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성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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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전학 오자 아이들은 관심을 보인다. 모든 아이들과 두루 잘 지내던 시스 또한 운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그러나 운은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운 또한 인기가 많은 시스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막상 다가서는 시스를 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운은 시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려고 한다. 친구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던 일이 익숙했던 시스에게 운은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초대하고, 시스는 운을 만나러 가는 길 내내 부푼 마음으로 설레인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운은 여전히 미묘하고 어색함의 분위기로 시스를 대하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려 한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든 시스는 운의 비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운은 갑자기 시스에게 함께 옷을 벗자고 권한다. 재미난 놀이라도 할 것 같아 흥미를 느낀 시스는 운과 함께 옷을 벗지만 곧 운이 어떤 재미난 일도 없이 다시 옷을 입자고 하는 바람에 김이 새버린다.


 다시 어색함과 불편함이 감도는 분위기를 느끼는 사이 운은 다시 비밀이야기를 털어놓으려 하고 시스는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버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운은 실망한다. 그리고 다음날 도저히 시스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학교를 결석하고 얼음성으로 간다.


 이야기보다는 사춘기 10대들의 예민한 감정과 이해하기 어려운 감성들을 미묘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한 [얼음성]은 소설보다는 시에 가까운 것 같다. 상징과 빗댐, 느낌과 묘사언어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의한 이미지 시각 등 회화적 요소에 의해 독자의 감각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설명보다 더 많이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자칫 소설의 객관성보다는 시의 주관성에 이끌려 읽을 소지가 많은 책이다.


 이야기의 재미를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느낌과 표현의 재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개성이 강한 글로 인상에 남을 것이다.


 운이 사라지자 시스는 자책감과 깊은 절망에 빠져 한동안 어두워진다. 긴 겨울이 지날 즈음 아이들과 얼음성으로 가게 된 시스는 아직도 불쑥 솟아있는 얼음성을 보고 알지 못할 공포에 떨며 불안해한다.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아이러니한 마음을 지닌 채 아이들과 얼음성 위에 있던 시스는 곧 얼음성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아이들과 안전한 곳으로 간신히 피한다. 그리고 무너지는 얼음성을 보며 마음 속에 있었던 죄책감과 응어리들도 깨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없어진 운을 생각하기 위해 더는 어두워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운을 영원히 잊지 않겠지만 빈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까지 차단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아픔과 부재, 잃어버림과 우정에 대해서 ’타리에이 베소스’는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표현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미묘함은 독자에게 낯선 감을 주기도 하지만 작가의 강한 개성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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