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곽복록 옮김 / 신원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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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의 카프카>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카프카'>


<카프카가 살던 집>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그는 복잡하고 폭력적인 세계에서 태어났으며 그 세계는 역사가 그 의미를 부여한 기호들로 가득 차 있는 공황상태였다. 프라하 구시가지의 대광장은 몇세기에 걸쳐 종종 유혈이 낭자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무대였다고 하니 좁은 공간에 갇혀 살던 카프카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머리속에 있는 세계는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나를 해방시킬 것이며, 어떻게 나를
괴롭히지 않고, 그것들을 해방시킬 것인가.
오히려 그것을 내 속에 간직하거나 묻어두고 괴로워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 1913년 6월 21일 카프카의 일기 - 中

1910년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1912년에 작품 '변신'을 탈고했고 1914년 31살이 되면서 작품 '심판'을 기고한 것으로 기록에 나와있다. 카프카는 '가공할 이중 생활, 도피할 곳은 오직 광기뿐'이라고 외쳤으며 자신의 자아를 믿지 않았다고 하는데 시대적 상황과 연관시켜 보았을 때 그도 그럴 것이 비인간적이고 폭력으로 둘러싼 끔찍한 시대를 살았었으므로 자신의 내면으로 더더욱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며 그것이 문학에 더더욱 매진할 수 있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를 괴짜나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감하고 예민했던 그가 과연 그런 시대적 배경을 안고 자아와만 조화를 이루며 정상적이었다면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작품 '변신'에서는 잠자는 벌레로 변신 후 숨쉬는 생명 자체만으로도 미움을 샀다.

가족간의 절대적 사랑과 믿음이 가능한가. 작품 '변신'에서 사실 따지고 보면 가족들의 생활은 그렇게 비참하지도 또 그들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도 않다. 하지만 그들은 벌레로 변한 잠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투영시켰다. 그들의 이기심은 딱히 목적은 없지만 대상을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잠자가 변신 전에는 그들은 잠자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유롭고 사치스럽게 생활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자 돌변한 건 잠자 자신의 벌레로의 변신만이 아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개인주의, 이기주의, 방관주의 같은 문제의 핵심에서 도피하려는 것만으로 똘똘 뭉쳐 변신하게 된다.

 

 잠자가 변신전에 가족들에게 절대적 사랑을 바친데 비하면 그 가족들은 잠자에게 그가 자신의 기능을 다 했을 때에만 의무적인 가족이 된다. 이 글을 쓴 시대가 전쟁과 폭력, 이데올로기, 모든 비이성적이 사건이 터질 때라고 하니 아마도 글쓴이는 그런 시대 속에서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가족 간에서 희망을 발견할 가능성을 찾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잠자의 변신으로써 죄책감을 느끼는 잠자에게서만 인간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잠자의 아무 관심 없는 죽음 후 마지막 장면의 여동생의 고운 자태를 그때서야 알아보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정권의 교체, 즉 새로운 시대를 의미한다고 하니, 그 시대가 밝을지에 대해서는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조상도 없이, 결혼도 안하고, 자손도 없이. 조상에 대한,
결혼에 대한, 자손에 대한 강렬한 욕망만을 지닌 채.
조상, 결혼, 자손.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손을 드잡는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 1921년 1월 21일 카프카의 일기 中 -

 카프카는 가정에서 안식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나의 가정, 애정에 넘치는 가족들 속에서도 나는 전혀 남과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다네. 중략.. 왜냐하면 이런 속물들과는 이야기할 건덕지도 없을 뿐 아니라, 문학 이외의 이야기는 모두 나를 죽도록 지겹게 만드니까 말일세." 라고 한 것을 보면, 가족과는 친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25년 이상을 누이 Ottla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니 누이하고는 친했던 것 같다.


 작품 '심판'은 처음부터 무슨 연고인지 밝히지 않고 진행되는 사건의 핵심은 마지막까지 도대체 어떤 원인 때문에 주인공 K가 처형을 당했는지 모른다는 것에 있다. 긴 서사의 이야기의 과정에서는 도대체 이런 이야기들이 서로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고 단편적인 이야기들의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수가 없다.

 그가 그렇게 소송을 위해 뛰어다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고 마치 제 자리에서 한 바뀌 돌면서 일어나는 일들 같다. 변호사들, 여자들, 화가 등이 등장해서 그를 도울 것 같이 하지만 결국 뻔지리리한 말만큼이나 아무 효과가 없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 신부와의 대화가 인상깊다. 문지기와 시골에서 올라온 사나이의 이야기는 문지기의 입장이나 사나이의 입장에서 따로 시각을 달리 하고 본다면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한 권력의 허위에 대한 것이다. 작품 '심판'의 몽환적이고 이해하기가 다소 힘든 내용 속에서 그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권력의 허위가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익명성에 대해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과 인간 존재의 불안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것이었다.

 카프카의 두 작품을 보면서의 그의 세계를 이해할 듯 하면서도 완전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마치 그의 꿈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처럼 한참을 이야기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느라 머리가 복잡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책에선 세명의 연인이 있는 걸로 나오지만 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니 3명이 더 있는 것으로 나왔다.

 현대에 우리는 전보다 더 많은 사건사고소식을 접하고 지낸다. 뉴스를 보면 마치 19세 관람불가일 것 같은 사건들을 천지로 떠들어댄다. 인터넷의 선과 악의 정보는 누구나 쉽게 흑과 백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라 할지라도 모든 이에게 마치 판도라의 상자라도 펼치듯이 공개된다. 아이들은 저 살인자가 왜 사람들을 토막내 죽였냐고 어른들에게 물어본다.

 옛날보다 더 끔찍한 것은 공개된 해악의 내용을 자연스레 알게 되어 그에 대한 자아의 상처를 해소해줄만한 도구가 없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카프카의 자아에 중심을 둔 인간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현대에도 다름없이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것이다.



        <"카프카의 어린시절 에피소드 하나">

밀레나가 읽었다고 하는 한 신문에 나오는 것이다. 밀레나는 이 이야기를 "그 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찬양했다.

카프카의 어머니가 어느 날 20헬러 짜리 동전을 주었다. 그것은 대단히 큰돈이었다. 카프카는 무엇인가 사고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가 여자 거지를 보았다. 그 순간 카프카는 그 돈을 거지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돈은 소년에게나 거지에게나 너무나 큰돈이었다. 카프카는 거지가 자기에게 머리를 굽실거리며 고마워하고 칭송할 것이 겁이 났다. 그래서 그 동전을 10크로이저 짜리 동전 열 개로 바꾸었다.
카프카는 열 개의 동전을 하나씩 거지가 자신을 같은 사람으로 알지 못하게 여러 골목을 돌면서 하나씩 쥐어주었다. 열 번이나 그렇게 한 나머지, 그리고 신경을 너무 쓴 긴장 탓으로 카프카는 마침내 녹초가 되어 버렸다.

이 에피소드는 카프카의 삶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카프카는 남들에게,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독 친절했다.

출처 : "카프카의 연인 밀레나", "평전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카프카에 대한 유용한 자료 사이트 - http://the_isle.hihome.com/~the_isle/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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