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빼빼로가 두려워..
정신차려, 이 사람아, 당신 발 밑에 파도가 있어.
이 소설은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 아마도 가장 독특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도, 이야기 구성의 완벽함도, 마음을 후려치는 결정적인 문구도 발견하기 힘들다.
뭐랄까. 츄리닝 같은 소설이라 할까. 긴장을 풀고 마음 놓고 심심풀이 땅콩 쯤으로 읽기에 어울리는 느낌. 어릴때 학교에서 보여주는 보는 오페라를 봤을때의 느낌과 닮아있다.
박생강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나는 그럴듯한 소설을 쓸 생각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소설은 첫번째의 보고서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로 시작해 두번째, 세번째도 독특한 그의 시각과 감성을 닮은 소설이 탄생할 듯 싶다.
빼빼로를 두려워하는 남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 속에서 다시 반전을 꾀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서 끝이면 놀라운 게 아니지. 이상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외계인의 존재가 밝혀지고 그 놀라움에서 놀라기도 잠깐 다시, 신비하지만 이상하게 무시무시한 살아있는 것 같은 빼빼로를 삼킴으로해서 또다른 전개를 펼치게 된다.
걸어다니는 개, 반토막이 나 각각 돌아다니는 신체들, 살아있는 것 같은 혼을 불어넣은 오묘한 빼빼로.. 이건 거의 정말 희한한 줄거리의 조합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글솜씨에 있다고 본다. 만일 글이 형편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헐. 뭐야. 이게. 라는 소설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글이 읽을만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읽혀지는 그런 소설이다.
그럴듯하게 쓴 비현실로 범벅을 해버린 빼빼로가 두려워..
꿈을 꿀때는 비논리가 판을 치면서도 때때로 흥미진진한 꿈을 꿔서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가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 재미난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색적이었고 여태까지 본 소설들과는 확연히 달라 생각을 전환시킨 소설이기도 했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이 소설이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 이런 특이한 소설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실험소설같은 작가의 시도가 용기 있게 느껴져 앞으로 나올 그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