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이라 함은, 인류의 문화와 인물과 문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을 말하는데 어떤 도서는 아무래도 확실한 영역으로 나누기가 애매한 책이 있다.
그럼에도, 인문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책까지 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꾸려본다.
우선, 내가 처음 서평을 썼을 땐 무지하게 부끄럽게 느껴질 만큼 어설펐는데,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가닥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지금도 생각만큼 글이 잘 표현되진 않지만 아무튼 마이클 더다의 책을 읽고 리뷰든 서평이든 글을 쓸 때는 솔직한 감상과 더불어 적절한 단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시대는 누구든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밝힐 수 있는 미디어 자유 시대가 아닌가. 솔직히 전문적인 리뷰나 서평 보다는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읽은 일반인의 진실한 감상을 보고 책이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더 많은 게 내 경험이다. 더하자면, 요즘은 일반인들도 매우 표현력이 좋고 글솜씨가 뛰어나 전문적인 사람보다 더 나은 경우도 많이 봤다.
마이클 더다의 나라에서는 서평가가 언론인 못지 않게 위상이 높은 것 같지만 한국엔 아직 전문적인 직업으로써의 서평가는 없는 것 같다. 좀 아쉬운 요소.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내가 그동안 한번쯤 들어본 것 같거나 알긴 했지만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던 고전을 소개하는데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 속에 있은 고전 목록들 전부 호기심이 생길만큼 흥미진진한 책이다. (또! 100편 가까이 되는 책의 개요를 대강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두툼하고 검은 표지의 책을 읽는 여인의 모습은 고혹적이고 엄숙하다. 책 읽을 분위기가 난달까.
아메리카 문학을 중심으로 전개한 김옥동의 [소설의 제국] 또한 소설의 해설과 작가에 대한 부연 정보들이 재미난 것들이 많아 괜찮은 책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중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 앞에는 아직 많은 미지의 모험이 남아 있으니까. 자 이제 흥분을 기대하라. "게임은 시작되었다!"'
담번 목록은, 명성이 자자해서 역시 나또한 손에 쥐게 된,
마이클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세상의 변화에 따라 그 시대의 정의가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보편적인 옳음이 존재했을 것이다. 어쨌든, 시대의 정의를 논할때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동안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결함을 찾으며 충분히 토론을 하였고 그 토론 속에서 충분히 옳다고 생각되는 결과를 끌어냈는냐가 중요하다.
하버드 교수인 마이클센델이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강의까지 한 이 책의 내용은 어떤 시대를 사는 사람이든 '정의'라는 개념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재확인의 필요성의 의무를 지게 한다. 얼핏, 정의는 옳은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헷갈리기 일쑤다.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존 스튜어트 밀, 제러미 벤담, 존 롤스 등 위상이 높았던 학자들이 내세운 이념들을 들어 정의와 오류에 대해 설명하고 결국엔 딜레마에 선 정의를 판단하기 위해 여러 논쟁거리를 내세우는데 골이 아플 지경이다. 쉽게 생각하던 '정의'가 이 책을 통해 어려운 게 되버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오류 없는 '정의'의 단계로 가기 위한 도약 단계라고 생각된다. 또! 이런 토론은 사람들의 가슴에 잠자고 있던 양심을 깨워서 정의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게 하여 새롭게 대두된다는 점은 긍정할만한 것들이다.
어쩌면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이야기를 마이클센델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낙태문제와 동성애, 줄기세포, 아프가니스탄의 염소치기, 평등의 악몽, 증권사고 등 시대의 이슈들을 중심에 놓고 이 일들이 가진 도덕의 한계와 원칙, 정의의 길을 따져보는 데 머리가 복잡하긴 하지만 에너지가 샘솟는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보편적으로 사람이 가진 '정의감'을 자극시키는 것!
아마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만큼 이런 책은 때때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시키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독서 인문서라 해도 괜찮을 책.
다음으론,
이 시대인 자본주의의 비평서라고 할 수 있을 '행복의 역설'
[예전에 쓴 이 책의 리뷰 -
아래는 책의 본문에 나오는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을 뽑아봤는데 이 몇가지 문단만으로도 이 책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 자본주의 시대의 행복이 물질적 욕구와 긴밀히 연관되면서 생기는 부작용과 진정한 행복의 상실에 대해 사회적 문제들을 거론하며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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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공급, 빠른 수익성 요구, 강력한 판매 촉진 장치들은 문화 상품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이렇듯 문화 상품의 짧아진 수명이 정신문화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책은 점차 서점 진열대에서 초고속으로 유통되는 제품이 되었다. 파리에 있는 550개의 영화관 가운데 3분의 1이 매주 새로운 영화를 내건다. 1956년에는 영화 제작비의 50퍼센트를 영화 상영을 시작한 지 세달이 지나야 회수했다면 오늘날 실패작은 대부분 2주 안에 결과를 알 수 있고 흥행작도 6주 또는 10주면 충분하다. .. 중략. 소비자본주의 제3단계에서 문화는 점점 투자 자본에 대한 분배의 책무가 따르는 금융 투자 상품과 다를 바 없는 상품으로 전락했다. 과잉 상품경제는 '문화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끈질긴 노력에도 어쩔 수 없이 거의 모든 활동 분야에서 시장의 법칙에 따르게 되었으며, 미디어 자본주의는 점점 더 짧은 일회성 논리와 속도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97p
오늘날 사람들은 행복하냐고 묻는 물음에 유럽인들은 90프로정도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막대한 숫자앞에 저자는 의문점을 제시한다. 이것이 상대적인 지수일까. 아니면 절대적인 지수일까. 옛날의 전쟁통에 비하면 행복하고, 또 끼니도 떼우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의식주면에서 그 이상은 되니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사람이 행복해 보이냐는 물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현재의 과소비사회의 광고업체는 어린 연령층을 위주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을 가진 부모들은 부를 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에서 남들처럼 먹고 살고 원하는 것을 구매하기 위하여 모두 직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바빠지면서 육아문제가다른 사람 손을 빌리게 되었고 전문 육아업체가 생기면서 아이들은 부모와 얼굴 보기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부모들은 제 아이들이 결핍되지 않게 하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교육에 자신들이 벌어들인 수입의 20%이상을 투자한다. 50%이상 투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집도 있다. 이렇게 교육열은 높아지지만 부모와 자식간에 감정이 메말라가고 낯설어지는 것에 대해 부모는 죄책감을 지니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사주고 싶기 때문에 구매선택권을 자식에게 부여한다. 여기서 아이는 '어린왕' 이 되고 과소비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양심을 팔아먹은 일부의 광고업체는 해로운 것을 구분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구매를 유발할때도 있다. 가령, 담배 같은 것은 비교적 젊거나 어린층에게 더 많이 광고를 노출시킨다고 한다. 그들에게 아이들은 잠재적 구매자가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구원'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소비와는 다른 열정과 취향을 발전시키는 장치들의 발명이나 개선에 있다. 다시 말해 소비 전염병을 악마처럼 취급하기보다는 사람들을 좀 더 다양한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이 상품을 통해서만 행복을 느끼지 않도록 이끌려면 일, 창작, 공적 활동처럼 완전히 다른 관심 분야나 욕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사람들이 소비의 일시적인 천국 밖에서 정체성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유형의 교육과 일을 개발해야 한다. - 4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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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체가 물품을 팔고자 하는 대상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어린 아이들이 물질적 향락을 일찍 맛보느라 오히려 행복의 궁핍을 경험하고 다양한 삶의 목적 추구에 대한 열망을 잃게 한다는 것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몸소 느껴오던 바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유명 브랜드 옷으로 자기들끼리 계급을 매기는 청소년들 같이 물질이 곧 인간의 가치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라이프 심리학]에서도 광고업체가 노리는 대상의 연령이 어려진다는 부분처럼 일부 중복되는 내용이 언급되는데 이 두권의 책 모두 물질 만능주의 시대를 우려하고 견지하며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대책과 더 나은 삶의 방향을 고찰해보는 내용이 들어있다. 문제의식을 느끼며 진지하게 읽었던 책이다. [행복의 역설]의 417p 부분이 매우 중요한 페이지다. 정말로 행복한 미래의 사회는 이 페이지에서 말하는 바의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다음으로, 어쩌면 이 두 책과 연결점이 보이기도 하는 [루가노 리포트]를 강력 추천한다!
1997년에 출간된 21세기 예상 시나리오. 15년이나 전에 쓴 책인데도 지금 이 시대의 많은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리포트 형식을 따와 기록 방식처럼 정리되어 있는데 정말로 무슨 보고서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1부에서는 위협 및 위험 요소를, 2부에서는 제안 및 권고 사항을 다루고 있는데, 위험요소에서는 위협과 장애, 생태파괴에 잠재해 있는 재앙, 파괴적 성장, 사회 양극화의 극단주의, 깡패자본주의, 금융의 붕괴, 주목해야 할 모순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중의 거의 모든 부분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어쩌면 15년 전부터 기미가 보였던 문제들을 발전시켜 이런 시나리오가 완성됐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암울해보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세계의 정상이나 리더들이 꼭 읽어보게 하고 싶은 책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할 때마다 펴들고 읽어보며 감탄하는 책!
함께 보면 좋은 책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세계는 왜 싸우는가
바람의 딸 '한비야'씨의 에세이들도 함께 읽으면 더 풍성한 독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들을 읽노라면 세계의 정세와 중동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기아 문제가 단지 그 나라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전쟁과 경제문제 등 긴밀히 얽히고 섥힌 이익 단체와 개발도상국들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씁쓸하게 불편한 진실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책이다.
알마 출판사에서 내가 관심 있어하는 인문, 사회과학 책이 많이 나오는데 이 중 [범인은 바로 뇌다]와 [바이러스 습격사건]이 내가 유독 관심 있게 읽은 인문서이다.
[불멸의 여인들]
[불멸의 여인들]에는 히파티아, 클레오파트라, 퐁파두르, 엘리자베스 여왕, 마르그리트, 서시 등 당대를 주름 잡았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핍박과 차별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뜻을 펼치고 인정 받지 못해도 담담히 자신의 인생을 그려나간 이 여인들의 삶을 일부 지켜보노라면 감탄과 뿌듯함 같은 게 느껴진다.
때론 잔인한 리더가 된 여성도 있고, 때론 너무 똑똑해 희생양이 된 여성도 있지만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불굴의 의지는 배울 점이 많다. 그보다 이 책은 과거에 유명했던 여성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호기심이 있다. 그 호기심으로 연 책을 읽노라면 생각보다 단숨에 제법 두꺼운 책에 빠지게 된다. 재미있고 풍성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