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다케시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이 책의 내용들 때문에 머리에 멍이 든것처럼 기분이 안좋았다. '뭐 이딴 사람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욕설만 아니다 뿐이지 많은 내용들이 잘못된 잣대로 비판해놓은 그의 비난들... 혹시 내가 잘못 이해했나 싶어서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도 읽어보았다.

 

 누군가 이 책의 제목이 '위험한 일본학'이 아니라 '위험한 다케시'가 맞을 것이라며 꼬집은 글을 보니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일으킨 반응의 반전의 비난이 바로 이 책이 원하는 게 아닐까하는 취지에 대한 예감도 틀렸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긍정적이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내용도 많아서 놀라기도 하고 답답스럽기도 했다. 어떻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사실 그는 일본이 불행한 9가지 이유를 들어대며 비판하고 있다지만 그가 비판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다케시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독재집단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전쟁, 남자만이 세상의 주인으로써 살아가며 모든 가정의 여자나 아이들은 그 남자의 권력밑에서 벌벌 떠는 존재로 자유를 박탈 당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일 것이다.

 

 그가 비난하는 여자들이나 아이들은 모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몇몇의 이상한 사람들을 근거로 모든 악의 근원이 남녀평등교육이 이루어진 민주주의 때문이며 싸잡아 모든 여성들과 아이들을 비난한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그에게 전쟁이 과연 언제 일어난 일이었는지 그 많은 목적없는 살생과 인간의 잔인함이 가장 강했을 때가 언제인지를 묻고 싶었다.

 

 전쟁과 모든 광기의 세대는 여성위주의 사회가 아니었으며 그가 원하는 모든 남성위주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세계는 진화가 아니라 도태의 길을 가게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의 어려운 상황에 놓인 나라에 대한 기부에 대해서 그가 발언한 내용을 보면 기부라는 단어의 의미의 기본도 모르는 듯 하다. 기부를 마치 보여서 인정받기 원하는 그의 주장을 보고 발끈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코소보 사태든 팔레스타인 전쟁이든 일본하고는 아무 상관없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아프리카 같은 곳을 본 적도 없다. 그런 나라는 우리 지도에  없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이다. 중략.. "자기파산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원조는 불가능합니다." 라고 선언하고 "하지만 좋은 물건은 많으니, 싸게 팝니다."라며 장사로 잇속을 챙긴다. 중략.. 덧붙여 지금까지 일본이 기부한 돈을 전부 돌려 달라고 하면 더 좋다. -

 

 또, 그가 정치에 입문하는 상황을 가상으로 엮은 부분 또한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은 잘 꼬집은 데 반해 그 자신이 공약을 내걸은 상황을 보면 그 자신 또한 비난 받을 대상임을 확신하게 해준다.
 
 - 저는 이번에 '다케시'당에서 입후보한 기타노 다케시입니다. 중략..이번 중의원 해산을 두고 어느 당의 대표는 '신의 나라 해산', 또는 '모리 감추기 해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총리가 "일본을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의 나라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취소하라. 아니다. 취소하지 마라 같은 논쟁을 나카타초 선생님들은 끈질기게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적당히들 해!" 저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습니다.

 

 모리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애당초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진 말입니다. 그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일에 혈압을 올리기 이전에, 지금 정치가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내팽개쳐둔 채, 정치가들은 초등학생 같은 싸움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쿠데타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 입후보했으며 오늘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께 제 소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번 연설때, 저는 몇가지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여자와 학생의 선거권을 박탈하겠습니다!"
 "매춘방지법 철폐! 도박 허가!"
 "의무교육은 초등학교까지, 중학교 이상은 사립화!"
 "노인복지제 폐지! 지방자치도 없애겠습니다!" -
 
 - 차라리 일본에도 카지노를 합법화해서 공영 카지노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중략... 덧붙이자면, 스포츠도 전부 프로화해서 공영 도박으로 만듭시다. 축구복권뿐만 아니라 야구복권이나 스모복권도 만드는 겁니다. -


 그가 내걸은 대로 공약이 성공한다면 그가 그렇게 꼬집는 일본의 사회보다 더 처참한 사회와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그가 그토록 뻔히 보이는 바보같은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역으로 결코 더이상 나빠져선 안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 중국과 한국이 역사교과서 같은 문제로 항의를 해오면 외교를 끊어 버립니다. 중략.. 외교도 사람 사귀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나라와 사이좋게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의존할 수 있는, 신용할 수 있는 나라와 긴밀하게 사귀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이시하라의 경우에는 미국과도 외교를 끊을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그의 의견대로라면, 힘없는 나라와는 상종도 하지 말며, 지네들 나라에 이득이 될만한 나라에게만 굽신거리고 친구가 되게 노력하라는 건가..

 

 -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남편이더라도 자식들 앞에선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시란다."라고 처음부터 각인시켜야 한다.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도 일종의 '연기'가 필요하다." -

 

 아버지라도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제대로 보는 시각을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 아버지대로 잘못된 인간으로 키울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 그 일종의 '연기'라는 건 올바른 부모라면, 결코 연기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 자식한테 매를 들 때도 어디까지나 심판으로서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아버지들은 형제들끼리도 제대로 싸워보지 않은 세대라서, 자식을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다 때리기 시작하면, 유아학대 직전까지 때려버린다. 그래가지곤 자식과 같은 수준밖에 안된다."


 
 형제들끼리도 제대로 싸워보지 않은 세대의 아버지들이라.. 내가 일본 사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정세에 대해 잘 모르는 수도 있다.
 
 - 일도 잘하면서 가정에도 충실한 아버지란 있을 수 없다. 내게 있어 가정이란 이미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 뿐이다. 중략.. 나에게 이상적인 부친상이란, 여차하면 아내와 자식까지 전부 팔아버리고 도망쳐버릴 수 있는 가정은 '덤'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진 아버지이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그가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비난의 대상을 비판하고 꼬집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유머화한 것인지. 그러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는 상당한 웃음을 주었다.

 

 그의 말 중에는 모두가 틀린 말은 아니다. 몇몇 부분은 동의하고 공감하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또 몇몇의 부분 때문에 마음이 심히 불편하고 뭐 이딴 사람이 다 있나 싶은 내용도 있었다.  

 

 일명 '프라이데이 사건' 또는 '비트 다케시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1986년 12월, 다케시가 자신과 사귀던 여대생을 무리하게 취재한 사진주간지 <프라이데이>의 발간사 고단샤를 자신의 소속사 동료들과 함께 새벽에 난입해 폭행을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징역 6년, 집행유예2년을 받은 다케시는 반 년 이상 모든 프로그램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이 사건을 보면서도 다케시의 폭력적이고 다혈질인 성격이 잘 나타나있다. 그의 얼굴만 보아도 험학한 인상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인상이다. 그는 범죄자를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배우인 그는 범죄인 역할도 맡았다고.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무작정 환호를 하는 한국인들이 이해가 되진 않는다. 그가 마지막에 뽑은 불행의 원흉 100인에 그 자신도 포함되야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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