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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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대하여 -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거기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일단 가장 기본적인 건 남녀의 이상적인 사랑이다. 남녀의 사랑이 성공적이라면 그 자녀들 또한 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올곧게 자라날 것이다. 적당한 물과 햇빛, 정성(여기에 사랑이 스며있다.)만 있다면 식물과 나무들은 풍성하게 자란다. 인간도 자연적인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몇일전에 본 영화에서 칠십이 넘은 노인과 젊은 남자가 나누는 대화가 생각난다.(정확한 대화내용은 아니지만 머리속에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겠다.) "도대체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할머닌 오래 사셨으니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알지 않나요? 제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과 지혜를 가르쳐주세요." 호탕하게 한번 웃은 뒤 노인은 말한다. "난 칠십이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인생이 무엇인지, 옳은 길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진 못해. 아마 백살을 더 살아도 모를꺼야."

 

 

 '행복의 조건'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째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리어왕>에서 현명하고 성숙한 에드거는 리어왕에게 이렇게 조언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모름지기 견뎌야 한다. 이 세상을 떠날 때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나. 때가 무르익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254p


 견뎌야하고, 무르익는 것.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 지구가 생성되고 자연이 숨을 쉬기 시작하면서 지구에는 피가 돌기 시작했다. 피가 돌면서 여러 세포들이 깨어나고 사람들이 깨어났다. 사람들은 어떻게 지구가 생성되었는지도 모르고 깨자마자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외부환경과 싸워야 했지만 견뎌냈다. 그렇게 어리석음이 지혜롭게 될때까지 무르익으며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다.


 

 - 본문과 현실을 연결시켜 봤을 때
  

 그렇다면 자식들에게 나이 든 부모를 돌볼 의무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리어왕의 비극도 따지고 보면 자식이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는 전제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던가. 건강, 적응, 그리고 생물학적 필요성에 비춰보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즉 젊은 사람들을 키우기 위해 나이 든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 반대 경우는 아니라는 말이다. 노예제도나 가부장제가 사회적인 안정은 조성하지만 성인의 발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략.. 물론 중년에 이르면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부모를 도와야지, 자기 자신의 발전을 희생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보살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174p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외국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은 이 문제가 민감하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한국에는 부모공경은 곧 경제적 책임도 포함된다. 굳이 중년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무능력한 부모나 문제가 있는 부모 대신 생활 전선에 나가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젊은이도 있다. 성년이 되는 순간 자기실현을 위해서 독립을 하는 사람보다는 경제적 짐부터 안고 출발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물론 반대로 자식이 성인이 되어 자유는 다 누리면서 육칠십이 넘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기도 하다. 나같은 경우는 친척과 가족으로부터 제법 경제적 짐의 압박에 시달리는 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고집이 세고 이기적인 면이 있는 편이라 내 자신의 발전과 자기실현을 포기하지 않고 밀고 가는 중이다. 때론 이래서 죄책감과 성취감을 번갈아 느끼기도 한다. [행복의 조건]에서 174p를 발견했을 때 힘을 얻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 주변의 노인들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노년으로 갈수록 완고해지는 것은, 창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선택을 발전시켜 온 결과다. - 208p
 
 가끔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현명한 건 아니야. 40,50 먹어도 젊은 사람보다 못한 사람들이 천지야." 나도 그런 중년들을 몇몇 보았다. 책에서 보는 고상한 노인보다 괴팍하고 자기중심주의적인 별볼일 없이 그저 나이만 먹은 늙은이를 보는 게 흔하다면 흔한 일이다. 그러던 중에도 어쩌다 생각지도 못하게 지하철에서 영자 신문을 읽는 평범하지 않은 머리전체가 온통 하얗게 센 할아버지를 보며 놀라기도 한다. 50대 먹은 아줌마들은 자신은 이제 다 되었으니 뭘 시작해볼 엄두가 안난다고 하며 20대후반 30대 사람들에게 당신네들도 벌써 늦었다. 요새는 십대부터.라고 하며 나이에 대한 한탄을 하는데. [행복의 조건]의 이 부분을 보면 글쎄.. 조금은 조용해지지 않을까.

 


 모네는 76세 이후부터 수련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벤저민 프랭클린은 78세에 2초점 안경을 발명했다. 휴스턴의 심장 전문의인 마이클 드베이키는 90세에도 신기술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티치아노 베첼리오는 76세 이후부터 그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작품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브스키는 94세에 계약기간이 6년인 녹음 계약서에 서명했고, 그랜드마 모지즈는 100살에도 그림을 그렸다. - 329p


 

 이 책을 쓴 저자의 서술을 읽어내려가면서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성인발달연구라는 것이 여러 연구자의 주관적 관점을 배제할 수 없는 일반적인 결론을 목표로 둔다는 점에서 1+1=2처럼 떨어지는 의심의 여지없는 논리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인간연구는 항상 예상을 넘어서는 일이나 지속적으로 연구가 쉽지 않은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객관적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미흡하다. 

 

 

  매슬로의 저서 [존재의 심리학]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매슬로가 열거한 자기실현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몇몇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 더 크게는 인류와 맺는 관계에 관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사람들이 이미 자신의 결핍욕구를 안정적으로 만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실현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즐길 수 있고 그들에게 감사할 수 있지만, 관습적인 의미에서 그들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또, 자기실현하는 유형의 인간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자신의 내적인 본성을 왜곡하거나 억압하거나 거부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 라고 정의했다.
 


 분명 행복한 노년의 길에는 자기실현의 모습이 끼어 있지만 매슬로가 주장한 자기실현하는 유형의 인간은 조지 베일런트가 생각했던 행복의 조건에서벗어난 부분도 있다.

 

 

 

 굿하트는 실험자를 보는 연구자와 객관적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그 사람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는 지 좋은 예인것 같다.

 

 굿하트는 67세에 "대공황을 겪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런 경험 없이도 사회의 패배자, 이유없이 학대 받는 희생자들과 공감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썼다. 그의 과거는 문제가 좀 있었지만, 그는 그 과거를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굿하트는 제때에 맞춰 답변서를 제출한 적이 거의 없었으며, 어린 시절의 수동 공격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너무 많이 먹고 마셨으며 담배도 너무 많이 피우다가 결국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나 역시 한편으로는 그의 사회적 행동 평가에 F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였다. 데이비트 굿하트는 70세에 사망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부고 기사에서 굿하트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는 누구보다 앞서 민권운동에 뛰어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흥미를 잃고 떠난 뒤에도 그는 오랫동안 계속해서 대의를 위해 헌신했다... 흑인과 백인들이 나란히 함께 번영하는 하나 된 미국을 위해 헌신한 사람! 그는 지혜롭고 유능하며 지칠 줄 모르는 지도자였다." 한 굿하트 예찬자는 "굿하트는 기지의 마법사였다. 그는 온정, 사랑, 유머, 기지, 지혜로 나를 비롯한 수백명에게 깊은 우정을 선사했다. 수치심이라곤 모르는 마약중독자와 허세꾼들이 들끓는 이 어리석은 세상에, 그는 이름 없는 성인이었고 유머와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천사였다." - 391p

 

 특정 시간에 아주 우연히 어떤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인생 전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기 마련이다. 


  
 살아온 날이 얼마나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순간에 깨닫는 것만으로도 언제든지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으로 접어들 수 있었으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감동스런 부분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이 책에서 나온 일부 사례는 사랑은 고작 2년정도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16살에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몇년 뒤 결혼해 그후로 60년동안 사랑하면서 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만 보는 장면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오히려 일부분만을 보여주는 영화에 비해 60년의 시간동안 무르익은 사랑을 증명해준 노인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성인발달연구'가 성공적이었는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어쩌면 이미 연구로 결론을 낸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되는 주제일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스튜어트를 평가한 이 말은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가진 가치를 더욱더 빛내줄 것이라 생각한다.

 

 <스튜어트 리틀> - 스튜어트는, 무언가 찾는 게 있는 사람은 여행에서 서두르는 법이 없고 유년 시절과 작별을 고하지도 않는다고 일깨워주었습니다. 유년시절은 이미 훌쩍 지나가버린 과거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훈훈하게 해주니까요. - 4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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