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슈퍼맨 이야기에서 제일 좋아했던 부분은 슈퍼맨이 나온 부분이 아니라 클라크 켄트가 나온 부분이다. 우리 중 누구라도, 어떤 평범한 사람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그를 매료시켰다고 9p에서 밝히고 있다. 브래드 멜처. 꽤나 유명한 작가다. 그의 만화와 소설이 뉴욕타임즈와 다이아몬드 코믹북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석권했고 영화감독 우디앨런의 영화 [셀러브리티]에도 깜짝 출현을 했었다고 한다.

 나는 [카인의 징표]로 브래드 멜처를 처음 만났다.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우선 실제 일어난 일에다가 허구의 사건들을 혼합시켜 마구 짜집기해 트릭과 그림퍼즐 등으로 더욱더 흥미꺼리를 유발함으로써 소설의 진수를 살렸다는 데에 있다. 반대로 단점을 언급하자면, 주인공과 어머니,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분위기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과 종교신봉자이자 킬러인 앨리스가 여잔지, 남잔지 헷갈리는 부분, 또 앨리스와 부모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제법 긴 장편소설이라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있었으니 이들 사이에 태어난 첫 형제가 카인과 아벨이라.. 카인이 아벨을 질투해 아벨을 죽이니 하느님은 아벨에게 죄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징표를 주었다. 그 징표는 원래 아벨이 지니고 있던 것으로 ....

 '카인과 아벨'을 소재로 나온 책이나 영화는 많다. 한국에서도 '카인과 아벨'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 성경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모든 이야기들의 모티브가 모두 성경의 이야기들에서 파생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소 끔찍스런 표지의 그림을 보면 카인으로 보이는 수염난 남자가 수염이 없는 매끄러운 얼굴의 쓰러진 남자를 도끼로 찍어 피가 솟구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사실 성경에는 카인이 아벨을 죽인 무기가 나와있지 않았다고 한다. 최초의 살인무기. 이것은 역사속에 묻혀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치 접시물에 코박고 죽는 일처럼 아주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어머니가 죽는 장면을 목격한 '칼'은 아버지가 그 사건의 가해자로 인해 교도소에 가게 되는 것을 눈으로 지켜본다. 그 뒤로 교도소에서 출감한 뒤에도 아버지는 아들을 외면한다. 여기서 책에는 칼의 자라온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빼고 무척 힘겹고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란 것만 가늠하게끔 하는 문장을 삽입한다.
 
 아버지를 미워하고 자시고할 기회조차 생기지 않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를 다 넘긴 성인이 되었을 때 만나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만나게 된 부자. 그렇게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하필 그의 아버지는 누군가로부터 총에 맞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마음속에 남기려고 하지 않았던 칼에게 이 사건은 결국 뗄레야 뗄 수 없는 늪으로 한발자국 내딛는 결과가 된다.

 칼과 칼의 아버지의 만남은 앨리스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무언가를 위한 여정을 만들어낸다. 이 여행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관한 여행이기도 하다. 얽히고 섥힌 퍼즐 속에서 칼의 순수한 마음은 퍼즐을 풀 수 밖에 없는 단서들을 찾아낸다. 여기에서 그림퍼즐이 등장하는데,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이다.

사실 퍼즐을 푸는 건 모두 칼의 아버지다. 벽지속의 그림을 찾아내고, 4장의 그림을 겹쳐 퍼즐을 풀어내 문양을 찾아낸다.  그러나 칼의 통화나 정보가 없었다면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다. 그림을 겹쳐 퍼즐을 풀어 해독하는 건 니콜라스케이지 주연 영화 [내셔널 트레져]에서도 비슷한 기법이 나왔었고, 한지민이 나온 드라마 [이산]에서도 그림을 겹쳐 그림의 비밀을 숨겨놓기도 했었다.

 [카인의 징표]의 그림퍼즐에는 나치 십자상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이 문양은 또 다른 퍼즐의 끼어맞추기 단서에 불과할 뿐이다. 사건과 퍼즐, 의심과 믿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신앙과 사이비, 진실과 비밀... 관계와 관계에 대해서 서술해나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사건들이 총집합해 모여 있는 곳에서도 사랑, 믿음, 진실, 의리, 정의가 존재하고 진부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뒤가 찝찝하지 않은 깔끔한 여운을 남겨주는 것이다.
 
 브래드멜처는 참 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을 둔 것 같다. 그는 ICE연방수사기관, 노숙자 전담반, 노숙자 지원단체, 법 집행기관 관련소속, 고서의 역사에 대해 빠삭한 친구, 만화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친구, 성서 해석의 고단수, 예술가이자 퍼즐 제작자 친구, 서부 보존 역사 학회 소속, 의사, 그 밖에도 수많은 친구들이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책속의 시스템들은 이야기를 위해 꾸며놓은 리얼적인 장치인 셈이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더더욱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이점과 새로운 정보에 대한 참신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영화 '오멘'이 악마인 아이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오트가 '기억하라'는 뜻인 오멘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거의 600p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읽은 만큼 보람이 있는 책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리고 영화같다.

 결국 카인이 아벨을 죽인 무기는 아직까지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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