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의 추리는 완벽해야 한다. 적어도 독자가 읽었을 때 꼬투리를 잡을 만한 어설픔이 없어야 한다. 추리소설은 읽을 때는 술술 풀리지만, 직접 쓰는 작가라면 제법 까다로운 작업이다. 논리력과 사고력, 관찰력, 추리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이 처음 쓰이면서 인기를 얻은 나라는 서양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주로 이 세나라에서 추리소설의 거장이자 대표적 작가들이 탄생했고, 그들의 작품은 아직까지도 꾸준히 매니아팬을 두고 있다. 그런 추리형식의 소설이 동양에 상륙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동양에서의 추리소설은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강대국이 되면서 추리소설 또한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런 분위기속에서 많은 일본작가들이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추리형식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작품들이 누구나 추리해낼수 있고 뻔히 보이는 과정으로 이야기 전체가 흐지부지해지고 명확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고, 너무 폭력적이거나 고어적인 것들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일본의 작가들은 추리소설을 포기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일본의, 동양의 대표라고 할만한 추리작가들도 몇몇 배출해냈다. 안된다고 해서 집어쳐 버리면 건진 게 없으니 남을 게 없지만, 붙잡고 늘어지면 그 중에 몇명은 그럴듯한 작품을 써낸다. 다행히 그런 끈기 있는 작가가 일본에 있었으리라.

 

 어쨌든 그런 고로, 서양의 애드가 앨런 포우,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같은 세계적 명성은 아닐지라도 나름 괜찮은 명성을 지닌 일본 추리작가들이 탄생한다. 일본은 작가보다는 추리작품들이 더 대세라고 볼 수도 있을듯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순수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리 커서 그런지 추리소설은 별로 설 자리도 없을 뿐더러 왠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별로 그렇다할 추리작가가 없다.

 

 그럼에도 서양이나 일본의 추리소설을 읽는 한국인들은 많다. 한국은 순수문학 외의 장르소설, 추리소설, SF등에서 이름을 떨치는 작가가 없다. 한번쯤 이런 책을 낸다 하더라도 다음 작품은 다른 쪽으로 돌아서기 때문에 꾸준히 장르소설이 자리잡기가 힘들고 떳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하는 점이 많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일본의 대표적 추리 작가 중에 한 사람이다. 나는 비록 탐정클럽을 통해 그의 작품을 처음 읽긴 했지만, '용의자 X의 헌신'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추리작가는 '야마기 세이마루'인데 추리만화 작가이다.)

 

 [탐정클럽]에서 나오는 탐정들은 무척 깔끔하고 간결하며 뒷끝 없고 쿨하다. 그래서 그런지 책속의 문장 또한 그랬다. 탐정 위주가 아닌, 사건 위주로 이야기는 진행되며 탐정은 항상 VIP고객의 의뢰에 의해서 움직일때만 등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사건의 후반부에 주로 등장하고 의뢰인이 요청한 일에 대한 조사를 위해 철저히 감시하고 관찰하고 증거들을 찾은 후 하나의 파일로 정리해서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어낸 정황을 건네준다. 여기까지가 그들의 등장할때의 모습이다.

 

 탐정들이 활동하는 모습이나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어 이것을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나 싶긴 하지만, 추리란 원래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미루어서 생각한다는 것이니 기존의 형식틀에서 보았던 탐정들이 사건 현장에 나타나 그 자리에서 바로 관찰하고 증거를 찾아 사실들을 맞추어 상황을 정리해내는 모습과는 조금 다를 뿐 추리소설이라고 할수 있다.

 

 아무도 탐정들이 조사하고 관찰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단지, 그들이 마지막에 의뢰인에게 건네주는 파일을 설명할 때 증거를 찾고 관찰하고 사실을 발견한 내용을 그들의 입으로부터 듣는 것 뿐이다. 글속 인물에게는 그렇지만, 글을 읽는 독자는 쏟아내는 글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고.

 

 이렇듯 이야기의 중심은 사건이지 탐정이 아니다. 탐정은 의뢰인에 의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감이란, 결코 가볍지 않다. 어쨌든 그들이 없다면 이야기는 그냥 사건 그 자체가 되버리는 것이니까. 추리라고 볼 수 없다.

 

 요즘 사람들 중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어떤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을 때 이런 탐정클럽을 알고만 있다면 사람들은 이들의 깔끔한 활동을 무척 선호할 것이다. 단, 돈이 있어야겠지만.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이 탐정클럽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순수한 호기심이 생긴다.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이 클럽의 탐정을 어떻게 뽑을까. 누가 대빵 탐정일까. 이들의 신상이 전혀 나오지 않았으니, 오히려 미스테리한 이들의 정체가 더 궁금한 것이다.

 

 이런 궁금증을 염두에 둔 작가의 묘한 심리전일지는 모르겠지만 후속편으로 탐정클럽의 활약이 나온다면 아마 독자들은 이번에는 탐정클럽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진 않을까. 생각된다. 일단 독자인 나로썬 그런 셈이다.

 

 보통 다른 추리소설들은 독자로 하여금 머리를 굴려 미리 예상해보게끔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것은 없었다. 가독성이 뛰어났고 쿨했으며, 재미도 있었지만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무엇일까. 글쎄, 거기에 대해선 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