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연쇄살인의 끝 - DNA 과학수사와 잔혹범죄의 역사
김형근 지음, 한면수 감수 / 글항아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네가 저지른 일을 알 수 있다.' 


 영화제목에서 봄직한 말과 비슷한 이 말이 떠올랐다.

 과학의 발달은 나날이 좋아지나보다. DNA지문은 머리카락과 침, 혈흔, 정액같은 류가 아니라도 사람이 머물렀을 때 생긴 먼지나 인간이 떨어뜨리고 간 세포조각을 통해서도 검증이 가능하단다.


 근데 문제는 이를 만만히 여기거나 상황판단이 미흡한 검찰에게는 사건에서 바로 수거만 했다면 가능했을 증거를 그 자리에서 인멸하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이 일을 우째 생각해야 할까... 

 
실 용의자와 피의자는 검찰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의 능력에 따라 누명인이 생길 수 있고 진짜 범인이 잡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권리를 아무 형사나 경찰에게 주어도 괜찮은 걸까.. 검찰에 증거를 수집하는 전문가 검찰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경악할 만한 사건들을 모아놓은 이 책은 다시 한번 세상의 썩어문드러진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만큼 그렇게 속 시원히 해결되는 사건은 없다. 단지 증거가 충분하고 앞 뒤의 정황이 맞추어지면 해결되었다고 단정지을 뿐이다. 

 
 그래도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것을 재미라고 해야할 지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막막하지만, 어쨌든 소설보다 더 집중적으로 읽었다. 

 
 어릴때 FBI가 나오는 미드를 보고 정말 아련하게 그런 직업을 해보고 싶었다. 아니면 못하는 게 없는 미드의 천재적인 CIA요원을 보면서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 감동적인 인물에 매료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은 독하고 모질기만 하다. 


 잔인함의 한계를 뛰어넘은 범인을 만나고 싶은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영화에서나 책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당신의 옆집에 있을 지도 모르고 당신이 아는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관의 올바른 대인관계와 예절이 되있지 않은 사람은 작든 크든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또 범인은 하나같이 바른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없다.  

 
 즉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악인 유전자를 타고 난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제 부모나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악인이라는 것이다. 즉 만들어진 악인이다. 

 
 그들은 자라나면서 이 악을 끌어안고 자신의 안에 악마를 키워나간다. 그렇게 속에서 자란 악마는 결국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행하는 악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끔 내 머리에도 혼란의 한계가 올 때가 있다. 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고 해서 악행을 저지른 범인을 보면서 인간 자체로만 보려고 해도 피해자를 보면 도저히 쉽지 않은 일이다. 


 조지 리안 일리노이 주지사는 의회가 아니라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한 강연을 통해 일리노이 주의 모든 사형수를 무기징역인 종신형으로 대치한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이 강연은 프로테스 교수와 대학수사팀이 누명을 쓴 앤서니 포터의 무죄를 밝혀내고 난 후 한 강연으로,

 
- "죄는 결코 자유로워서는 안 되며, 무죄 또한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  "

 
 "앤서니 포터의 생명을 구한 이 사건은 의미도 크지만 미국 사법사상 중요한 이정표를 마련했다. 만약 법이 실수하여 잘못된 혐의를 썼을 경우 과연 잘못된 판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하고도 신중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


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밖에도 누명을 쓴 억울한 사람들을 DNA로 밝혀나가는 과정은 과학이라는 학문에 경이를 받치게 한다. 이것이 없었더라면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사형대에서 일생을 한 순간에 마쳤을 것이다. 그것도 씻을 수 없는 오명과 함께..

 
 오 제이 심슨에 관한 사건도 매우 인상 깊었다. 미국의 풋볼 영웅으로 한 때 인기와 명성이 하늘을 찌를만큼 높았던 그는 한 사건으로 인해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만큼 추락하고 만다. 그의 전 부인과 전부인의 애인이 살해되고 그가 용의자로 지목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 데 이 사건의 중요 포인트는 바로 언론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막강권력 언론이 한 시대의 영웅이었던 심슨을 추락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본문을 보면, 

 
 - 글을 쓰는 기자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부른다. 무관이란 말 그대로 왕관이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기자란 왕관이라는 화려한 모자를 쓰지 않았을 뿐 백성에 군림하는 왕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원래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찾아 춥고 배고픈 사람들의 대변자로,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데 앞장선 양심적 지식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즉 정의 구현에 앞장서는 언론인을 뜻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돈을 주고 거짓 증언을 하는 사람들을 사서 행한 꼴은 아무리 빅 뉴스를 터뜨려야 먹고 사는 그들이라 하지만은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싶다. 

 
 오 제이 심슨은 돈이 있었기 때문에 최고의 변호사팀을 구성해서 이에 맞써 거짓 증언들을 전부 불식시키지 않았더라면 그는 감옥에서 평생 밥을 먹어야 했을 것이다. 

 
 그의 사건은 미해결로 남아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사건은 꺼림칙하고 개운치 못한 사건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 "살인을 생각하는 것과 살인을 하는 것은 천양지간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미세한 먼지만큼의 차이도 없다."

 
 심슨은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며 모든 것이 완벽했고 행복했다. 더구나 방송인, 배우로 인기 절정에 서 있던 그가 과연 전처와 그 애인을 죽여 자신을 파탄 낼 필요가 있었을까?  -


 이 사건은 과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한계를 우리에게 시사해준다. 
 

 이 밖에도 "양심을 동반하지 않은 과학은 영혼을 파괴할 뿐이다."라는 말이 시사해주는 바와 같은 교훈을 남긴 죽음의 천사 멩겔레, 영양실조로 뼈와 가죽만 앙상하게 남았고 몸은 각종 종양으로 썩어 문드러져 죽은 루이 17세, 죽어서 관에 들어가면서도 자신이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한 안나 앤더슨 같은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크로웰 양 성폭행 사건을 아시는가? 개리 닷슨이 정말 범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둘은 나중에 함께 미국의 토크쇼에서 나오기도 했다. 

 
 48명의 여성을 죽인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인 그린리버 킬러, 한국에서 일어난 냉동고에 아이를 보관한 프랑스인부부.. DNA를 조작한 강간범 의사 슈나버거, 애인에게 에이즈균을 주사한 의사... 

 
 범인은 멀리 있지 않다. 그리고 잡힌 범인이 항상 누명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제프리스 박사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DNA과학은 왓슨과 크릭으로부터 더욱더 섬세해진 DNA과학으로 탄생한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무고한 사람들 100명을 넘어선 사람들이 억울하게 생을 마쳤을 지도 모른다. 또 프로테스 교수와 대학수사팀처럼 억울한 사람을 돕기 위해 의심을 품고 발 벗고 나서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다. 

 
 부록편에 한국에서의 DNA과학 수사의 실례가 나오는데 그것도 본문 못지 않게 볼만한 자료들이다. 

 
 저자의 집이 우리집에서 지하철만 타고 가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고 느껴져서인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올만에 보는 이런 책.. 다시 한번 사회의 어두운 면과 썩어드러간 부분을 보면서 더욱더 밝고 정의로운 사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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