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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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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케스가 <<백 년동안의 고독>>에서 마콘도라는 가상의 마을을 건설하기 전에 "너무 새로운 세계라서 많은 존재들에게 아직 이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가르켜야만 했다."   - 78p

 

  먼훗날 언어가 생기기 시작한 이래로 소통과 사유의 보존을 위한 기록을 위해 문자가 만들어져야했다. 하지만 문자는 개개인의 표현의 완벽한 도구는 되지 못했다. 다만 답답함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게 숨통을 트여 주었다. 갑골문자에서 비롯하여 상형자를 통한 설명을 가득 담은 이 책은 한자에 대해서 이질적이거나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보다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제목이 주는 딱딱함이 왠지 이 책은 고리타분한 학문에 관해서만 논하지 않을까 편견을 일으킬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꽤나 한자 외의 여러 문화와 작가들의 에피소드, 심지어 아담스미스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어록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생각보다 마음 놓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한자에 대해 능통하지 못한 나에게 또한 한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자의 형성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생겨먹었나, 이런 뜻을 가지게 되었나 모양을 통해 추측해보는, 또한 더하고 빼지는 의미와 한자의 여러가지 속성에 대해 작가의 생각들이 많이 피력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절로 드는 생각은 상형자의 고대 문형을 위해 책을 인쇄할때 어떻게 이 문형들을 일일히 갖다붙였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림같이 생긴 이 문형들은 타자작업으로 할 수 없었을텐데 일일히 따로 손으로 작업했을까. 그 점이 매우 궁금해졌다. 

 

 한자는 다른 나라 글자와는 달리 글자수가 매우 많이 있고 수많은 글자들이 파생되어 결합되고 해서 사실 한자공부는 수월한 공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앞으로 한자가 훨씬 더 잘 머리에 들어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자를 그림으로 생각하고 그림이 가지는 의미를 맞추다보면 한자가 보다 잘 익혀질 것 같다.

 

 "만萬자가 원래 무서운 동물인 전갈을 지칭하는 글자였으나 전주를 거쳐 천부적으로 이상한 여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했는가 하면.." 글자의 무한한 차용에 관한 글을 보면 글자가 가진 원래의 의미가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지게 된 것도 있다. 유명한 언어학자는 세계의 언어중 매일마다 평균 2가지의 글자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라지는 글자가 있는가하면 새롭게 생겨나는 글자도 많다는 점은 인류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 같다. 

 

 노인 살해와 영아 살해를 다룬 장은 특히나 인상 깊었는데 기棄자는 손에 밧줄을 들고 갓난아기를 교살한 뒤, 삼태기에 담아 피 묻은 영아의 시신을 쏟아버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또한, 미微자는 노인을 대표하는 고정적인 형상으로서 머리카락이 길게 자란 것으로 시간의 양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는 중국의 잔인한 인구억제행위를 글자의 형상에 담아냈다는 것이 신기했다. 곧 글자가 역사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잘못된 풍습이든 좋은 풍습이던간에 그 나라의 풍습과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에 나라마다 글자가 다르고 글자에 담긴 어떤 특성이 그 나라의 특성과도 닮아있는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저자는 이대로 가다간 환경이 오염되어 지구가 파괴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환경운동가의 주장을 지구는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은 행성으로써 인류가 파괴될지언정 지구는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나에게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지구에 살지도 모른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인류가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환경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저자의 이 발언은 곧 문자에 적용되기도 한다.


 문자는 삭제될 수도 있고 소멸될 수도 있다. .. 사람들이 알아채기 어렵게, 조용하고 은밀하게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문자는 복종밖에 할 줄 모르는 동물이라 저항을 하지 않는다. 중략.. 우리 스스로 문자가 사라졌을 때의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 ..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한 가지 선을 행하는 것처럼 '문자를 보호한다는' 마음과 자세를 되새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놔두고 그때그때 현실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다. 문자보다는 우리 자신을 더 멍청해지지 않도록, 세대가 더해갈수록 더 바보가 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334p


 저자의 관점을 잘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볼수록 아름다운 글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거짓이고 착오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 263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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