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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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 헬렌켈러를 보고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면, 중학교땐 헤르만헤세의 생애와 그의 작품 데미안을 보고 내 방랑기를 이해해줄만한 누군가를 찾아냈다. 고등학생땐 나폴레옹의 "내 사전엔 포기란 없다"란 문구를 보고 자극받았었다. 그러나 20대 초기에 나는 또다시 방황과 절망에 끊임없이 허우적댔고 한참을 헤맨 끝에 지금에서야 정말로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냈다. 열정을 바치면서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고 내게 가능성이 엿보이는 일.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는 나는 버림과 고통, 실망과 믿음의 고갈에 대한 쓴맛을 있는대로 맛보았다.
 

 신기했던 건 그녀가 책에서 언급했던 많은 부분이 내가 평소 가슴 깊이 새겨두었던 잠언들과 일치함에서 오는 공감의 쾌감이었다. 무소의 뿔, 두드려라. 열릴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구하는 사람을 돕는다, 돈키호테의 말, 데미안과 포리스트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그녀가 꼽은 많은 명언과 책들이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말이라는 게 놀라웠다.

 마크트웨인은
 "20대여, 당장 밧줄을 집어던져라.
  안전한 항구에서 벗어나라
  항해하라. 탐험하라. 꿈꾸라.
  그리고 네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라.
 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의 20대들은 얼마나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있을까?

 나는 내 꿈을 위해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을 때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냉소와 멸시, 우려같은 부정적인 말들과 무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삶이 하나 뿐인데, 왜 굳이 내 스스로 선택하며 살면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나의 이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름을 붙였다. 안정적인 걸 포기하고 어떨지 모르는 길을 감으로써 경제력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큰 사명을 놓쳐버리는 것.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도 돈을 벌어야 했지만 부모님집에 생활비를 보태드리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했다. 이러지 않을 경우 부모님이 아니라 할머니와 이모들이 나서서 나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 20대인데,.. 아직 나는 안해 본 것이 너무 많은데... 아직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버틸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책이었다. 제 2의 삶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내앞에 놓아준 것도 책! 기쁨의 선물을 선사해주고 성취감을 준 것도 책! 모든 절망으로부터 흔들리더라도, 한비야씨의 말대로 절벽끝에서 떨어지더라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도 책! 또 많은 힘을 부여받고 결국에는 한비야씨의 책까지 올 수 있게 해 준 것도 책!! 그 책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멘토로 삼은 것은 언제나 책이었고, 주위의 사람보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책.. 그 놈의 책은 내게 모든 것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건, 사랑이었네]는 [지도밖으로 행군하라]와 거의 한 세트다. 사실 중복되는 내용도 있고 작가의 말 또한 같다. 그래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못다한 말을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꼼꼼하게 살펴본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재난지역, 전쟁지역 할 것 없이 목숨을 여러개를 가지고 폭탄세례가 양 사방에 터지는 한 가운데의 지구에서 초특급 모험을 하며 인간의 존엄성 때문에 울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서 울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가진 권리와 조건에 대해서 한없이 감사해했다. 내가 배운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사실 나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항상 고민이 된다. 국가가 국민을 돌보지 않는 나라를 위해 다른 나라에서 팔을 걷어 부치지만, 정작 그 국가는 배를 불리며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고 더더욱 변할 생각을 하지 않지는 않을까. 그리고 그 불량한 국가는 그 불합리하게 얻어진 권력과 돈으로 무기를 사고 테러를 일으키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고한 사람들을 수없이 희생시키는가 하면 더 큰 사건을 만들어내고 더 어두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이 도움이라는 손길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지도 않을까... 아무래도 생각할수록 어려운 문제다.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가치관의 문제도 아니며 선과 악의 문제도 아니다. 이건 얽히고 섥힌 인간의 욕망에 관한 문제다. 그래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한비야씨 같이 국제 구호활동 단체가 매우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과연 그 많은 도움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분명 시스템 구조상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만 같다. 그런데 어떻게? ..

 어쩌면 한비야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더 공부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재는 떠나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가는 것 당신이 이 곳에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다고 한다. 이 문장은 분명 어디서 본 듯한 문장이다. 내 심장에 있는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에는 한비야씨가 말했던 피에르 신부가 있었고,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났으나 인도에는 테레사수녀님이 있었고 , 독일사람이었으나 아프리카의 의사 슈바이처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누가 있었을까? ..

 분명 한국에도 이처럼 훌륭한 사람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또 앞으로 존재할 것이다.

 자학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간과 공을 들여 몰두하기 때문에 한비야씨의 글은 많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녀는 평소때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고 틈틈히 메모를 해두어 그것들이 책을 엮을 때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내내 일기상을 받았었는 데 상장은 있는데 일기장이 없는게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부턴 다시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책을 읽고 있으면 언제나 가슴 찡한 감동과 잔잔한 삶의 기쁨이 충만히 보충되는 것이 느껴진다.
 
 인간에 대한 사랑처럼 위대한 것은 없고 인간이 가진 꿈처럼 원대한 것도 없다. 이 속에서 행복이 존재하는 건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비야.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께도 화이팅! 나에게도 화이팅!의 응원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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