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밀레니엄 북스 29
이상 지음 / 신원문화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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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 이상의 소설은 이상하다. 이상의 소설은 이전에도 보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이상같은 작가는 보지 못했다. 소설속에는 자의식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말장난 같기도 한 언어의 모호함. 반복되는 단어라든가, 머리를 혼돈스럽게 하는 패러독스같은 것들이 이상 소설의 특이하고 시도하기 다소 복잡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자신이 겪은 내면의 경험을 소설속에서도 담은 그는 어릴적 경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아주 어린 나이에 큰아버지댁에 양자로 들어가 장남 역할을 했던 그는 큰아버지와 자신의 실제 아버지, 할아버지 모두를 아버지로 착각하게 되는 동일시의 붕괴를 체험하게 되었다.

 

 그 경험은 곧 그의 시 <오감도>에 잘 표현되어 있다. 더불어 큰어머니가 재가해 들어오면서  데리고 온 이복남매와의 갈등과 열등의식은 곧 여성공포증으로 남게 되어 그의 작품세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곧 그의 자의식에 남은 경험과 상처, 혼란은 작품으로 승화된다. 그래서 다소 혼란스럽지만 예리하고 섬세한 그의 문체는 '천재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며쥐게 되었다.

 

 작품 '날개'에서 경제능력이 없는 그는 아내에게 거의 사육당하는 거나 다름없다. 돈을 쥐어줘도 쓸데가 없는 세상과 동떨어진 그는 아내가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거기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아내와 숙명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도 받아들인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렇게 발을 절뚝거리며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본문중)

 

 

 그는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지만 결국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하는 부분으로의 끝맺음으로써 자아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내면의식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속에서 이상은 여성에게 속임을 당하거나 제대로 된 연인 관계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지극히 사랑하면서도 입으로는 '나는 너를 싫어해'하는 것과 같은 위장된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다.'(본문중)

 

 이상의 작품에 대한 해설은 책의 맨 뒤를 펼쳐도 잘 이해될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처음에 한번 책을 읽고 대번에 정리하기가 힘들어서 해설을 두세번 읽어보았더니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다.

 

 일본에서는 이상 같은 작가는 자기네들 나라에도 많으니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나 한국에서는 이상 같은 작가가 나기 힘든 사회적 환경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비평가에게 생채기도 많이 들었던 이상이었지만 이제는 논문에서도 많이 인용되고 문체를 인용하기도 하는 등 높은 입지를 굳힌 작가이기도 하다고 한다.

 

 문체의 과학을 시도한 작가 이상의 '날개'를 한번 읽고는 나에게는 모자란 듯 싶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이상의 작품을 읽으면서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런 우울한 작품을 쓰고 매우 일찍이 세상과 결별했다.

 

 27세.. 한창 젊은 나이에 이런 수준 있는 작품을 남기고 떠났다는 것을 보고 그의 문체능력이 부럽기도 했지만 문단계에선 너무 짧고 굵게 살다 간 작가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이상의 모습(쬐끔 찾기 힘들었어요. 이상에 관한 자료가 인터넷상에는 많이 없더라구요.ㅡㅅㅡ.)그래도 제일 잘 나온 사진인 듯 싶어서 올려봤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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