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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빠 - 신화와 장벽
로스 D.파크 & 아민 A. 브롯 지음, 박형신.이진희 옮김 / 이학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아선 알 수 없다는 말을 [나쁜 아빠]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예부터 나라 불문하고 많은 영화와 책에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부재하는 곳에서 아이는 더 훌륭하게 커왔다. '아버지'가 등장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을 때리거나 학대하고, 아내를 폭행하고 온종일 일을 시키거나 평생을 뜯어먹는 악질적인 남성들로 많이 나왔다.

 [나쁜아빠]의 저자들은 이런 대중적인 전달서에서 흘려지는 메시지로 인해 남성들이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가지게 되어 위축되고 사회는 그런 남성들을 아닌 남자들까지 합해 전체적인 특징으로 분류해서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가진 사람에게 꼬투리 잡기 좋은 구실로 만들어주었다고 말한다. 또, 이 극단적인 페미니즘 사람들은 남성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TV나 매체에서 제대로 정신이 박힌 남성이 아닌 남자를 등장시켜 모든 이에게 조롱거리로 만든다고 말한다.

 일부 과장되긴 했지만 미국 사회에선 어느 정도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성차별은 역시나 남성주의 사회로부터 여성들이 피해자라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부분이 많다. 한국은 1950년대부터 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급격한 개화를 통해 극적인 발전을 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천천히 바뀌면서 자리잡힌 의식적인 문화보다는 겉표지같은 문화가 더 많이 한국의 곳곳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런저런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이걸 왜?라는 물음이 아니라 부강국이 그렇게 하니까.. 하는 의식이 자리잡힌 한국에선 어쩌면 [나쁜 아빠]가 보여주는 사례들이 비슷하면서도 어긋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양육권이나 이혼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처럼 쉽게만 이루어지지 않고 싱글맘 복지정책 또한 미흡한 것이 사실이며, 미디어에서는 권위적인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악녀로 많이 등장해 치마폭에 감싸안고 아이들을 망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아이의 양육이 거의 전적으로 엄마로 인해 행해지기 때문에 아빠들이 동기부여와 의지가 약하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이가 안 좋은 버릇을 가지고 있으면 남편은 모두 아이를 어떻게 키운거냐며 아내를 탓한다.

 남편은 그저 돈을 버는 가장의 역할만 다하면 된다는 것은 한국사람들의 의식에 많이 내재되어 있는 인식이고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런 의식을 어릴때부터 자신의 부모세대에서부터 세뇌되었기 때문에 더 강하다. 요즘 시대 사람들은 그래도 맞벌이 부부가 많아 의식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남편은 집안일과 양육의 일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는 건 여전하다. 특히 한국은 명절이나 제사가 있을 때 남자들은 그저 먹고 놀고 TV만 보면 되지만 여자들은 주방에서 허리가 끊어져라 분주하다. 이 점 또한 미국과 틀린 한국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데 제법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때 남자가 함께 일을 돕고 싶어도 나이가 있는 할머니들은 오히려 말리며, 남자가 무슨 주방에 드나드나며 급구 말리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외국에서처럼 남자들만 마음 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달라져야 하는 사람은 제일 변화가 힘든 기성 보수세대와 남성 뿐 아니라 어느정도 여성에게도 있다. [나쁜 아빠]에서 남성에 대해 안 좋은 인식으로 꼽힌 것 중에 아동학대남성들이나 성범죄자들도 있는데 책 속의 통계가 어느 정도 정확한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실종 되는 아동 중에 많은 수가 가출이나 다시 집을 돌아온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안 돌아오는 실종자수를 상대적인 비율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본 비율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가 아닌가.

 게다가 쉬쉬하고 가리기 급급한 한국에서조차 이따금 뉴스에만 보도되는 아동성폭행범만 해도 끔찍한 수준을 넘었다. 길거리의 어떤 남성도 믿을 만하지 않은 건 후에 일어날 지 모르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물론 삭막하다. 그건 남성이 그렇게 만들었다기 보다 범죄자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책 속 저자가 말한 것처럼 여성들도 남성 못지 않게 학대자가 많다고 한다. 맞다. 여성들도 많겠지. 이건 남성과 여성을 떠나 그들이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삭막해진 건 남성이든, 여성이든 구분없이 범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고 이런 범죄자들을 혼낼만한 충분한 법이 논란이 많아 그들을 억제할만한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나라의 통솔력 문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 모든 사례와 자료를 떠나서 나는 제 4부의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 장에서 주장한 저자의 의견에 적극 찬성이다. 이 시도에는 남성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의식과 노력, 또한 사회의 변화 또한 무척 필요한 일이다. 서글픈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할만한 여지가 있다면 그것이 가족형태의 진화와 발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아가 그것이 선진국이라면 걸어야 할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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