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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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자 하는 자가 알고자하는 정보를 많이 접하려고 시도한다면 그 사실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것이고 그것을 알고자 하지 않는다면 사실은 개개인들의 기억 속에 묻혀 사라진다. 그래서 개개인들이 많이 알고자 하여 얻은 종합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나마 객관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게 역사다.
 
 한국의 지난 짧은 기간을 보면서 많은 한탄과 절망, 그리고 회의속에서 나, 개인의 삶 또한 정답을 찾지 못한채 잉크로 번진 시험지를 집어들고 정처없이 헤매는 영혼이 된 것 같아 때때로 우울해지는 현실을 발견한다.

 그런 우울한 분위기의 사회속에서도 암묵적 동의하에 우리는 다 같이 약속이나 한듯 그전에 하던대로 삶을 이어나간다. 왜 바꾸려고 하지 않는가. 왜 다 같이 힘을 합쳐 현실을 바꾸지 않는가. 소수와 소수의 몫이 되며 다수는 피곤에 쩔어 무언가를 바꿀 의욕을 잃는다. 그건 아마도 지금까지 한국 역사가 겪어온 많은 반복적 행태들의 결과일 것이다.

 

 한번 해보고 두번 해보고 성공했다싶었는데 완전히 엎어지는 힘. 그리고 세대가 바뀌면서 다시 시도되지만 이런 시행착오는 겹쳐진 역사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횟수가 줄어들겠지. 왜냐면 그 전에도 해봤는데 안되었지 않느냐. 그러니 다음 세대는 이런 역사의 반복을 하는 수고가 반갑지 않다. 그렇게 무뎌지고 회피하고 정체성을 찾지 못해 회의감에 빠지고 옳고 그름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의욕포기형의 결과로 다다른다.

 

 신영복 저자의 20대, 지금의 20대는 많은 것이 다르겠지만 덜 형성된 어림. 나는 신영복
 저자의 20대에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발가벗겨진 채로 자신의 신념을 체념당하기 위해 모진 학대와 고문을 받았을때. 그에게 처음 안겨진 충격. 그 충격을 받았을때의 느낌은 어떤 시대의 20대가 받아도 비슷한 충격이지 않을까. 그 시절의 20대 신영복, 현실이 20대 신영복.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면 그 충격의 세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같다. 시대가 아무리 그런 시대였다한들 그 시절 20대 신영복이 받았던 충격의 크기가 과연 시대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꽃다운 시절이라 부르는 청춘의 나이에 감옥에서 시작한 신영복은 가장 밑바닥의 잔인함까지 겪다보니 오히려 그 잔인함이 주는 철저하리만치 사무치는 깨달음의 깊이가 오히려 강인함과 다른 사람을 감화시킬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주었다. 행동과 말이 빛이 되는 현재까지의 스스로가 역사가 된 신영복을 만날 수 있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지금 방황하는, 회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답을 느끼게 해준 책. 가치와 희망의 반복이 왜 필요한지를 심어준 책으로 파편의 사상적 귀퉁이들을 엿봄으로 성숙의 의미를 되찾는데 많이 힘이 된다. 
 
 "정치는 평화의 실현이다" 2013년에 그가 한 말이 현재까지도 적용할 수 있는 현실이라니 매우 안타깝다. 지금 시국에서 아마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통찰과 혜안을 줄 수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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