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 3유
김동근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같은 크기의 파이를 갖고 서로 더 많이 갖겠다고 옥신각신하는 대신, 누군가 나서서 파이를 키우면 이 파이를 먹겠다는 사람이 좀 늘어난다 해도 한 사람 몫으로 돌아가는 파이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파이를 더 크게 키우기만 하면 여기에 몰리는 사람이 늘어나도 오히려 내가 차지하는 파이의 크기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41p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있다. 이 직업들을 음식이라고 해보자. 각자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 한 남자는 파이를 좋아해 파이만을 고집해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파이를 먹던 남자는 갑자기 파이에 과일을 얹여서 먹거나 초코렛을 입혀서 먹으면 더 맛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여러 종류의 파이를 손수 만들어 처음으로 초코렛파이와 각종 과일파이를 만들어낸다. 그전엔 파이가 맛없다고 생각하고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 파이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모여든다. 그리고 이 파이를 맛본 사람들은 그 맛에 반해 모두 파이를 나눠 먹기 시작한다. 어쩌면 일이라는 것도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진정 창조로운 사람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빌게이츠가 컴퓨터를 만들기 전에는 수많은 무시와 좌절을 맛보았고 아무도 그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다보지 않았다. 개가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능력만큼이나 생소한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곤 하지만 실제론 안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말은 번지리리한 게 좋다고 말만큼이나 멋있지 못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런 속 다르고 겉 다른 현실 속에서 제법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대리운전이라고 하면 나는 차가 없어서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밤거리를 누벼보지 않은 것은 아니라 길에서 많이 보던 광경이기도 했다. 보통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은 술 취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3무 3유]를 보면서 의외로 여러 상황에서 사람들이 대리운전을 필요로 하기도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만의 저렴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가진 회사를 운영하면서 경제적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여행사업이나 다른 여러 사업으로 확장하려 하지만 내 생각엔 콜택시와 함께 병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동근'씨의 회사처럼 믿음직스런 곳이라면 콜택시와 대리운전 모두 최고의 품질이 되지 않을까, 그럼 앞으로 나도 자주 이용할 듯 싶다.

 

 

 사실 전에 자기계발서를 몇십권 질리도록 보면서 느꼈던 건 모두 성공이 물질적인 것으로 떠받드는 것 같아 내심 씁쓸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성공이란 무엇과 바꿀 수 있는 자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착오적 사고일지도 모르겠지만 돈이라는 것이 성공과 비례한다면, 당사자의 정신이 아무리 비양심적이고 몰상식하며 천박하면 그걸 성공적인 삶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 나는 자기계발서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요즘은 인문과 소설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던 4월 30일 밤, 어디 방송이었는지, 몇시였는지도 모르겠다. 박찬호가 나오는 프로였는데, 한때 승승장구하며 위만 보며 달리던 그에게 사람들은 스포츠 선수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선수로 꼽으며 그를 당연히 성공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잘 나가던 짧은 순간도 잠시, 해외에서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자리잡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돈=성공으로 생각하던 사람에게는 그가 성공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실력이 나오지 못해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로 옮겼지만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으며 매일매일 자기 자신에게 힘이 나는 어구들을 읊으로 스스로 돕고자 했다. 잘 나가던 그보다는 지금의 그에게 나는 더 응원을 던지고 있었으며 나 스스로도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런 것이다.

 

 

 꿈을 잃지 않은 사람이 길을 향해 힘겨운 걸음을 내디딜때 그 과정은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원래 그 순간 가장 큰 교훈을 얻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좋은 일이 한창일때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거만해지거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잊기 마련이지만 어려울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소중한 것이 얼마나 가치로운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위에 있는 사람보다는 그 과정의 길에 있는 사람이 더 친근하고 함께 길을 가고 있는 동료로써 나또한 힘을 얻고 그에게는 내면의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싶다.

 

 

 [3무3유]. '1577-1577'이라는 광고가 외국에서 하는 대표선수 축구경기에도 비치고 외국인들이 이 숫자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대리운전이라는 글귀는 그야말로 압권이지 않을까.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는 혜택을 보면서는 저자의 회사가 고객에게 왜 믿음을 주는 지 알 것 같다. 말 그대로 초심을 잊지 않고 간다면 저자의 소망대로 대리운전 회사가 아닌 대리운전 기업까지도 가능하리라 본다. 뭇 사람들의 편견은 걱정하지 말길. 그들은 자신이 하는 말까지도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고, 사실 대리운전을 시키는 술 취한 사람들이 하는 어리석은 말은 터무니 없는 말만 지껄이는 것일뿐일테니.

 

  영화 <버킷 리스트>에는 아주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천국의 문에 들어서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는군요. 하나는 인생에서 당신 스슬 기쁨을 찾았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하는 것이랍니다." 263p

 
 그러고보면 사람이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기 보다는 직업이 자기를 더 크게 가꾸어줄 인간을 기다린다는 말이 어찌 말이 되는 것 같다. 만일 버킷 리스트의 대사와 연결해 자신의 성공을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힘겹고 외로웠던 지난 시절을 잊는 게 삶의 지혜라면 그것을 애써 기억하는 건 진정한 용기라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를 고르라면, 나는 이 문장을 꼽겠다. 대리운전의 세계에 대한 남모를 고충도 알 수 있었던 이 책에서 희망의 목소리를 가진 주인공에게 가슴 깊이 응원을 메시지를 던지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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