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접 스포일러가 있어요*)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제일 잼나다고 소문 난 [스노우맨].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전작들보다 특별히 잼나거나 월등히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은 해리 홀레 시리즈가 워낙 기복 없이 잘 빠져서 긍가이 정도면 평작 수준 아닐런지…?


해리 홀레의 새 파트너 카트리네 브라트의 캐릭터도 멋지고 촘촘한 빌드 업이 인상적이지만, 전작들에 비해 흥미도가 빠르게 차오르지는 않는다. 결말도 설정과 스릴은 상당하지만 [데빌스 스타]처럼 멋진 트릭이나 헐리우드 액션으로 통쾌함을 주는 것도 아닌지라 좀 심심삼삼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깨림찍한 건 살인 동기인데살인 의식을 위해 눈사람을 만든다…? 유부녀를 살해해 세상을 치유한다…? 아무리 연쇄살인마지만 이건 좀 아닌 듯이해는 가나 공감은 불가… --a:


중간중간 단서를 많이 주는 편이라 범인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중반쯤 되면 진범 유추가 가능하다 보니 작은 반전들도 김이 좀씩 세버린다. 독자한테 푸는 단서는 많은 반면 해리의 헛다리 집기는 본 작에서 특히 빈번하고덕분에 헛발질만 줄창 해대면서 줄곧 스노우맨한테 끌려 다니는 인상인지라 본 작의 해리는 여전히 유능하고 명석하게 그려지나 꽤나 답답한 캐릭터로 느껴진다. 덕분에 진범을 잡고 라켈을 구했어도, 해리가 이겼다, 사건이 해결됐다는 쾌감은 적은 편이다. 작품 소재도 그렇고, 범행 동기도 그렇고전체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엔 본 작의 무겁고 스산한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트메어 앨리 스토리콜렉터 91
윌리엄 린지 그레셤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리는 영화나 원작이나 대체로 비슷하다. 그치만 영화는 무수한 상징과 정교한 미장센이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델 토로의 전작 [셰이프 오브 워터]보다도 좋았고. 반면 원작은 미스터리/서스펜스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다지 정교하다거나 정돈된 작품은 아니고, 거기다 번역과 편집도 엉망이라 맥이 뚝뚝 끊기다 못해 후반부쯤 가면 이게 대체 뭔 소리지 싶은데... 만약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라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염려가 될 수준이다. 영화도 후반부 급전개되며 따라가기 벅찬 부분이 있었기에 원작을 통해 영화가 설명해 주지 않은 이야기의 간극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딴 거 없다.


한 줄 정리. 델 토로의 영화가 훨씬 풍부하고 철학적인 텍스트를 담고 있으니 앵간하면 영화로 보고 끝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어린 벰파이어 쇼리는 자기가 누군지, 왜 다쳐서 동굴에 홀로 버려졌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동굴을 나와 배회하던 쇼리는 라이트라는 남자를 만나 공생관계를 맺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자신과 가족들이 죽임을 당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다른 벰파이어 가문을 만난 쇼리는 자신이 피부색뿐만 아니라 보통 벰파이어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쇼리]는 뱀파이어 사회에 대한 세밀한 설정을 바탕으로, 벰파이어와 인간종족의 공생, 종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 인종차별, 계급갈등 등을 장르적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다. 벰파이어와 인간의 공생, 즉 인간은 벰파이어에게 피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하고 벰파이어는 인간에게 쾌락과 안전을 제공한다는 기본 설정이 확고하기에, 소설은 벰파이어 vs 인간이 아닌 벰파이어 vs 벰파이어구도로 전개된다. 벰파이어와 인간의 공생, 그리고 사랑이라는 설정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렛미인]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쇼리는 [렛미인]의 엘리보다 훨씬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렛미인]의 비극적인 정서와는 차이가 있다.


이야기 자체는 전통적인 벰파이어 호러보다 로드무비, 성장소설에 가깝고, 미스터리/추리 + 스릴러의 면모도 갖고 있다. 부연하자면, 중반까지는 액션을 가미한 미스터리, 추리물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되다 후반부 들어서면 마치 법정 스릴러처럼 벰파이어 사회의 규율과 전통에 따른 논리적 공방이 이어진다. 덕분에 전반에 비해 후반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작품의 주제와 벰파이어 사회에 빗댄 작가의 통찰은 후반부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후반부가 좀 더 마음에 들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어요*)


솔직히 액션, 미스터리물로써의 만족도는 크지 않은 작품이다. 쇼리가 벰파이어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Daywalker)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정확하게는 그 특별함이 유전자조작과 까만 피부색 덕분임이 드러나는 순간, 미스터리는 걷히고, 낯설었던 벰파이어 사회는 익숙한 인간 사회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이 세밀한 설정에 기반해 논리적으로 전개되며,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캐릭터들과 어리지만 똑똑하고 당찬 쇼리의 활약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 한다. 무엇보다 벰파이어에 대한 설정이 워낙 촘촘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방식, 인간과의 공생, 종족번식 등에 대한 내용만 따라가도 재미가 상당한 작품이다.


외계인과 인간의 공생을 다룬 [블러드차일드]를 벰파이어물로 치환한 것 같은 본 작은, 폴리아모리, 미성년자와의 사랑 등첫인상으론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으로서도 상당히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벰파이어 장르에서도 인종차별, 계급투쟁 등을 이야기하는 [쇼리], 역시나 옥타비아 버틀러다운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챕터만 더 읽고 자야지 하다가 결국 밤을 꼴딱 세버렸네. 하루도 아니고 연 이틀을지금 시각 4시 반. 졸라 피곤해도 끝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작품은 드뎌 해리 홀레 시리즈 최고작이라는 [스노우맨]. 맘 같아서는 당장 읽고 싶지만, 얼마 간 텀을 두고 읽어야겠다. 연달아 또 밤을 샐 체력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콘크리트의 섬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래에 밸러드의 작품이 꾸준히 번역되고 있네요. 일찍이 2000년대 후반에 종말 3부작 [물에 잠긴 세계], [불타버린 세계], [크리스탈 세계]가 문학수첩에서 나왔었고... 당시 [하이라이즈]라는 괴작도 함께 소개됐죠. [하이라이즈]는 톰 히들스턴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몇 년 전에 개봉했던 걸로 기억하고요. 물론 소설보다 재미는 없었지만


이 후 현대문학에서 밸러드의 단편집도 내줬고... , 중간에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화로 유명한 [크래시]도 출간이 됐죠. [크래시]는 저도 원작을 안 읽어 봤네요. 아마도 크로넨버그의 영화가 재밌었으면 소설도 읽었을 텐데... 대딩 시절 본 영화가 (예나 지금이나 크로넨버그를 무지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개차반아니 댱췌 이해가 안 가서리... 아예 영화를 안 봤더라면, 밸러드의 작품이니 [크래시]도 당근 읽었을 거 같습니다만...


각설하고, 감사하게도 작년부터 현대문학에서 JGB 걸작선을 발간해 주고 있네요. 그 첫 작품 [콘크리트의 섬]을 기쁜 마음으로다 읽었습니다. [헬로 아메리카]와 함께 구입했지만, [헬로 아메리카]는 처음 듣는 작품인지라, [콘크리트의 섬]을 먼저 픽한 건 네추럴한 선택이죠. 글구 무엇보다 [콘크리트의 섬]의 출간이 너무나 반가웠고요. [콘크리트의 섬]은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척박한 조선 땅에도 번역 소개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전설의 판본을 저는 구경도 못 해 봤죠. 구하기 졸 어려운 책이라 재출간만 오매불망 기다렸고, 드디어 작년에 나와 버린 거죠.


저는 사실 [콘크리트의 섬][믈에 잠긴 세계], [불타버린 세계], [크리스탈 세계]와 같이 종말 시리즈에 들어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역자 후기에 따르면 [콘크리트의 섬][하이라이즈], [크래시]와 함께 도심재난 3부작에 속한다고 하네요. [크래시]...? [하이라이즈]...? 읽기 전에 알았음 살짝 불안했겠습니다요.


제가 좋아하는 벨러드의 종말 3부작은, 정말로 종말이 와버린 세계에서의 인간군상을 그리고 있죠. [물에 잠긴 세계]는 빙하가 녹았었나...? 해서 세상이 물에 잠겼고, [불타버린 세계]는 지독한 가뭄으로 인해 바다가 말라버린 세계였어요. [크리스탈 세계]는 설정이 좀 독특한데... 모종의 이유로 (무슨 이유였는지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세상이 점차 수정으로 변해 가는제목만큼이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작품이었죠. 개인적으로 종말 3부작 중에서는 [불타버린 세계]가 가장 인상적이었고요.종말 3부작이 아닌 도심 재난 시리즈의 [콘크리트의 섬], 세상이 콘크리트로 덥히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콘크리트 고속도로 사이 작은 섬에 고립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로소]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답게, 진짜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내고 섬에 조난당한 한 불쌍남의 고독한 생존기이자 탈출기예요. 이게 말이 되는 설정이냐 반문할 수 있는데, 물론 말이 안 되죠. cctv, 휴대폰 따위가 없던 시절임을 감안하더라도 뻥이 심합니다. 하지만 벨러드의 다른 SF들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죠. 세상이 수정으로 변하다니요.


밸러드의 SF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SF가 아니라 독특한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으로 사고실험을 하는 그런 SF. 말이 좀 꼬이는데... 덕분에 취향을 많이 타는 SF라는 장르 안에서도 벨러드는 독특한 세계관과 팬층을 지닌 작가인 것 같습니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일단 끝까지 읽으면 쉽게 잊혀지는 작가는 아닌거죠.


밸러드의 그림을 그리는 듯한 묘사, 시적인 문체, 독특한 캐릭터 설정은 [콘크리트의 섬]에서도 돋보입니다. 배경인 교통섬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반응하고 변화하며 탈출을 저지하는 것 같고, 인간군상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한두 개 빠졌거나 비밀스럽고, 어딘가 뒤틀려 있어요. 주인공이란 인간은 마치 일부러 사고를 내서 스스로 섬에 고립됐고, 탈출에 별로 진심인 것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결정적인 탈출 기회를 여러 차례 허무하게 날려버리기도 하죠. 읽다 보면 SF라기 보다는 싸이코 드라마 같아요. 크로넨버그가 [크래시]말고 이 소설을 영화화했으면 더 볼만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순문학과 SF의 경계에서 독특한 입지와 문학성을 쌓아올린 J. G. 밸러드. 밸러드의 작품세계가 대중성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벨러드의 글은 시적인 반면 진행이 좀 느릿느릿하고 나른한 느낌인데... 그래서 긍가 한편으론 권태롭기도 하고, 살짝 변태스럽기도 하죠. (? 그래서 [크래시]...? ) 하지만 [콘크리트의 섬]은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분량도 짧아서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읽힙니다. 주인공이 결국 섬을 탈출 했는지 안 했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탈출했든 섬에 남았든, 어느 쪽이든) 희망적인 톤의 결말은 뒷맛도 깔끔해요. 이 정도 재미라면 잘은 모르지만, 밸러드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소설군에 속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