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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재능을 가지고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천재성을 가지고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천재성과 재능, 솜씨, 잔재주를 분류하여 설명하며 끝에 앵그르의 명언을 갖다붙인 미셸은 다른 모든 것들은 그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며 적당히 구미에 맞추는 반면, 천재성은 시대에 부합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탤런트적인 요소 또한 잔재주나 동등하거나 조금 위일지언정 천재성에 버금갈 수 없다.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 중에 천재는 드물다. 자본주의 시대에 시대가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는 천재는 굶어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 이전 시대의 고흐나 다빈치 같은 예술인과 비견될만한 예술인은 후에 나오지 못한 것이 아닐까. 반면 오늘날 이들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회자되고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미술의 세계를 구축하지 않으려 한다. 이전에 있던 것들을 반영할 뿐이다.
일차적 인간과 이차적 인간이라는 구분도 투르니에의 철학은 새롭게 정의한다. 우리가 사전적 의미로 알고 있는 그 의미와는 완전히 다르다. 투르니에만의 일차적,이차적 인간의 정의는 볼테르와 루소의 서로 상반되는 사람의 예를 드는데 현재를 주목하는 인간과 과거와 미래를 참조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의미한다.
이렇듯 새롭게 내린 정의와 더불어 서로 반대되는 의미일 것 같은 낱말을 짝지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것들을 짝지워 차이점을 갖게 만드는 철학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한다. 신비스런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역자의 소감에서 밝힌 비평가들이 말한 것처럼 현학적이고 관념적인 사유방식이라는 점이라는 비평도 수긍이 된다.
도서관에 있는 딱딱하고 고상하지만 재미없는 물건이 아니라, 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그 무엇이 되게 만든다고 시인이 평하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 편한 것만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상상력 자극 여행이라는 홍보 문구에 맞게 좀더 읽기 수월하도록 그림이 곁들여졌다면 더 많은 일반인들의 손에 쥐어지는 책이 아니었을까란 아쉬움이 들었다.
글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글만이 줄 수 있는 이점은 한계가 있고 이미지 심상이 주는 자극은 감흥과 호기심을 더해 준다.
아무 페이지나 넘겨서 읽어도 되는 이 책은 일상에 도움을 주진 않지만 문득 커피 한잔을 하다가 사유의 정신세계를 찾아 들어가 명상에 잠기기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일반 사물에 대한 평소와 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일명 투르니에식 사물 훑기 사유이다. 아마 책을 읽은 사람은 책 속에 담긴 낱말을 만날 때마다 투르니에가 말했던 정의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내 경우엔 버릴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은 쟁취하며 그 철학을 흡수할지 싶다.
어느 하나가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가 필요하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유의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두뇌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독자들의 심상을 자극하며 그들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역할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