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 [우주 순양함 무적호]


작년에는 현대문학에서 렘의 단편선을 발간했죠. 이번엔 민음사에서 발간을 하네요. 갑자기 렘의 작품들이 쏟아지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살짝 당황스럽네요. 아직 단편집도 못 읽었는데, 렘의 장편이 또 나오다니... 행복한 고민이네요. 근데 디자인 센스가 개판이네요... 이런 커버를 보고 과연 "이 책은 분명 고품격SF겠군" 라고 생각이 들런지... 오멜라스의 렘 걸작선 디자인이 너무 뛰어났어서 더 크게 비교가 되네요. 오멜라스 렘 시리즈 양장본은 정말 고급스러웠죠.

렘의 대표작 [솔라리스]를 제외하면,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 [우주 순양함 무적호]는 국내 초역이네요. 이 두 작품도 오멜라스가 망하기 전 발간하기로 했던 작품인 거 같은데...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는 확실히 오멜라스 발간 예정 리스트에 있었고(책 날개에 발간 예정작으로 인쇄돼 있었어서 기억해요), [우주 순양함 무적호]는 확실치 않네요.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 [우주 순양함 무적호]는 그렇다 치고, [솔라리스]를 또 발간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이 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대표작 [솔라리스]를 빼놓고 지명도가 극히 낮은 렘의 SF룰 발간하는 건 리스크가 컸을 거 같습니다. 야심차게 렘의 작품들을소개했다 망해버린 오멜라스 케이스도 있고... 그리고 렘의 작품은 작년에 발간된 단편선을 제외하면 모두 절판 상태라... 중고책으로 구하려고 해도 부르는 게 값이네요. 중고 SF 고전들의 높은 가격대를 보면... 부동산, 주식, 코인이 재태크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솔라리스]까지 재발간해 주는 건 감사한 일이죠. 더욱이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하니... 기존 판본들처럼 쉽게 절판 될 염려도 적을 거 같고요.

무엇보다 [솔라리스],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 [우주 순양함 무적호] 모두 폴란드어 직역이네요. 과거 렘의 작품들은 영어 중역이었는데... 렘의 대표작 [솔라리스]도 역시 영어 중역이었고요. 그 영어 번역조차도 폴란드어 번역이 아닌 프랑스어의 중역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발간한 현대문학의 렘 단편선이 폴란드어 직역이었던 걸로 아는데, 단편선이라는 한계가 있었고요. 이런 현실이니 렘의 대표 장편들을 직역한 이번 민음사 렘 걸작선에서 폴란드 직역을 키 셀링 포인트로 강조하는 건 당연한 일 같습니다.

근데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자면, 폴란드어 직역은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번역인 중역보다 직역이 훨씬 원작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겠죠. 근데 장르물에서는 정확한 번역도 물론 중요하지만 읽는 재미나 전달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난해한 SF 소설, 렘의 작품이라면 더욱 SF적이고 맛깔난 번역이 요구되겠지요. 번역이 시원찮으면 읽다 포기하기 딱 좋은 게 렘의 소설이라... 이번 민음사 번역진의 약력을 보면 번역 실력을 떠나, SF 쪽과는 거리가 있는 분들이신 것 같아 살짝 불안하네요. 어쩔 수 없죠. 아직까지 국내에 폴란드어 + SF 전문 번역가는 전무한 듯 하니까요. 이런 경우 SF전문 번역가가 감수를 해서 출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렘 작품들에는 감수자가 따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 살짝 흔들리지만, 믿고 구매를 해야겠죠. 그리고 SF전문 번역가가 아니라고 해서 폴란드 직역이라는 장점이 희석될 것도 전혀 아닙니다. 직역 시도는 칭찬할 일이지 걱정부터 할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혹시 모를 발번역(설마!?) 사태를 대비해... 기존 중역본도 아직은 소중히 간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ㅎ

난해한 작품이 많은 SF소설 중에서도 렘의 작품은 그 난이도가 상급인데, 모쪼록 판매량이 잘 나와서 렘의 다른 작품들도 계속 발간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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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라리스와 우주 순양함 무적호부터 읽어봤는데 번역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Lestat 2022-06-15 22:06   좋아요 0 | URL
벌써 읽어 보셨군요 ㅎ 역시 번역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우주 순양함 무적호부터 읽어보려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