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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에서 일본을 만나다
조성기 지음 / 어문학사 / 2009년 4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중에 둘리와 하니빼고 모두 일본
영화였다면 내가 일본만화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을까? 둘리와
하니말고는 일본만화와 비교할만한 게 없었기 때문에 어떤 만
화문화를 비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렸을 때 보았던
일본만화의 대부분이 한국만화인척 한 윗사람도 문제지만 만
화라는 장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없었기 때문에 창작
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영화나 책을 감상하고 그에 대한 여러가지 상식을
분석한 것처럼 아니메에 대해 새로운 상식과 내가 몰랐던 사
실들을 많이 알게 해준다. 또, 이런 아니메를 통해 정치와 사
회, 경제와 산업, 예술과 과학, 무사도, 여성관, 종교등 가치
관과 조금 더 높은 단계의 생각에 대해 통합되어 고찰해볼만
서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통쾌함
또한 더욱 높아진다.
일본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에 따라 2차 대전 당시 군수물
자에 참여했던 많은 대기업들이 이 시기에 다시 회생하는 기
회를 되찾아 1955년경부터 1973년까지 고도성장기에 연평균
10%의 실질성정률과 1968년엔 국민총생산기준 미국에 이어 세
계 2위가 되는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거듭했다. 이시기 일본은
경제동물이란 비아냥을 듣기 시작한다.
일본 경제가 고도 성장을 통해 전자, 자동차산업 등 주요 분
야에서 세계 경제의 선두권에 들어오게 되자, 시장을 점령당
한 미국 등 서구 언론들은 일본인들을 비하하여 이렇게 불렀
다. 일본기업이나 정부차원에서도 경제적 실리에 관한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데 비해 구호사업이나 UN 분담
금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하여 보여주었던 소극적인 모습에서
서구 언론들이 일본을 비판하여 유행되었던 용어이다.
고속 경제성장기를 배경으로 1960년대 일본 어린이의 모습을
추억하는 극장요 아니메인 '추억은 방울 방울'은 개봉 당시
일본인들에게 아름다운 과거에 대한 추억을 선물하며 1991년
도 일본 극장 수입 1위를 기록하여 흥행에서도 성공한 작품이
다.
일본은 일찍이 출판, 영화, 음악, 드라마, 아니메, 게임산업
등 각 분야에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성장시켜 왔는데 특히 사업
전개면에서 일본인 특유의 침착함이 일본 엔터테인먼트산업구
조를 안정시켜오고 있다.
한 예로 저작권 관리나 배우, 캐릭터에 대한 매니지먼트 시
스템이 발달되었다. 특히 일본 드라마의 저작권 관리는 저작
권자인 외부 저작사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초상권에 이르기까
지 철저하게 되어있어 저작권자에 대한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질서와 체계화된 속성은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엔터테인먼트는 모두 연결되고 협력된 시스템에 의해
서로를 더욱더 탄탄하게 만들어주어 세계에서 버틸만한 강한
산업을 만들어냈다.
아니메산업이 독립적으로는 미약하지만, 게임산업이나 드라
마산업, 음악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큰 시스템 안에 놓여
있으며, 이에 따라 아니메산업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잘 연
계되고 있다.
슈퍼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 록맨은 게임 캐릭터로 출발해
서 아니메로 제작되어졌다. 일본이 미국과 비교했을때 아니메
, 만화, 게임과 같은 인공적인 엔터테인먼트를 보다 더 발전
시키게 된 이유를 열거한 장을 읽어보면 인공적인 미를 추구
하는 일본인 특유의 습성과 한 가지 일에 몰두하여 깊이 파고
드는 오타쿠적인 기질,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에 의
해 개인적인 놀이 문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흥미
롭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서로 협력해서 상생할 수
있다는 정신의 밑바탕은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는 것이 일본 그리고 미국의 메이져 기업들의 가르침이다. 그
런 점에서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산업 성장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과제와 문제가 선명해진다.
일본인들은 아니메를 통하여 사회의 많은 부분과 가치관을
담았는데 그 중에 내가 좋아했던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
하여 나오는 장은 무척 흥미로웠다. 나는 그의 팬이라 그의
옛날작품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작품을 거의 모두 보았었는
데, 그의 개인적인 면에 대해 나와있는 장을 보니 더욱더 흥
미진진하게 읽어보았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따뜻한 작품을 만들
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많은 아니메가 직접적으로 이
린이와 어른이 맞서게 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자연 속에서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다툼과 투쟁을 심어주지 않은 그런 영화
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종이에 적으려고
하면 그의 머리는 텅 비는 것 같았다고 한다.
또, 그의 작품의 배경에는 그의 삶을 반영하기도 했으며 애
니미즘의 정신에 의해 숲을 보전하는 단체에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아니메가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모든 문화
로부터 끌어져 온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이 무언가 자신에
게 친근한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은 독특하게도 신이 엄청나게 많고 다종교이며 모든 종
교를 받아들이고 만들어내며 혼합하는 그들만의 특이한 특성
이 있다. 그래서 유일신을 믿는 이들이 일본에 가면 많이 어
리둥절하고 황당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의 면에서 이런 특이한 특성의 일본인에 의해 창
조되는 이야기들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힘을 만
들어내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창조해낼 수 있고 그 혼
합된 이야기들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거나 이질적
으로 느껴져 거부감이 들지 않는 친숙함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최고의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또한 유럽아동문학의 영
향을 많이 받고 그 속에서 다시 일본의 문화를 혼합하여 창작
해내었던 것이 세계 최고의 감독의 자리에까지 그를 올려주었던 것이다.
본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참고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는 일본인들이 자신들은 아시아
인이지만, 아시아를 리드하는 아시아의 리더로서 유럽 선진국
과 같은 문화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회 심리를 엿보게
한다."
294p에 나와있는 독도의 영토분쟁으로 인한 성찰은 감정에
잘 치우치고 냄비근성이 있는 한국이 신중함과 치밀함을 가
진 일본인들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자
세를 배워야 할지를 가르쳐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만화영화의 노래 또한 일본것임을 모르고
한국인이 작사 작곡한 것으로 왜곡되어 어린시절 그런 만화영
화를 보고 자란 사람들이 한일전에서 마징가Z 주제가를 부르
다가 일본인의 재미있어 하는 반응을 보고는 그 만화가 일본
에서 만든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머쓱해졌다는 이야기를 보고
씁쓸해지기도 했다.
일본인들을 감정에 치우쳐 무작정 비판할 것만 아니라 진정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또 잘못된 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내부
적인 힘을 키우고 우리의 문화가 그들보다 앞섬으로써 긍정적
으로 우뚝 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감정대로 무대뽀로 이기려 하는 것은 세계인의
인식으로도 무식하고 힘도 없으면서 덤비는 불쌍하고 처량한
신세로밖에 비춰지지 않을 뿐더러 어떤 면에서는 비겁하게 보
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그런 정신으로는
서로가 나쁜 감정만 놓을 뿐이며 나쁜 감정이 터지면 제일 끔
찍하고 무서운 결과를 놓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