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전집 6 괴테전집 6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민음사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현시대의 일회적이고 가벼운 사랑이 아닌 깊고 순수하다 못해 저돌적이기까지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젊은 베르테르'는 표현이 아주 멋드러진다.
 
 가령,
 "이 곳에는 사람의 마음을 호리는 정령이 있는지, 아니면 성스럽고 생생한 상상력이 내 가슴속에 깃들어 그것이 내 주위의 모든 것을 이토록 낙원같이 바꾸어 버리는 건지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네. 시내 입구 가까운 곳에 샘이 하나 있는데, 인어의 화신인 멜루지네 자매가 물에 이끌리듯, 나는 그 샘에 끌려가곤 한다네.. "

 또는,
 "맑디맑은 샘물이 대리석 바위틈에서 솟아나고 있네. 샘을 둘러싸고 있는 나지막한 돌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높다란 나무들, 얼굴에 확 끼치는 시원스런 냉기, 이 모든 것들에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 무엇, 그리고 사람을 전율케 하는 그 어떤 분위기가 있는 것일세."

 

라는 표현을 보면서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상세하고 기분좋게 그려지는 그의 표현은 읽는 사람까지도 생생히 그 느낌을 느낄 수가 있다.

 

 베르테르는 그의 모든 것을 차지할 로테를 만나기전까지만 하더라

도 자연을 예찬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둔 인물이다.

 

 그러나 로테를 만난 베르테르는 모든 것이 사랑에 홀린 듯하다. 그는 사랑의 열병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생각도, 판단도 할 수 없다. 베르테르에게는 불행하게도 로테에게는 약혼자가 있었고 그녀는 그에 충실하고자 한다.

 

 이에 실연을 안고 채 마무리도 되지 못한 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베르테르는 잠시동안 로테의 곁을 떠나 궁정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궁정의 사람들은 베르테르의 마음을 더욱더 심란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존경을 받기 위해서 이른바 하층계급 사람들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은 패배가 두려워서 적군앞에서 도망치는 비겁한 자와 마찬가지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나는 말하고 싶네."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네. .. 완두콩을 세고 있건 잠두콩을 세고 있건 결국은 그게 그거 아닌가! 세상만사 따지고 보면 다 하잘것없는 것들일세. 자기 자신의 정열이나 욕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남이 시키는 대로 허덕지게 뼈빠지게 일을 하면서 돈이라든가 명예 따위를 얻으려 하는 자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바보일세."

 

 "무릇 그들이 서로 빼앗으려고 악다구니를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만한 사물은 하나도 없지. 건강도 명성도 기쁨도 휴양도. 그것은 대체로 어리석음이나 무지, 좁은 도량 등이 그 원인인데 그런 주제에 그들의 말에 의하면 최선의 호의로써 남을 위해 그런다는 걸세. 때때로 나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부탁하고 싶어진다네. 제발 그렇게 미치광이들처럼 자신의 창자를 마구 휘젓는 짓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말일세."

 

 베르테르가 C백작의 초대로 파티에 갔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심상치 않게 보는 눈초리와 수군대는 뒷말들, 그가 그나마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B양까지 그로 인해 난처해 하자 그는 이유를 모르고 당황해한다. 나중에서야 이유를 알게 된 베르테르는 상류층 인간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아델린이 그에게 "당신 화가 났겠군요?" 라고 하자, "뭐가요?" 라고 베르테르가 대답한다. 그러자 아델린이 "백작이 당신을 파티에서 내쫓았다면서요?" 라고 말하고 다시 베르테르는 밖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니 기분이 상쾌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러자 아델린은 당신이 대수롭잖게 생각하니까 무엇보다 다행이라며 그렇지만 소문이 쫙 퍼져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오늘은 어디를 가나 동정을 받는 신세가 되었네. 더구나 나를 시기하고 있던 녀석들이 의기양양해서, 이제 깨달았겠지. 머리가 남보다 좀 뛰어나다고 신분이나 관례를 초월해도 좋은 것처럼 생각하는 거만한 사내가 어떤 꼴을 당하게 되는가를. 하는 등 온갖 험담을 늘어놓고 있는 것을 들으면, 내 심장에 칼을 꽂고 싶은 심정일세. 남들이 뭐라든 자기는 그냥 무시해 버리면 그만 아닌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하찮은 건달들이 남의 약점을 잡고 이러쿵 저러쿵 지껄여 대는 소리를 꾹 참고 얌전히 듣고 있을 수 있는 인간이 있다면, 그런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네." 

 

  그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이 책은 처음은 아주 명랑하게 시작되지만 베르테르의 시련이 시작되자 차츰 어둠에서 죽음의 표현으로 이어진다.
 
 "요란스러운 시냇물 소리와 더불어 동굴 속 망령들의 신음소리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들려 오네. 소녀의 통곡소리도 들려 오네. 그녀는 싸움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쓰러져 간 애인의 무덤, 잡초로 덮이고 이끼가 낀 네 개의 묘석 언저리에서 숨이 끊어질 듯이 탄식하고 있는 걸세. 이윽고 유랑하는 백발의 음유시인이 나타나네."

 

 "아아, 사랑도 기쁨도 우정도 즐거움도, 내가 남들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주지를 않네. 그리고 진심을 다 기울여서 남을 행복하게 해 주려 해도, 눈앞에 그림자처럼 차갑게 서 있는 인간에게는 아무런 효능이 없네."

 

 역시 표현이 장관을 이루지만 표현의 고급스러움과는 달리 의미는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현실에 대한 체념을 나타내고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봄바람이여, 어찌하여 나를 깨우는가? 그대 정답게 소곤거린다. 하늘나라 물방울로 만물을 적셔 주려 하노라고. 그러나 내 조락의 때는 가까웠다. 내 잎을 불어 날릴 폭퐁우는 가까웠다! 일찍이 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던 그 나그네는 들판 구석구석에 눈길을 돌리며 나를 찾으리라. 그러나 그는 나를 찾아 내지 못하리."

 

 로테와 마지막으로 만난 베르테르가 읽어주는 시의 구절이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로 작별 인사를 한다.

 

 이 책은 표현이 너무 서정적이고 감동스럽게 표현이 되어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감성적인 공유를 일으킨다.

 

 실제로 괴테가 친구인 케슈트너의 약혼녀 샤르로테 부프에 대한 괴테 자신의 실연 체험과, 괴테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던 예루잘렘이 유부녀에게 실연당해 자살한 사건을 소재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유행하였다고 하니 문학의 힘이 불러일으키는 감성 또한 얼마나 강한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표현에 관한 감동적인 묘사가 많아 감성과 가슴을 울리는 젊은 베르테르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접하고 요즘 세태의 가벼운 사랑과 사상에 약간은 무게를 얹여주고 싶다. 그렇지만 베르테르에 너무 매료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베르테르의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한번쯤 꿈꿔볼만한 것이고 그럼에도 부담스러울만한 사랑이다. 그래도 그의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너무 로맨틱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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