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마르티 레임바흐 지음, 최유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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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장애를 가졌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내 자신이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거나 어느 순간 사고로 인해 생긴 장애가 나를 어떻게 버티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멀쩡한 내 몸을 보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곤란스럽다. 내가 그들을 쳐다보면 그들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몸을 가진 내 시선을 증오하거나 상처받을지도 모르고 내가 그들에게 위로를 하거나 동정적으로 대하면 절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자신들의 생활에 대해 감히 위선적인 모습으로 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장애를 겪어야 하는 몸으로 될 수도 없다. 한번 되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만 전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가 만일 엄청난 공황상태를 겪고 있을 때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그에게 느끼게 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싶다.

 

 책 <다니엘>은 태어날 때는 엄마를 보며 해맑게 웃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는 눈을 마주치며 평범해 보였던 한 아이가 어느순간부터 누군가와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평범한 아이들처럼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힘들어진 주인공 다니엘이 '자폐증'이라는 병원의 진단하에 가족들이 겪는 공황과 특히 어머니가 가진 모성애의 진정한 참모습을 보여주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지는 드라마보다 더 감동스런 마르티 레임바흐의 자전적 소설이다.

 

 '다잉 영'이라는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는데 아직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책으로 그려내는 이 작품과 영화로 그려내는 그 작품은 과연 어떤 차이를 두고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다니엘'은 구구절절 가슴 아픈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나도 힘든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다니엘의 엄마 '멜라니'라는 용기있는 여성에 의해 결코 자식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 밝고 매력적인 이야기다.

 

 멜라니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결코 변하지 않는 모성애와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는 여성이다. 그에 비해 그의 완벽한 남편 스티븐은 자꾸만 정상적이지 않은 자신의 아들 다니엘을 외면한다.

 

 둘의 대조는 멜라니의 모성애를 더욱더 자극시키고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스티븐은 지극히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자신의 딸 에밀리에게만 애정을 쏟는다. 남자는 영원히 크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스티븐은 그런 흔하디흔한 남자였다.
 
 그는 다니엘이 문제를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다니엘을 보지도 않고 오히려 문제에서 회피하려고만 한다. 그에 비해 멜라니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에밀리보다는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봐주지 않을 다니엘에게 모든 정성을 쏟는다. 여기에서 어머니는 어느 누구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인정할 안할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멜라니가 다니엘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내리쏟는 무한한 애정은 책을 읽는 나에게로 하여금 가슴 한구석에서 뜨뜻한 온천수가 터뜨려지듯이 뜨꺼워지는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 어떤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를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말라고, 혹은 그냥 되는 대로만 보살피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그들에게 있어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위험을 물리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꺽는 일과 같다. 불길 속을 뚫고 들어가서 포악한 마법의 용을 죽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다.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런 일이다. 나쁜 방법이라도 뭐든 해보는 것이 훨씬 낫다. -

 

 341p에는 멜라니의 동네에 사는 동네 깡패들의 칼에 찔러 죽은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새 운동화를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칼에 찔려 죽은 그 아들의 꿈을 아이의 아빠는 매일 밤 꾸었다고 한다. 밤이나 낮이나 쉴 새 없이 꾸는 그 꿈의 내용은 자신도 아들이 찔려 죽던 현장에 있었으며 깡패들 뒤로 무성하게 자란 덤불 속에서 쭈그리고 앉아 사건이 일어나려는 찰나에 자신이 아이를 구해내는 꿈을 꾸기도 하고 상황이 이래저래 바뀌더라도 어쨌든 결과는 자신이 아들을 구해냈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멜라니는 자신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녀의 현실은, 다니엘이 비정상적인 뇌로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동안 자폐증이라는 끔찍한 지옥에서 그 두 사람이 무사하게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 몸이 산산이 부서지도록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모든 가능성과 방법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던 그녀는 돈이 떨어지고 힘든 생활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스티븐의 무관심과 냉담한 반응은 더욱더 그녀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하고 피를 빠짝 말린다.

 

 그러나 구원같은 빛이 있었으니 바로 '앤디 오코너'의 출연이다. 의학계에선 이단아, 초일류 사기꾼으로도 불리는 이 남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 전에는 기대도 못했을 만큼 아이의 상태를 개선시키고 드디어 한 단어조차도 배우기 힘들고 지독하게 무언가에 집착하던 다니엘이 하나씩 배워나가게 하는 기적을 일구어 내는데..

 

 멜라니와 앤디 오코너의 만남은 완벽하다. 사이에 그 끈이 되어주는 다니엘이 있기에 더욱더 찐한 감격과 성취감, 더불어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집념에 의한 감동스런 보상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전적 소설이니마치 내용이 매우 현실적이다. 자칫 너무나도 어두워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작가가 말하려는 바는 그런 것이 아니다. 마지막의 부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멜라니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을 시사해준다.

 

 그 새로운 인생에서는 원래 있던 멤버가 희망으로 똘똘 뭉친 신예 멤버로 바뀌긴 했지만 앞으로의 삶에는 더더욱 많은 기쁨과 감동이 일어나게 될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실망과 좌절과 두려움은 언제나 눈만 돌리면 옆에 버티고 있는 것들이기에 인생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힘과 가능성, 구원의 빛을 생의 막바지에서 인생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긍정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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