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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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뮐러는 언어의 힘을 믿는 작가이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언어는 힘인 동시에 한계이다 - 318p

 언어는 내면을 포괄할 수 없다. 내면은 말들이 머물지 못하는 곳으로 사람을 이끈다. 삶의 대부분이 어그러질 때, 단어들도 추락한다. 나는 내가 가졌던 단어들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내가 가지지 못했던 단어들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9p

 '마음짐승'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헤르타 뮐러의 내면이다.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무엇을 보았던가. 그녀의 글은 시적이고 문장은 짤막하다. 시는 글자를 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던가. 그녀는 어그러지는 현실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글을 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읽혀지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한 것이다.

 매개체가 언어였지만, 언어는 한 인간이 느낀것을 보여지는 것에 한계가 있다.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져."
                                             - 본문중

 그래서 그녀의 글은 설명이 따로 없다. 그저 심상과 현실을 언어의 힘에 의지한 채 시간에 맡겨둔다. 이 글이 어떤 것에 대해 쓴 글이라는 사전지식 없이 읽다보면 읽는 자의 입장에서는 난해한 부분을 배제할 수 없다.

 '마음짐승'은 '했다', '들었다' 식으로 문장들이 끝나는 것이 많다. 그대로 전하는 방식이다. 작품 속에 주인공들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서술을 통해 충분히 그 감정을 짐작할 수 있다. 독자로부터 그 감정을 판단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문장은 주인공의 일인칭 시각에 의해 서술된다. 현실이라면, 한 개인이다. 한 개인과 그 개인을 둘러싼 인물들이  부당한 사회의 가운데에서 겪게 되는 폐해와 그 폐해로 인한 심적, 육체적 고통을 보여준다. 그녀의 글이 한국인에게는 남일 같지가 않을 것이다.

 한국 또한 독재치하의 세월을 보내면서 인권과 기본 자유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전체주의 사회속에서 공포와 불안에 떨며 글을 썼던 헤르타 뮐러는 정부의 감시와 압박이 심해지자 독일로 망명했다.

 그녀의 작품속에는 과거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녀의 작품과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이 조지오웰의 '1984'이다. 1984는 마음짐승과 비슷한 체재의 사회가 등장한다. 그안에 조금 소설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루마니아에서 독일로 망명한 년도는 1987년도다. 작품 '1984'보다 3년 뒤이다. 그녀가 살던 년도는 오웰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세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조지오웰이 '1984'에서 전체주의적 지배 양상을 묘사하면서 자유를 박탈 당하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비판하는 데 공산주의와 나치즘의 제도를 소재로 인용했는데, 뮐러는 그 시절 공산주의 시대였던 독일로 망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독일로 탈출해서도 고통받았던 것이다.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되었었던 아버지, 나치의 몰락으로 변화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은 자못 어두웠을 것이다.

 시대속에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지녀야 했을 죄의식의 짐과 그 나라 국민이기 때문에 지배층으로부터 통제와 강압을 겪으며 공포에 떨어야 했던 과거를 그녀는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가슴에서 글로 탄생했다. 그녀는 안정을 보장해주는 도피처를 찾지 못했다. 시대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개인이 겪게 되는 절망은 작품 전반에 우울적 요소를 부여한다. 희망을 선뜻 찾기 힘든 곳에서 그들은 여러 개인들 속에 있는 '마음짐승'을 확인한다. 그리고 공포의 쓰나미가 지나간 뒤에도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사람들에게 과제를 부여했다. 후에도 잊지 못하는 지난날의 아픔은 사람들의 기억과 무의식적 행동에서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휴우증을 만들어낸 것이다.
 
 구름 한 점마다 친구가 들어 있네
 공포로 가득한 세상에서 친구란 그런 거지
 어머니도 원래 그런 거라 하셨네
 친구야 아무렴 어떠니
 진지한 일에나 마음을 쓰렴

                           - 겔루 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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