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의 수수께끼를 풀다
가와이 쇼이치로 지음, 임희선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햄릿.. 한 번쯤 중고등학교 시절때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때 처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고 학교에서 단체활동 때 가서 보았던 햄릿 연극.. 얼핏 생각이 난다. 그때는 그게 연극이라는 걸 처음 보아서 내용보다는 그 자체가 신기했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알게 되고 점점 더 셰익스피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십이야, 한 여름밤의 꿈을 보고 사랑과 꿈과 낭만에 대해 환상을 품기도 했었고, 베니스의 상인을 보고 감탄해하기도 했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베로나의 두 신사, 헨리 8세도 정말 재밌게 봤었다.

 

 그러다 이래저래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잊혀지기 시작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펼쳐본건 20대였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 속에서 나오는 정서적 방황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20대때 읽었던 4대 비극은 남달랐다.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그 정서적 혼란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읽은 '햄릿의 수수께끼를 풀다'에서는 햄릿에 관한 연구가 한창인 데 햄릿을 이해하는 데 10배는 더 이해가 될 것이다. 저자는 햄릿이 추정상 19세 정도일 꺼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처럼 윤리학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표현을 보아도 셰익스피어가 철학적인 햄릿의 나이를 열아홉 살에서 서른 살로 재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사실 햄릿은 19세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철학적인 햄릿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혜학과 통찰이 있어야 햄릿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낭만주의 시대가 낳은 '부드러운 햄릿'은 작가들은 잘못 이해했다.

 

- 햄릿=마마보이 이 이미지는 창백하고 허약한 철학청년의 모습을 그려냈으며 괴테는 이런 햄릿을 '작고 아름다운 꽃을 심기 위해 만들어진 값비싼 화분에 떡갈나무를 심어놓은 꼴이다. 떡갈나무가 뿌리를 뻗으면 화분은 깨진다'고 유명한 비유를 들었다.

 

 즉 햄릿은 복수라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커다란 과업을 가진 섬세한 청년이며 '영웅이 될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름답고 청렴하고 고귀하며 지극히 도덕적인 사람이 도저히 짊어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버릴 수도 없는 무거운 마음의 짐 때문에 망해가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햄릿을 복수극이라고 생각한 작가들은 이 작품을 잘못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각을 달리하면 작품이 180도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또다른 작가들은 햄릿은 곧 내 자신이며 우리 자신이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햄릿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도 여러 주장들로 나뉘었고 논란과 의견이 많았다. 많은 작가들이 햄릿을 본인과 동일 시 하는 가 하면 사회와 문화에 따라 햄릿의 이미지는 다르게 해석되었다.

 

 

 그리고 햄릿을 통해 자신이 해석한 햄릿이미지를 자신의 작품에 투영시킨 작가들도 많았다. 투르게네프와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등의 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햄릿을 말만 앞서고 행동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이도 많았으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햄릿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환경을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대한 해석이 제3장 거울로서의 연극, 르네상스의 표상에 잘 나와있다. 그리고 이 장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나와있다. 진실을 보여주는 거울에 바보의 모습이 비치는 한스 홀바인 2세의 그림이 인상 깊었는데 이 장에는 이런 왜곡된 현실에 대한 내용이 잘 서술되어 있다. 햄릿이라는 작품은 겉모습에 좌우되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끈질기게 강조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모습을 그려낸 '사람은 죽게 마련'이라는 그림과 '사울의 죽음','대사들'을 통해서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다루어 나간다.

 

 햄릿은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관이 준 영향이 고스란히 들어있으며 그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지 않고 햄릿을 해석하다간 노를 잃은 배가 된다.

 

 햄릿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간이 근복적으로는 무에 가까운 존재임을 인정하고, 불안이나 절망에 시달리면서도 신 혹은 절대적인 선 앞에 홀로 의연하게 일어서서 주체적으로, 즉'불안'을 가지면서도 자기의 책임과 무력함을 자각하여 살아가는 것, 이것이다.

 

 햄릿을 올바로 해석한다면 이 작품이 왜 명작이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평소때 치열하게 작품 해석을 해보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햄릿.. 어느 작가의 말처럼 이는 곧 내 자신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제 내 자신은 얼마나 내 삶의 모습에 치열해져야 될 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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