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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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내가 사진을 현상하는 암실의 문이오. 잠겨있진 않소. 신뢰의 문제니까. 물론 이 방에 들어가는 건 금지요. 당신이 이 방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내가 알게 될 거고, 당신은 크게 후회하게 될 거요."

 

 

 

  원작 '푸른수염'은 왜 동화가 되었을까.

   동화란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인데 왜 극악무도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동화로 둔갑했을까..

   어릴때 푸른수염 만화를 보고 책을 읽을때는 그것이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잔인한 지도 몰랐고 무서운 줄도 몰랐다.

  내가 어릴때는 대체 무서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였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헨젤과 그레텔도 무시무시한 이야기이며 빨간 모자는 어떻고 또한 성냥팔이 소녀는 얼마나 불쌍하고 모진 세상 속에 버려진 소녀의 이야기인가..

 

  왜 그 옛날 시절 이렇게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들이 동화로 만들어졌으며 아이들이 이런 동화를 읽고 자라게 된 것일까..

 

 

  그건 아마도 그 시절엔 어린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또한 철부지 아이들이 여기저기 통통 튀어 위험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세상엔 이런 일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충고하고자 한 일이 아니었을까. 란 생각도 든다.

 

  그렇게 시대는 흐르고 흘러 어린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어린이는 약하고 아직 세상의 일에 순진해 보호 받아야 할 약한 존재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동안 동화로 받아들여졌던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읽혀진 이야기인데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받았기에 지금도 동화로 읽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은 약간의 모티브는 비슷하지만 푸른 수염인듯 푸른 수염 같은 푸른수염 이야기이다.

 

 

 

 

 푸른 수염 이야기에서 좀 더 관심을 귀추시킬 수 있는 건 바로 실화 인물에서 어느 정도 사실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인데 1440년 사탄 숭배와 유아 유괴 및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처형된 프랑스의 귀족 질 드 레의 실화가 그 바탕이 되어 있다. 사실 질 드 레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워낙에 옛날인데다가 그 옛날 신분제가 있었던 시절에 귀족이 살인하는 일에 대해 크게 조사를 철저히 할수가 없었을 뿐더러 죽은 사람들의 신분이 낮았기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힘이 없어 그의 살인은 더욱더 많았을 것이고 그렇다보니 실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어 사람들은 그 사건들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한계가 없었다.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도 잠깐 다룬 적 있었던 푸른 수염의 실제 주인공. 너무나도 알려진 게 없어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떠도는 그의 이야기는 또한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에서 재생된다.

 

 

 

 하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은 피가 나오는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는 이상하게도 미스터리한 푸른 수염답지 않은 남자주인공이 나온다. 그는 세상과 담 쌓은 일반인으로써는 약간 이해되지 않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독특한 취향과 성격으로 현대판 푸른수염을 자청하고 있다.

 

  푸른수염이 현대에 살아 있었다면 이런 인간이 되었을까.

   내 생각엔 노우!

  하지만 세상과 단절되어 있고 독특한 취향과 성격만큼은 오우케이! 

 

 책에서 묘사된 그는 성격이 생각보다 온화하고 침착하며 화를 내는 법이 없다. 하지만 실제 푸른수염이었다면 사이코패스에 가까웠을 것이며 사람을 보는 시각이 일반적인 사람과는 확연히 달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선이 일반적인 사상과 다를 것이며 살아 숨쉬는 것에 대한 확연히 다른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반인과 섞여 들었을땐 거의 티를 내지 않는 냉정함도 보일 수 있는 냉혈한.

 

  색깔과 먹을것에 그리도 집착하는 돈 엘레미리오.

  그는 거만하기도 하며 자신의 종족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과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편견과 아집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성격의 독불장군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며 흩뜨러지지 않는다.

 

  무려 일곱번째 세 든 여자가 된 마지막 여인 사튀르닌. 그녀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짐작하면서도 그를 겁내기는커녕, 면전에 대고 그의 오만함과 거만함을 꼬집으며 다양한 살인자들의 이름을 빗대어 그를 자극시킨다. 정말 당차고도 용기있는 여인.

 

  평범하지 않기에 주인공이 된 거겠지. 그녀를 이름을 읽을때마다 계속 사르트누스가 연상된다.. 푸른수염이라는 이미지와 자식을 잡아먹는 무서운 사르트누스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아마도 그 이름들이 가지는 잔인함 때문에 이 둘이 서로 이어지는 것 같다. 게다가 푸른수염의 무서운 얼굴이 상상되면서 어쩌면 고야가 그린 무서운 그림 사르트누스가 바로 푸른수염이 가진 얼굴이 아닐까 홀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실 막판에 뿅! 하고 마법처럼 그녀가 변신하는 장면은 순간 어이없고 그동안 읽어왔던 뒷내용에 대한 기대감에 대한 어떤 허무함이 들었지만 예술이 이런 거라니.. 이런 건가.. 하며 받아들일 수 밖에. 어쩌면 무언가를 상징했을지도 모른다. 색깔의 완성. 완성을 통해 이야기가 완성되고 푸른수염의 뜻은 이루어진다. 독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대로 늘 이루어질 순 없으니까~~

 

  이 책의 내용은 아무래도 이야기의 서사가 아니라 이야기 중간 중간 그들의 대화에서 엿보는 위트와 풍자가 주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나 또한 돈 엘레메리오 같은 헛된 욕심을 부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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