 거나, 사람이 바람에 날려 승천하는 등의 거의 '아라비안 나이트'급 허풍이 난무한다. 그러면서도 라틴의 역사, 격변의 현실 속 민중의 삶을 굉장히 낭만적인 필체로 때론 처절하게, 때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무려 6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이어지는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다 비슷비슷해 지금 읽는 이야기가 누구 이야기인지, 이 캐릭터의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종잡기가 힘들다. (등장인물들의 헷갈림은 본인에게는 꽤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만약 책머리에 부엔디아 가문 가계도가 요약되어 있지 않았다면 캐릭터의 구분이 불가능했을 정도다) 서술방식 또한 복잡하기는 마찬가진데, 기본적으로는 연대기 형식이지만, 시간의 흐름을 절대적으로 따르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어떤 등장인물이 어느 시점에서 죽었다 하더라도, 다음 이야기에서는 시간대가 앞의 이야기와 중첩이 되며 앞의 이야기에서 죽은 인물이 여전히 죽지 않고 등장하는 식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에만 집중해서는 [백년 동안의 고독]의 복잡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시간의 흐름과 인과관계에도 집중해야 보다 흥미롭게 이야기에 빠져 들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코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지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지금까지 읽었던 이야기가 모두 멜키아데스가 양피지에 기록한 글을 아우렐리아노가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았고, 아우렐리아노가 양피지의 내용을 모두 해석하고 부엔디아 가문의 종말을 알게 된 순간 마콘도 마을의 소멸과 함께 끝이 나게 된다. 장대한 서사에 비해 다소 어의없는 결말이지만, 메타픽션적인 결말은 그 자체로 멋들어지고, 또 문학으로써의 완결성도 흠잡을 데 없다 생각된다.

 

그 외 연상되는 작품: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La Sombra Del Viento], 천명관의 [고래],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 El Laberinto Del Fa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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